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에너지부 “최하위 범주”...추가 이유는 알려지지 않아
과학‧기술 협력에 제한 한정적이라지만, 동맹 약화 우려
일본·필리핀 등 인태 순방서 한국 제외
미국 정부가 올해 1월 한국을 원자력과 인공지능(AI) 협력 등을 제한할 수 있는 ‘민감국가(Sensitive Country)’ 리스트에 동맹국인 한국을 추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알려진 대로 4월 15일부터 이대로 시행될 경우 그간 전방위적으로 협력 범위를 넓혀온 한미 동맹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첨단기술 협력에도 제약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15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관련 주무부서인 미 에너지부(DOE)는 14일(현지시간) 한국을 ‘민감국가 및 기타 지정국가 목록(Sensitive and Other Designated Countries List·SCL)’에 추가했다고 공식 확인했다. 해당 조치는 도널드 트럼프 현 행정부 출범 직전인 올해 1월 초 바이든 전 행정부에서 이뤄졌다. 다만 바이든 전 행정부가 한국을 추가한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민감국가는 정책적 이유로 특별한 고려가 필요한 국가로, 한국이 민감국가로 분류되면 미국과의 협력에 여러 제약이 생길 수 있다. 미국은 국가안보‧핵 비확산‧지역 불안정‧경제안보 위협‧테러 지원이 이유로 특정 국가를 민감국가에 추가할 수 있다. 현재 민감국가로 분류된 나라는 중국, 러시아, 북한, 시리아 등이다.
민감국가로 분류되면 DOE 관련 시설이나 산하 연구기관에 방문, 공동연구 진행에도 사전 허가가 필요하고, AI‧양자과학 등 첨단 과학기술 협력과 연구 참여 등도 엄격한 통제를 받게 된다.
DOE에 따르면 한국은 SCL의 최하위 범주인 ‘기타 지정 국가(Other Designated Country)’여서 제약이 상대적으로 약할 수 있지만, 민감국가 리스트 포함이 확정되면 제약을 피할 수는 없을 전망이다. 리스트에 추가됐다는 사실만으로도 밀착 협력이 제한될 수 있다.
한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핵심 동맹국으로 자리매김해왔다는 점에서 한미 안보동맹에도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다. 등급에서 차이가 있더라도 DOE 차원에서는 테러지원국이자 불법 핵무기 개발국인 북한과 한국이 유사하게 분류되기 때문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한국은 이미 외교·경제적으로 시험대에 오른 상태라는 점도 우려를 키운다.
바이든 전 행정부가 한국을 민감국가 리스트에 추가한 시기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한 1월 20일을 직전 마지막 ‘정책 대못박기’에 속도를 내던 때다. 당시 한국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와 탄핵소추안 가결 등이 이어지는 등 정치적 격변이 이어지고 있었다.
윤 대통령이 한국 자체 핵무장을 강조해온 점도 주목할 점이다. 미국이 한국 자체 핵무장론에 경고 메시지를 던진 것 아니냐는 관점에서다. 백악관에서도 당시 한국의 핵무장론에 ‘한반도 비핵화’라는 미국의 정책을 재확인하기도 했다. 다만 리스트 자체는 DOE 자체 판단에 따라 분류하는 것으로 알려져 미 정부 차원의 판단 유무는 불투명하다.
민감국가 리스트 추가에 대한 제한은 4월 15일부터 발효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리스트가 실제로 발효되는 것을 막는 게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윤 대통령 탄핵 소추로 국가적 리더십이 부재한 상태인 데다 헌법재판소 결정 임박으로 우려가 가중되는 상황이다. 바이든 전 행정부 말기 이뤄진 조치를 우리 정부가 최근 파악 중이라는 입장을 밝힌 데 대한 논란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한편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이 취임 후 첫 인도태평양 지역 순방 일정에서 한국을 제외하면서 한미 동맹에 연이은 적신호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같은 결정에는 한국 계엄 사태 이후의 탄핵 국면 등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