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여억 원 투입해 대동 지분 매입, 2대주주로 부상
중견그룹 대동의 오너가 4세인 김신형 씨가 최근 주가 급등 양상을 보인 계열사 주식을 팔아 그룹 정점에 있는 모기업 지분을 확대해 눈길을 끈다. 김준식 회장의 장남인 김 씨는 일찌감치 모기업 지분을 직접 사들이며 후계자로 낙점된 것으로 평가된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김 씨는 이달 7일과 11, 12일 세 번에 걸쳐 대동기어 주식 46만 주(5.12%)를 장내에서 팔았다. 주당 평균 2만5000원대 전후로, 김 씨는 주식을 팔아 총 116여억 원을 손에 쥐게 됐다.
대동기어는 대동의 주요 계열사 중 하나로 자동차와 농기계, 산업기계 등의 동력전달장치용 부품과 트랜스미션 등의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작년 한 해 매출 2571억 원, 영업이익 45억 원을 기록했다.
김 씨는 이번 주식 매도 직전까지 대동기어의 3대 주주로서 6.23%(56만 주)의 지분을 갖고 있었다. 17살 때인 2018년 6월 16억여 원을 들여 매입한 주식이다. 당시 취득가가 2925원임을 고려하면 김 씨는 이번 매도로 100억 원가량의 차익을 얻은 셈이다. 대동기어 주가가 우크라이나 재건 테마에 엮이며 근래 급등한 것이 최적의 매도 타이밍이 됐다.
김 씨는 대동기어를 팔아 확보한 현금을 그룹 모회사인 대동 지분 확보에 활용했다. 이달 10~13일 사이 네 번에 걸쳐 매입한 대동 주식은 총 44여억 원어치, 36만7000주(1.43%)로 종전 갖고 있던 주식을 웃도는 규모다. 김 씨가 대동 주식을 매입하기 시작한 건 14살이던 2015년 6월부터다. 김 씨는 2018년 4월까지 18억 원을 들여 18만여 주를 매수했고 이후 고 김상수 회장 타계 후 아버지인 김준식 회장으로부터 4만4000여 주를 증여받았다.
대동 주식 매입으로 그룹 경영권의 4대 승계는 김 씨가 우위에 있음을 다진 것으로 보인다. 대동은 고 김삼만 창업주부터 고 김상수 회장, 김준식 회장에 이르기까지 아들이 가업을 잇고 있다. 김 회장은 슬하에 김 씨 외 딸인 김성연 씨를 두고 있다. 김성연 씨가 김 씨보다 4살 많은 누나이지만 첫 주식 매입 시점은 2016년으로 뒤처지며 현재 지분도 0.11%에 불과하다. 김 씨는 이번 지분 매입으로 큰아버지인 김형철 대동모빌리티 고문을 제치고 아버지에 이어 2대 주주가 됐다.
회사 관계자는 “(김성연 씨가) 아직 24살로 어리고 미국에서 학업 중에 있어 경영권 승계 향방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시간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며 “경영권 강화 차원에서 매입한 게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