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에 반기 든 파월…관세 정책 비판·금리 인하 거부

“발표된 관세, 예상보다 훨씬 커
연준 양대 임무, 상충 상황 직면”
금리인하 등 ‘연준 풋’ 가능성 부인
“통화 스와프 통한 달러 유동성은 제공 의사”
뉴욕증시 급락…나스닥 3.1%↓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16일(현지시간) 트레이더 너머로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과 나스닥지수 급락세를 보여주는 CNBC방송이 중계되고 있다. 뉴욕/로이터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사실상 반기를 들었다. 행정부의 관세 정책을 비판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강하게 요구해온 기준금리 인하는 거부했다.

16일(현지시간) 미국 투자 전문매체 배런스에 따르면 파월 의장은 시카고 이코노믹클럽 연설에서 “관세는 비용을 증가시킨다”며 “지금까지 발표된 관세 인상 규모는 예상보다 훨씬 크다”고 말했다. 이어 “경제적인 영향도 마찬가지일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파월 의장은 “연준은 양대 임무(최대 고용과 물가 안정)가 상충하는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며 “만약 그런 상황이 발생하면 경제가 두 임무로부터 각각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 해당 격차가 해소될 것으로 보이는 시점이 언제일지 등을 고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의 도구는 한 번에 둘 중 하나만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두 임무 중 어떤 것을 우선할지에 대해 파월 의장은 “의심할 여지 없이 매우 어려운 판단을 내려야 할 것”이라면서도 “일회성 물가 상승이 지속적인 인플레이션 문제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연준의 의무”라고 짚었다.

▲한국과 미국 기준금리 추이. 한국은행은 17일 기준금리를 연 2.75%로 동결했다.
파월 의장은 “일부 분야에선 공급망이 상당한 차질을 빚을 수 있다”며 “그 과정이 몇 년 걸릴 수 있고 인플레이션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물가 안정 없이는 모든 미국인에게 이로운 장기간의 탄탄한 노동 시장 여건을 이룰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일련의 발언은 금리 인하나 기타 통화정책 변화와 관련해 연준이 당분간 현 기조를 유지할 것임을 시사한다고 배런스는 분석했다.

파월 의장은 증시 급락 시 연준이 시장에 개입하는 이른바 ‘연준 풋’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그는 연준 풋 가능성을 묻는 말에 “아니다. 시장은 마땅히 해야 할 역할을 하고 있다”며 “불확실성이 높은 시기에 질서 있게 기능하고 있다”고 답했다. 대신 ‘전 세계가 달러 부족을 겪는다면 공급할 준비가 됐느냐’는 물음에 “필요하다면 통화 스와프를 통해 달러 유동성을 제공할 준비가 됐다”고 답했다.

경기침체보다 인플레이션에 집중하는 듯한 파월 의장 발언에 뉴욕증시는 급락했다. 다우지수는 1.73% 하락했고 S&P500지수는 2.24%, 나스닥지수는 3.07% 각각 내렸다. 금리 방향을 추적하는 CME그룹 페드워치에 따르면 옵션 시장에서 내달 금리 동결 확률은 전날 81.4%에서 84.4%로 높아졌다. 6월 동결 확률도 하루 새 27.6%에서 31.9%로 올랐다.

노스라이트자산운용의 크리스 자카렐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파월 의장은 당장 양대 임무가 충돌하는 것은 아니라고 했지만, 투자자들의 심기를 건든 것만은 분명하다”며 “투자자들은 경기침체, 더 나아가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 속 경기침체) 가능성이 더 커졌다고 우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용어설명 연준 풋 (Fed Put)
미국 연준과 풋옵션의 합성어. 증시가 크게 하락하면 연준이 기준금리 인하나 양적완화 같은 완화적 정책으로 개입해 시장을 떠받치는 것을 뜻함.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