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등급 하락 사전 인지 의혹 “사전 준비 없었다” 일축
“일정 맞춰 모든 채권 상환할 것”
김병주 MBK 회장 사재 출연 요구엔 “말할 사안 아냐”
기업회생(법정관리)절차에 들어간 홈플러스가 채권 변제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다만 홈플러스 경영진과 대주주인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MBK)가 홈플러스의 신용등급 하락 사실을 미리 알고 기업회생을 신청했다는 의혹과 김병주 MBK 회장의 사재 출연 요구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홈플러스는 14일 오전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상거래 채권 지급 현황과 향후 기업회생절차 계획 등을 밝혔다. 기자간담회에는 홈플러스 각자 대표를 맡고 있는 김광일 MBK 부회장과 조주연 사장 등 주요 경영진이 참석했다.
홈플러스에 따르면 13일 기준 변제해야 할 상거래 채권 중 3400억 원을 상환 완료했다. 현재 이들은 모든 채권을 일시에 지급하기 어려운 만큼 소상공인과 영세업자의 채권을 우선순위로 해 순차적으로 변제 중이다.
조주연 홈플러스 사장은 “이번 회생절차로 인해 불편을 겪고 계신 협력사, 입점주, 채권자 등 모든 분께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3일 기준 현금시재가 약 1600억 원이며 영업을 통해 매일 현금이 유입되고 있는 점을 고려했을 때 잔여 상거래채권 지급도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대기업 협력사들이 조금만 양보해 준다면 분할상환 일정에 따라 반드시 모든 채권을 상환할 것”이라며 “긴급 자금 대출을 받는 경우 그 이자도 지급하는 등 회사가 할 수 있는 모든 부분에 대해 책임을 다함으로써 어떠한 분도 피해를 입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홈플러스는 향후 기업회생 절차 계획 등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우선 홈플러스는 내달 초순까지 채권자·담보권자 주주목록을 법원에 제출하고 6월 3일 회생계획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정원휘 홈플러스 준법경영본부장은 “회생계획안에는 이해관계인의 권리조정, 변제방법, 채무자 변화의 조치 등이 담길 것”이라면서 “회생계획안이 가결되면 법원은 인가하는 결정을 내리고, 인가 결정으로 확정된 회생계획을 잘 수행하면 종결을 맞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날 홈플러스 경영진과 대주주인 MBK를 향한 비판도 잇달아 제기됐다. 김광일 MBK 부회장은 홈플러스의 신용등급 하락 사실을 미리 알고 기업회생을 신청했다는 의혹에 대해 부인했다. 김 부회장은 “(회생신청을)사전에 준비한 적 없다”며 “(신용등급 하락 이후 3월)연휴 기간 중에 의사 결정해서 신청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앞서 홈플러스는 13일 입장 자료를 통해 “2월 25일 오후 4시경 신용평가사 한 곳의 실무담당자로부터 당사 예상과는 다르게 신용등급이 한 등급 하락하게 될 것 같다는 예비평정 결과를 전달받고 재심의 신청 의사가 있는지 확인 요청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는 홈플러스의 신용등급 하락 발표 사흘 전으로 그간 홈플러스가 사전에 등급 강등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해온 것과 정면 배치된다.
김 부회장은 또한 홈플러스 점포 매각 후 재임대(세일즈앤드리스백) 방식이 경영을 악화시켰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세일즈앤드리스백은 다른 기업에서 많이 이용하는 방식으로, 점포 매각 자금을 홈플러스 운용자금으로 투입했다”며 “홈플러스의 줄어든 매장 수는 이마트·롯데마트보다 적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 자리에서는 홈플러스 대주주인 MBK의 책임론과 관련해 김병주 MBK 회장의 사재 출연 요구 여론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이에 대해 김 부회장은 “이 자리(홈플러스 간담회)에서 말할 사안은 아닌 것 같다”고 답변을 회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