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 재지정 한 달을 넘긴 가운데 서울 송파구 아파트 월세 상승세가 심상찮다. 토허제 재지정 이후 송파구 아파트 전월세 중 월세 비중은 재지정 이전보다 증가했고, 아파트 월세 상승률은 2021년 10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서울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구)와 용산구가 토허제로 묶이면서 갭투자 등 투자수요가 끊겨 전세 공급이 부족할 것이란 전망과 함께 월세 상승이 예상됐는데 규제 한 달 만에 송파구에서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22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통계 분석 결과 토허제 재시행 후(3월 24일~4월 22일) 서울 송파구 아파트 전월세(신규 계약 기준) 거래 중 월세 비중은 40.5%(444건 중 180건)로 집계됐다. 이는 올해 토허제 재시행 이전 기간을 포함한 기간(1월 1일~3월 23일) 월세 비중인 36.7%(2847건 중 1045건) 대비 3.8%포인트(p) 늘어난 수준이다.
반면 강남 3구 가운데 강남구와 서초구는 토허제 재지정 이후 아파트 전월세 중 월세 비중 증가세가 미미했다. 같은 기간 강남구는 올해 토허제 재지정 이전 월세 비중이 40.5%로 재지정 이후 39.3%와 비교하면 1.2%p 줄었고, 서초구는 같은 기간 42.6%에서 40.3%로 2.3%p가량 월세 비중이 줄었다.
이렇듯 강남 3구 가운데서 송파구 아파트 월세를 찾는 발길만 늘면서 송파구 월세 상승률도 가파르다. 한국부동산원 ‘아파트 월세통합가격지수’ 통계에 따르면 3월 기준 송파구 월세는 0.52% 상승해 서울내 25개 자치구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는 2021년 10월 0.73% 오른 이후 4년 5개월 만에 최고치다. 반면 같은 기간 서울 강북지역 아파트 월세는 평균 0.15% 상승하는 데 그쳤다. 또 3월 서초구와 강남구가 각각 0.40%와 0.13% 오른 것과 비교하더라도 송파구의 월세 상승세는 매섭다.
실제로 송파구 아파트 월세 실거래가 상승 사례도 속속 포착됐다.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가락동 ‘가락쌍용1차’ 전용면적 59㎡는 이달 5일 보증금 4억5000만 원에 월세 50만 원에 신규 월세 계약서를 썼다. 같은 단지, 같은 평형은 2월 보증금 3억5000만 원에 월세 45만 원에 계약한 것과 비교하면 보증금과 월세 수준 모두 올랐다. 또 거여동 ‘송파시그니처롯데캐슬’ 전용 84㎡는 지난 12일 보증금 1억 원에 월세 최고 280만 원에 월세 거래됐다. 올해 1월 같은 평형은 보증금 1억에 월세 270만 원이 실거래가 최고 수준이었지만, 토허제 재시행 이후 월세 10만 원이 더 올랐다.
이렇듯 송파구는 강남 3구 중에서도 유독 토허제 재지정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지역이다. 이런 영향으로 송파구 아파트값은 부동산원 통계 기준으로 올해 1분기 누적 4.28% 상승했다. 1분기 서울 아파트값 평균 상승률 1.06%와 비교하면 4배 이상 높은 상승 폭이다. 강남구와 서초구도 각각 3.52%씩 오른 것과 비교하면 송파구의 규제 민감도는 매우 큰 것을 알 수 있다.
전문가는 송파구 아파트 월세 상승세가 장기적으로는 강남 전역으로 확산할 것으로 전망했다. 고준석 연세대 경영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강남 3구 가운데 송파구는 임대차 수요가 강남과 서초보다 많고, 또 빌라(연립·다세대 주택)도 많이 들어서 있는데 최근 전세사기 등의 영향으로 비아파트에서 아파트 전월세로 갈아타려는 수요가 늘었다”며 “이런 송파구 주택 수요 특성에 더해 전셋값마저 오르니 아파트 월세 전환 비중이 커지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런 송파구 아파트 월세 상승 현상은 장기적으로 강남구와 서초구 등 인접 지역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