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2024 소비 3.0%↑…성장률(4.1%) 하회
기대수명 6.5세 늘 때 은퇴연령 60대 초 유지
"퇴직후 여생 길어진 탓…노동수요 확대해야"

최근 20년간 기대수명이 가파르게 증가했지만 은퇴연령은 제자리에 머물면서 민간소비 증가세가 추세적인 경제성장률 하회 주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국책연구기관의 분석이 나왔다.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잠재성장률 하방 압력을 줄이기 위해서는 퇴직 후 재고용제 활성화 등 고령층의 노동 참여 유인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3일 발표한 KDI 현안분석 '인구 요인이 소비성향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2004~2024년 연평균 민간소비 증가율은 3.0%로 연평균 국내총생산(GDP) 성장률(4.1%)을 밑돌았다. 이는 소비성향(민간소비/GDP) 하락을 의미한다. 이러한 가운데 기대수명은 2000년대 이후 고령층 사망률이 개선되면서 같은 기간 77.8세에서 84.3세까지 6.5세 올랐다. 반면 같은 기간 은퇴연령(가구주 은퇴가구 평균연령)은 60대 초반, 생애주직장 퇴직연령(55~64세 취업경험자가 최장 근무한 일자리를 그만둔 평균연령)은 50세 수준을 유지했다.
김미루 KDI 연구위원은 이날 브리핑에서 "은퇴연령에 비해 기대여명이 빠르게 증가하면 퇴직 후 여생이 길어지면서 노후를 대비하기 위한 저축 동기가 강화돼 소비성향이 하락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75세 이상 초고령층 인구 비중이 늘면 경제 전반의 소비 성향이 상승한다. 가계는 생애에 걸쳐 가급적 일정한 소비 수준을 유지하려고 하는 만큼 타 연령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득이 낮은 노년기의 소비성향이 비교적 높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KDI의 자체 분석 결과 해당 기간 우리나라의 평균소비성향은 3.6%포인트(p) 하락했는데, 3.1%p가 기대수명 증가 영향으로 나타났다. 기대수명이 1년 증가할 때 소비성향이 약 0.48%p 하락하는 셈이다.
고령층 내에서도 초고령층 인구 비중이 증가하면 평균소비성향이 증가하는 가장 주된 요인인 것으로 분석됐다.
KDI는 향후 기대수명 증가세가 둔화하고 초고령층 인구 비중에 빠르게 확대되면서 평균소비성향이 점차 반등할 것으로 전망했다. 향후 20년간 기대수명 증가는 직전의 절반 수준인 3.5세에 그치고, 저출산·고령화로 초고령층 인구가 크게 늘면 그만큼 생산가능인구가 줄며 성장률은 떨어지고 소비성향은 상승한다는 설명이다. 2040년이 되면 민간소비 증가세가 성장률을 웃도는 것으로 분석됐다.
KDI는 20년간 평균소비성향이 하락한 주요인이 고령층을 고용절벽으로 내모는 경직된 노동구조에 있다고 봤다. 김 위원은 "기대수명 증가에 대응해 은퇴 시점이 적절히 조정될 수 있도록 고령층의 노동시장 참여를 제약하는 구조적 요인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연공서열형의 경직적 임금구조를 개선하고 직무·성과 중심의 임금체계를 강화하고 정년퇴직 후 재고용 제도를 활성화하는 등 노동시장의 마찰 요인을 해소해 고령층 노동 수요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고령 인력 활용이 확대되면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잠재성장률 하락 압력을 부분적으로 상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