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중국전용’ H20 수출 통제에 불똥 어디까지 [ET의 칩스토리]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 속 반도체의 가치는 ‘핵무기’와 동급으로 불립니다. 국가 안보 핵심 자산이자 국력과 직결된 전략 산업이죠. 첨단 반도체 기술의 지배력은 글로벌 기술 패권과 군사 안보의 핵심으로 통합니다. 미국과 중국이 자국의 반도체 산업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배경으로도 꼽히죠. 이렇듯 중요한 반도체는 명실상부한 한국 대표 수출 산업입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글로벌 간판 반도체 기업으로 기술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막대한 투자를 쏟아붓고 있습니다. 본지는 ‘ET의 칩스토리’ 코너를 통해 반도체 기술 트렌드와 업계 동향을 심층 분석하고, 시장의 흐름을 조명할 예정입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반도체 시장의 핵심 이슈를 짚어보며, 독자 여러분께 유익한 인사이트를 제공해 드리겠습니다.

H20에 탑재되는 HBM3E
SK하이닉스 영향에 촉각
전문가들 “큰 피해 없어”
H20 외에도 HBM 수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해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컴퓨텍스 2024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행정부가 엔비디아의 중국향 H20칩 규제에 돌입했다. 수출길이 막히며 엔비디아의 실적에도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H20에 고대역폭메모리(HBM)를 공급해온 국내 반도체 업계 역시 피해를 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지만, 워낙 글로벌 시장에서 HBM 수요가 탄탄한 까닭에 큰 타격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게다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입장을 번복할 여지도 남아 있어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분위기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9일(현지시간) 미국 정부로부터 H20 칩을 수출하려면 당국의 허가가 필요하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15일 밝혔다. 이에 따라 엔비디아는 회계연도 1분기(2~4월) 55억 달러(7조8567억 원)의 손실을 보게 됐다.

이번 미국 정부의 조치로 엔비디아는 중국에 H20를 수출할 수 없게 된다. H20에 HBM을 납품하는 우리나라 D램 제조업체도 제품 공급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H20에는 HBM의 4세대 제품인 HBM3가 탑재됐다가 이후에 5세대 HBM3E가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그 물량의 대부분을 D램 제조사들 가운데 SK하이닉스가 공급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엔비디아의 H20 중국 수출 통제는 SK하이닉스와 연결될 수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큰 타격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SK하이닉스의 HBM은 H20 외에도 많은 곳에 납품되고, 올해 HBM 물량을 ‘완판’한 만큼 큰 타격은 없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삼성전자는 아직 H20용 HBM 판매가 없고 SK하이닉스는 H20용 HBM3E 3월 추가 판매를 완료했다”며 “엔비디아처럼 재고 손실처리 등의 비용 반영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채 연구원은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에 1분기부터 HBM3E 12단 위주로 납품하고 있고 H20은 기존 계획 대비 추가된 물량이기 때문에 H20 제재로 인한 연간 SK하이닉스의 HBM 계획과 실적에 변동은 없을 것으로도 분석했다.

▲SK하이닉스 'HBM3E' (자료제공=SK하이닉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출을 승인하면 해결될 일이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H20 중국 수출 여부를 두고 수시로 입장을 뒤집어 왔다. 강재구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H20이 정치적으로 활용된다면 단기에 수출 승인이 나기는 어렵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2026년 중간선거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아야 한다”며 “H20 수출은 승인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강 연구원은 이에 대한 근거로 미국과 중국의 인공지능(AI) 인프라 기술 격차를 꼽았다. 중국의 기술 추격을 크게 우려하며 H20 수출을 막을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H20은 엔비디아의 H100의 4분의 1에서 3분의 1 수준의 연산 능력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미국은 국가 안보 위험 등을 이유로 AI 칩의 중국 수출 금지를 논의해 왔다. 엔비디아는 그 수출 규제 기준보다 조금 아래 수준인 H20 칩을 만들며 중국에 수출을 이어왔다. H20은 현재 중국에 유통되는 가장 최신 제품이다. 텐센트와 알리바바, 바이트댄스 등 기업들이 AI 모델 수요가 높아짐에 따라 H20 칩의 중요성도 높아졌다. 특히 바이트댄스의 ‘딥시크’ 공개를 시점으로 중국 내 H20에 대한 수요가 공급을 훨씬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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