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스코그룹이 중국 제철소를 정리하는 등 저수익 사업 처분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신 미국, 인도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그룹은 현대제철이 건설 예정인 미국 루이지애나 공장에 지분 투자를 검토 중이다. 성사되면 철강업계 1위, 2위가 트럼프 발(發) 관세 대응을 위해 손을 잡게 된다. 포스코그룹은 “미국 투자와 관련해 다양한 전략적 방안을 검토 중이나 현시점 확정된 건 없다”고 밝혔다.
현대제철은 한화 8조5000억 원을 들여 루이지애나에 자동차 강판에 특화한 제철소를 짓는다는 계획이다. 2029년 상업 생산, 연간 목표 생산량은 270만t(톤)이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백악관에서 밝힌 4년간 210억 달러(약 30조8000억 원) 미국 투자 계획의 일부다.
포스코그룹이 지분투자로 참여하게 되면, 현대제철은 자금조달 부담을 덜 수 있다. 포스코그룹은 미국 진출 기회를 얻는다. 현대제철은 8조 5000억 원의 50%는 자기자본, 나머지 50%는 외부 차입 검토 중이다. 현재 현대제철이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약 1조 3000억 원 수준. 그동안 자금조달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포스코그룹은 미국과 함께 인도 현지 투자에도 관심을 쏟고 있다. 포스코그룹은 인도 철강사 JSW와 합작법인 형태로 인도 내 일관 제철소를 짓고 있다. 연 생산능력 500만톤(t) 규모에 이른다.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은 3월 31일 “인도와 미국 등 철강 고성장·고수익 지역에서의 현지 완결형 투자와 미래소재 중심의 신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중국 사업은 축소 수순이다. 포스코그룹은 주주총회에서 중국 CNGR과 합작해서 세운 니켈 정제법인 포스코씨앤지알니켈솔루션의 해산을 결정했다. 또 중국 현지 사업의 핵심이자 유일한 제철소인 장자강포항불수강 매각을 진행 중이다. 장자강포항불수강은 2023년 약 1700억 원 적자를 기록했다.

포스코그룹의 선택과 집중은 핵심 사업인 철강과 이차전지 소재가 부침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철강 사업은 중국산 저가 철강재 유입, 건설업 침체가 맞물렸다. 미래사업으로 투자한 이차전지 소재 사업은 글로벌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성장세가 꺾이는 상황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국은 철강·알루미늄 및 파생상품에 지난달 12일부터 25%의 관세를 부과했다.
포스코그룹의 비핵심 자산 솎아내기는 현재 진행 형이다. 포스코그룹은 지난달 일본제철의 4678억 원 규모의 주식을 매각할 예정이라고 공시했다. 현금 유동성 확보를 위해서다. 포스코그룹은 지난해에만 125개의 정리 대상 프로젝트 중 45개 사업을 정리, 6625억 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올해는 추가로 61개 저수익 사업을 정리한다고 공표했다.
정은미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철강, 자동차, 이차전지는 미국과 중국의 관세전쟁 한가운데 있다”면서 “중국산 철강을 한국서 가공한 후 미국으로 유입되는 것에 대한 미국 측의 압박이 굉장히 심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포스코그룹 입장에서는 중국에서 만든 철강 제품은 중국에서 팔거나 아시아 시장에서 소화하는 수밖에 없다"면서 "그러나 최근에 태국, 말레이시아 등 아세안 국가마저 중국에 반덤핑을 걸며 중국 시장에서 팔지 못하면 판로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새로운 시장을 찾는 수밖에 없는데, 아직 충분한 물량 공급이 되지 않은 곳이 특히 인도"라며 "인도 철강 시장은 본격적인 도약 단계에 들어섰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