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단추는 끼웠지만…조율 여전히 숙제
울산은 결국 이견 못 좁혀
업계, 전기료 감면 등 건의
정부가 제시한 데드라인에 맞춰 석유화학 업계가 사업 재편안을 제출하며, 구조 개편의 큰 틀이 마련됐다. 이제 산업단지별 감축 물량과 기업 간 역할 분담 등 세부 조율이 남았다. 논의가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22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주요 석유화학 기업 최고경영자(CEO)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김동춘 LG화학 CEO, 이영준 롯데케미칼 사장, 남정운 한화솔루션 사장, 허성우 GS칼텍스 본부장, 류열 에쓰오일 사장, 김종화 SK지오센트릭 대표, 이천석 효성화학 대표, 김종현 DL케미칼 부회장, 조남수 HD현대케미칼 대표 등 12개 석화 기업 대표가 참석했다.
이날 간담회는 사업재편안을 제출한 석유화학기업들을 대상으로 의견 수렴과 신속 추진을 독려하기 위해 마련됐다.
김 장관은 “모든 기업들이 정부가 제시한 로드맵 기한 내에 사업재편안을 제출했다”면서 이를 충실히 이행한다면 업계 자율 설비감축 목표인 270만~370만t(톤)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자평했다. 그러면서 기업들에 이번 사업재편안을 바탕으로, 최종안을 조속히 수립해달라고 촉구했다.
김 장관은 이날 모두발언을 통해 “구조개편은 단거리 경주가 아니라 마라톤이다. 정부와 기업은 이인삼각의 원팀으로 같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뒤에서 재촉하는 존재가 아니라 함께 뛰는 동반자가 되겠다”고도 덧붙였다.
이날 간담회는 약 1시간 정도 소요됐다. 김 장관 모두발언이 끝난 뒤 참석한 기업 대표들은 정부에 빠른 재편안 실행을 강조했고, 또 돌아가면서 정부에 지원책 등응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간담회가 끝난 뒤 기업 대표들은 기자들의 질문에 굳게 입을 다문 채 빠르게 자리를 떠났다. 김종현 DL케미칼 대표이사 부회장은 “전기 요금이 너무 올라서 부담이 크다는 얘기도 나왔고, 비싼 원료값, 중국과의 관세 문제 등 전반적인 업계 어려움 등이 주요 주제였다”고 말했다. 전기 요금 감면 목소리에 김 장관은 검토해보겠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업 관계자들은 제출 완료에 의미는 있지만, 실질적인 협의는 이제부터라고 입을 모았다. 한 석화 기업 관계자는 “어디 설비를 얼마나 줄일지, 어느 산단에서 얼마나 NCC를 감축할지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며 “3개 산단 간, 기업 간 감축량을 두고 정부가 어느 정도의 조율을 하는 역할을 중간에서 해주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산단별 온도 차도 감지된다.
여수 산단에서는 LG화학이 GS칼텍스와 협력해 재편안을 19일 제출했다. 두 기업이 합작법인(JV)을 설립한 뒤, GS칼텍스 공장과 거리가 멀고 가동 34년차로 설비가 노후된 LG화학 1공장을 폐쇄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이 50대 50으로 지분을 출자해 설립한 여천NCC는 47만t 규모의 3공장 폐쇄 방안이 유력하다. 1, 2공장 추가 폐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충남 대산산단 역시 대규모 NCC가 밀집돼 있어 설비 통합이나 공동 운영 논의가 나오고 있으나, 기업별 이해관계가 달라 합의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대산산단에서는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이 1호로 재편안을 정부에 제출했다. 110만t 규모의 롯데케미칼 대산공장을 폐쇄하는 재편안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울산 산단은 구조개편 협의가 가장 어려운 지역이다. SK지오센트릭과 대한유화(90만t), 에쓰오일(18만t) 등 3사는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컨설팅을 의뢰했으나 SK지오센트릭과 대한유화가 끝내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결국 3사는 '단계적 접근'이라는 대략적인 방향만 담은 재편안을 정부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3개 산단에서 모두 재편안을 제출하면서 공급 과잉 해소라는 목표에는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산단별 이해관계를 어떻게 풀어낼지는 여전히 숙제로 남게 됐다. 한편 정부는 고부가 전환을 지원하기 위한 ‘화학산업 혁신 얼라이언스’를 23일 출범하고, 지역 중소기업 애로 해소 및 고용 지원 등을 담은 ‘화학산업 생태계 종합 지원대책’은 내년 상반기 중으로 마련하겠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