ABL바이오‧올릭스, 글로벌 제약사에 기술수출
에스티팜, RNA 치료제 생산기지 역할 ‘톡톡’

K바이오 기업들이 최근 주목받고 있는 리보핵산(RNA) 치료제 시장에서 원료 생산부터 플랫폼개발, 후보물질 발굴까지 글로벌 생태계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향후 RNA 치료제 시장에서 우리나라 기업들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6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에이비엘바이오와 올릭스는 RNA 기반 기술을 바탕으로 글로벌 제약사와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고, 에스티팜은 RNA 치료제의 핵심 원료인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를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해 RNA 치료제 생산기지로 입지를 다지고 있다.
RNA 치료제는 디옥시리보핵산(DNA)의 유전 정보를 바탕으로 단백질 생성을 차단하거나 조절하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기전과 구조적 특성에 따라 짧은 간섭 리보핵산(siRNA), 메신저 리보핵산(mRNA), 안티센스 올리고(ASO) 등으로 구분된다. 이들 치료제는 희귀질환부터 암, 감염병 등 다양한 질환에 적용될 수 있어 차세대 치료제로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 RNA 치료제 시장은 빠르게 성장 중이다.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마켓리서치에 따르면 해당 시장은 2028년 180억 달러(약 25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지난달 초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과 최대 4조1000억 원 규모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은 뇌혈관장벽(BBB) 셔틀 플랫폼 ‘그랩바디-B’를 기반으로 새로운 퇴행성뇌질환 치료제를 공동 개발하기 위한 것이다.
GSK는 그동안 퇴행성뇌질환 치료제 개발을 위해 신규 타깃 발굴에 집중해 왔으며, 이를 공략할 모달리티로 올리고 기반 RNA 치료제를 선택했다. 특히 퇴행성뇌질환 치료제 개발의 최대 난관인 BBB를 효과적으로 통과하기 위해 에이비엘바이오의 BBB 셔틀 플랫폼 ‘그랩바디-B’에 주목했다. BBB는 유해한 물질과 인자가 뇌로 유입되는 것을 차단하지만, 치료제의 침투도 막아 퇴행성뇌질환 치료제 개발의 장애물로 여겨져 왔다.
그랩바디-B는 인슐린 유사 성장인자1수용체(IGF1R)를 활용해 약물이 BBB를 넘어 뇌 조직까지 효과적으로 전달되도록 할 수 있는 기술이다. GSK는 이 플랫폼을 활용해 항체는 물론, siRNA, ASO 등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 또는 폴리뉴클레오타이드 기반의 퇴행성 뇌질환 치료제 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올릭스는 올해 2월 일라이 릴리와 siRNA 기반 대사이상 지방간염(MASH) 및 기타 심혈관‧대사 질환 후보물질인 ‘OLX702A’를 최대 9100억 원 규모로 기술수출하는 계약을 맺었다.
OLX702A는 siRNA 기반으로 MARC1 유전자를 타깃해 미토콘드리아 기능을 활성화하는 기전이다. 기존 MASH 치료들이 간단한 증상 개선에 그쳤던 것과 달리 미토콘드리아 자체를 활성화해 더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다. 현재 호주에서 임상 1상 중이다.
RNA 치료제의 핵심 원료인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 생산이 주력 사업인 에스티팜은 RNA 치료제 시장 확대에 맞춰 빠르게 성장 중이다. 회사는 mRNA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을 확대한 2020년 이후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2021년 매출 1656억 원, 영업이익 56억 원을 기록한 뒤 안정적인 성장세를 유지 중이다.
올해 1분기에는 매출 524억 원, 영업이익 10억 원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은 다소 감소했지만, 하반기 납기 예정인 올리고 수주 금액이 몰려있다. 이를 바탕으로 연매출 3000억 원 돌파에 도전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올해 매출 추정치(컨센서스)는 3243억 원이다.
1분기 전체 매출 중 올리고 CDMO 부문이 376억 원으로 전체의 71.7%를 차지했다. 올해 신규 수주액은 약 1100억 원에 달한다.
에스티팜은 RNA 치료제 수요 증가에 대비해 생산시설도 늘리고 있다. 경기도 안산 반월캠퍼스의 기존 4개 올리고 생산 라인 외에 제2올리고동을 증설 중이다. 완공 시 생산량은 최대 14몰(mole·원료의약품 측정단위, 연간 약 2.3톤~7톤)까지 확대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RNA 치료제 시장이 성장하는 가운데, 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핵심 원료를 생산하고 글로벌 빅파마에 기술을 수출하는 등 다방면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며 “이를 기반으로 앞으로 RNA 치료제 시장이 더욱 확대될 때 한국 바이오 기업들이 선도적 위치를 공고히 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