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도, 콘서트 티켓도 공짜?…'인플루언서' 마케팅의 명과 암 [솔드아웃]

지금 화제 되는 패션·뷰티 트렌드를 소개합니다. 자신의 취향, 가치관과 유사하거나 인기 있는 인물 혹은 콘텐츠를 따라 제품을 사는 '디토(Ditto) 소비'가 자리 잡은 오늘, 잘파세대(Z세대와 알파세대의 합성어)의 눈길이 쏠린 곳은 어디일까요?

원본보기
▲(김다애 디자이너 mnbgn@

"뽀용(뽀얗고 부드러운)한 블러셔를 찾는다면 이거예요."

"여름에 툭 걸치기 너무 좋아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보다 보면, 구매 욕구를 자극하는 문구나 내 추구미가 담긴 썸네일이 눈에 들어온 적 있을 겁니다.

적지 않은 콘텐츠엔 '제품 협찬', '단순 선물', '유료 광고' 등의 해시태그가 함께 적혀 있는데요. '진짜' 사용 후기를 기대하고 클릭한 콘텐츠라면, 일말의 실망감이 들기도 하겠죠.

바야흐로 인플루언서의 시대(?)입니다. 특히 트렌드가 빠르고 다양한 패션·뷰티 업계에서는 인플루언서를 활용한 마케팅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데요. 인스타그램부터 X(옛 트위터)는 물론이고 틱톡, 유튜브, 그리고 스레드 같은 신생 플랫폼에서도 #협찬 등 해시태그를 볼 수 있습니다.

과거엔 팔로워 수가 많은 대형 인플루언서가 협업 대상에 해당됐지만, 요즘은 수백~수천 명의 팔로워를 지닌 이른바 마이크로·나노 인플루언서들도 유명 브랜드와 협업합니다.

덕분에 더 많고 다채로운 후기 콘텐츠를 볼 수 있게 됐지만, 오히려 협찬 콘텐츠가 범람하며 소비자들의 실질적인 구매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는데요. 패션·뷰티 업계뿐만 아니라 K팝 팬덤에서도 유사한 비판이 나와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원본보기
▲Z세대 사이 인기가 높은 뷰티 브랜드 퓌, 데이지크의 시딩 키트. (출처=퓌, 데이지크 인스타그램 캡처)

비주얼 중심 산업…특별한 시딩 키트도 제작

패션·뷰티 업계가 인플루언서 마케팅에 특히 집중하는 이유는 단순히 '유행'을 의식해서가 아닙니다. 업계 구조부터 소비 방식, 미디어 환경이 모두 맞물린 영향이라고 분석할 수 있죠.

일단 패션·뷰티 제품은 기능에 앞서 시각적 이미지가 구매를 유도하는 핵심 포인트입니다.

인플루언서는 SNS를 통해 제품 착용 컷, 메이크업 룩, 스타일링 영상 등 직관적이고 몰입감 있는 콘텐츠를 제작하게 되는데요. 단순 카탈로그와 달리 실제 착용 및 사용 모습을 볼 수 있어 신뢰도를 높이죠. 이에 적지 않은 브랜드가 인플루언서 전용 시딩 키트를 마련하기도 합니다.

특히 패션·뷰티 제품은 무엇보다 '입소문'이 중요한데요. 개인 후기, 사용 경험 공유에 방점을 찍고 있습니다. 이에 친구처럼 말하는 콘텐츠는 친밀감과 신뢰감을 주기 쉽고요. 광고보다는 인플루언서의 "내가 써봤는데, 진짜 대박"이라는 한 마디가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거죠.

또 유행과 신제품 출시 주기가 빠른 탓에 타이밍이 생명인데요. 광고는 기획부터 제작, 유통 등보다 긴 과정과 시간이 소요된다면 인플루언서 마케팅은 빠른 노출이 가능해 속도전에서는 우위를 점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Z세대는 쇼핑 정보를 SNS에서 탐색하는 게 일상입니다. 인플루언서 콘텐츠가 검색의 출발점이자 구매 결정의 핵심이 되는 구조라는 건데요. 쇼핑몰·브랜드 역시 인플루언서 전용 링크를 개설하면서 SNS 유입을 노리곤 하죠.

즉 패션·뷰티 산업은 시각적 선호도가 높고, 제품 라이프사이클이 짧으며, 후기 기반의 소비 신뢰도가 결정적인 업종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즉각적 노출과 개인 추천이 가능한 인플루언서 마케팅이 가장 효율적인 수단으로 자리 잡은 것도 자연스러운 일로 풀이되죠.

원본보기
▲인스타그램 뒷광고 자진 시정 사례. (사진제공=공정거래위원회)

부작용 없을까?…소비자 반감 자아내며 '역효과'도

그러나 부작용도 있습니다.

협찬 사실을 숨긴 채 '내돈내산'(내 돈으로 내가 산 제품)인 것처럼 포장하거나, 모든 제품에 대해 호평을 내놓는 과장된 리뷰 콘텐츠가 반복되면서 광고 효과는커녕 브랜드와 인플루언서에 대한 불신만 키우는 사례도 속속 포착되고 있죠.

2020년부터 공정거래위원회가 '추천 보증 등에 관한 표시·광고 심사지침'을 개정하면서 이른바 '뒷광고'에도 제동이 걸렸는데요. 뒷광고는 경제적인 대가를 받고도 이를 교묘하게 숨긴 채 제품·서비스를 광고하는 게시물을 말합니다.

그런데 뒷광고가 사라지기는커녕, 더 교묘해졌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실로 지난해 공정위가 인스타그램, 네이버 블로그, 유튜브 등 SNS 게시물을 모니터링해 적발한 뒷광고는 총 2만2011건이었습니다. 인플루언서가 광고 사실을 명확히 밝히지 않고 브랜드 앰배서더라고만 적어놓거나, 이마저도 더보기란이나 댓글창 등 잘 보이지 않는 곳에 기재해놓은 사례가 포착됐는데요. 최근에는 인플루언서가 제품을 구매하면 결제금액 일부를 캐시백해주는 일명 '인플루언서 카드'가 등장하는 등 뒷광고 수법이 교묘해지고 있어, 실제 공정위의 감시망을 피한 뒷광고는 훨씬 많을 것으로 보입니다.

피로감까지 더해집니다. 여러 인플루언서 계정에서 비슷한 제품과 문장, 유사한 이미지가 반복 노출되면서 소비자 사이에서는 "또 광고야?"라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는데요. 패션·뷰티 업계처럼 유행 주기가 짧은 분야에선 이 문제가 더욱 심각합니다. 차별성 없는 콘텐츠는 노출은 되더라도 구매로는 잘 이어지지도 않죠.

또 협찬·시딩을 기반으로 한 인플루언서 콘텐츠가 범람하면서 정보와 광고의 경계가 흐려지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이 나옵니다. 검색 결과 상위에 뜨는 후기조차 사실은 협찬 콘텐츠인 경우가 많아, 소비자는 정확한 정보를 얻기 어려워졌는데요. 질보다는 홍보 예산이 브랜드의 가치를 결정하는 구조적 왜곡으로 이어질 우려도 있죠.

무엇보다 이 모든 마케팅 비용이 전가되고 있다는 게 소비자들이 비판 목소리를 높이는 지점입니다. 브랜드는 협찬 제품, 광고비, 이벤트 경품까지 막대한 예산을 쓰는데요. 그 비용은 결국 제품 가격에 반영됩니다. 실상은 소비자가 인플루언서 광고비까지 부담하고 있는 셈이라는 거죠.

원본보기
▲(사진제공=YG엔터테인먼트)

"콘서트 초대권, 꼭 필요한가요?"…블랙핑크 콘서트에도 갑론을박

화장품, 의류뿐 아니라 티켓까지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되는 요즘입니다.

적지 않은 페스티벌, 콘서트, 연극 등 문화행사가 초대권을 마련하는데요. 특히 브랜드가 공식 협찬사일 경우 협찬 브랜드 홍보 콘텐츠 업로드 대가로 티켓을 제공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경우 티켓은 인플루언서 시딩의 일환으로 볼 수 있고, 일정 협찬료도 함께 지급될 수 있죠.

문제는 티켓은 한정적이라는 겁니다. 티켓 경쟁률이 치열할 수도, 고민 끝에 포기할 만큼 고가의 가격일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 팬덤은 물론 소비자 간의 형평성 논란을 초래할 수도 있는데요. 실로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그룹 블랙핑크의 월드투어 소식에도 가격 논란이 일면서 초대권에 대한 갑론을박이 벌어졌습니다.

한 X 이용자는 블랙핑크의 콘서트 개최 소식에 "팬은 최소 35만 원 주고 가지만, 인플루언서와 연예인들은 공짜로 보는 콘서트일 것"이라고 아쉬움을 표했습니다. 7월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리는 블랙핑크의 콘서트는 최소 13만2000원에서 최고 27만5000원의 티켓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가장 비싼 좌석인 블링크석은 다양한 혜택을 포함하고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선예매가 가능한 팬클럽에 가입할 경우 가입비 2만5000원, 교통비와 숙박비 등을 고려하면 사실상 30만 원대의 콘서트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좌석 외 부가 혜택을 포함한 티켓이더라도 지나치게 고가라는 비판이 나오는가 하면, 공연이 질적으로 값어치를 한다면 문제가 없다는 반응도 적지 않습니다.

물론 인플루언서를 활용한 마케팅이 문제라는 건 아닙니다. 브랜드 입장에선 더 많은 소비자에게 제품을 알리고, 공연·이벤트 홍보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중요한 전략이고요. 이들의 콘텐츠를 비교, 분석해 실제 구매에 활용하는 소비자도 적지 않습니다.

다만 '진짜 후기를 기대했던 소비자', '제값 주고 티켓을 산 팬'에게 돌아오는 상대적 박탈감 역시 무시할 수 없는 목소리인데요. 인플루언서 마케팅이 일상화된 시대, 그 속도를 따라가기 전 한 번쯤은 '누구를 위한 홍보인지'를 되묻는 시선도 필요해 보입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