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전까지 경제ㆍ금융정책 동력 약해질듯
소상공인 지원ㆍ첨단산업기금 등은 추진 전망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되면서 정부가 국정과제로 추진 중인 경제ㆍ금융정책의 동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 공백기와 조기 대선 결과가 정책 추진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권 교체 시 이어질 경제사령탑 재구성에 따른 혼란 등으로 금융권 전반이 불확실성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비상대응 체제로 전환하고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금융시장 안팎의 상황을 모니터링 중이다. 금융당국은 당초 계획한 금융정책을 차질 없이 추진한다는 방침이지만 행정부 수장인 대통령의 불명예 퇴진으로 사실상 동력을 잃었다. 무엇보다 6월 조기 대선이 실시되는 상황에서 여야 협조가 필요한 경제ㆍ금융정책 시행은 표류할 가능성이 커졌다.
대표적인 정책으로는 금융안정계정이 꼽힌다. 금융안정계정은 글로벌 금융위기 같은 갑작스러운 위기 상황에서 일시적인 자금난에 처한 정상 금융사에 미리 유동성을 공급하는 장치다. 발동ㆍ자금지원 요건 등 여야 협의가 필요한 부분이 여전하지만 대선 정국에 들어가면서 뒷전으로 밀려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7월과 8월 여야가 각각 대표 발의한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은 모두 정무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정부와 여당이 추진 중인 자본시장법 개정안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자본시장법 개정 추진은 야당의 상법 개정안에 대응하는 조치다. 상법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기존의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넓히는 내용을,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상장사 합병 등의 경우에 일반 주주 보호를 강화하는 등 상대적으로 기업의 부담을 낮추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가계대출 관리와 관련해 잡음이 생길 수 있다는 시각이 있다. 국토교통부 등 관계부처와 협조가 필요해 콘트롤타워가 부재한 상황에서 일관성 있는 정책 추진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다만 가계대출 관리 강화 기조는 꾸준히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가계대출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과도하다는 인식은 문재인 정부 때부터 이어져 온 공통된 인식이었다"며 "고승범 금융위원장 시절에는 가계대출 총량제로 강력 규제를 했고, 현 정부에서도 큰 틀은 비슷하게 가계부채 비율을 낮추는 것을 정책 기조로 삼아왔기에 이번에도 집권당에 상관없이 (가계대출 이슈에 대한) 정부의 기조는 일관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관련 정책의 경우 속도 조절 가능성이 제기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밸류업 관련 정책도 코리아 디스카운드(한국증시 저평가)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만큼 현 기조는 이어지겠지만 추진력이 강하지는 못할 것"이라며 "기존 정책 추진의 연장 선장에서 지속되다가 본격적인 드라이브는 대선 이후에야 가능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소상공인 대상 지원은 정치적 불확실성과 관련 없이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금융권의 중론이다. 여야 모두 소상공인, 소기업 대상 금융지원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앞서 1월 20일 6개 은행장(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IBK기업은행)과 만나 민생경제 회복을 위한 추가적인 역할을 당부하기도 했다.
한국산업은행이 50조 원 규모의 첨단전략산업기금을 운용하는 내용을 담은 산은법 일부 개정안도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진 만큼 순조로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앞서 여야는 지난달 27일 해당 법안을 공동발의했다. 강석훈 산은 회장의 거취는 의견이 분분하다. '윤석열 경제교사'로 알려진 강 회장의 임기는 올해 6월까지다.
금융당국 수장들의 연이은 교체가 이뤄질 수도 있다. 지난해 7월 취임한 김병환 금융위원장의 경우 임기를 2년 정도 남겨두고 있지만 2022년 6월에 취임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임기 만료까지 2개월 남았다. '윤석열 사단'의 막내로 꼽히는 이 원장은 이미 두 차례 사의 표명의사도 밝힌 바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정책의 방향성과 실행력을 좌우할 수장들의 거취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시장은 이미 조심스러운 관망세에 들어갔다"며 "당분간은 정책보다 정국이 시장을 더 크게 흔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