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 인플레이션’ 심화…대안신용평가 ‘주목’

금융당국 “시장수요 있으면 활성화 지원”
은행 “시장 작아 수요↓...총량 규제도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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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점수 상향 평준화에 따라 대안신용평가가 주목받고 있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17개 은행이 올 1월 중 신규 취급한 신용대출의 평균 신용점수는 909점이다. 1년 전 890점보다 19점, 2023년 871점보다 38점 올랐다. 디지털금융 확산으로 개인이 신용점수를 올릴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고, 팬데믹 때 ‘신용 사면’ 조치 등으로 금융소비자의 신용점수가 전반적으로 높아지는 이른바 ‘신용 인플레이션’ 현상이 심화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신용 인플레는 기존 신용평가 시스템의 변별력을 약화하는 부작용이 있다. 높은 신용점수를 보유하더라도 은행에서 대출 승인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금융거래 이력이 부족한 ‘씬파일러(Thin Filer)’들은 더욱 외면받고 있다. 씬파일러는 최근 2년간 신용카드 사용실적이 없고 3년 내 대출 경험이 없는 금융소비자로 주로 사회초년생이나 고령자, 외국인 등이 포함된다.

금융사들은 신용 인플레에 대응하기 위해 비금융데이터를 활용한 신용평가모형 고도화에 나섰다. 신한·농협은행은 네이버페이와 나이스평가정보가 개발한 네이버페이스코어와 은행 자체 신용평가를 결합한 신용평가모형을 구축하기로 했다. 신한은행은 앞서 올 1월부터 개인사업자 차주의 네이버페이스코어가 우수한 경우, 대출 한도를 확대하는 등의 혜택을 제공 중이다.

KB금융지주는 최근 통신대안평가사 ‘이퀄’과 대안신용평가 계약을 체결했다. KB금융은 씬파일러 대상 대출에 한해 지난해 7월부터 시행해 온 리브모바일 통신데이터 기반 신용평가에 더해 이퀄에서 제공하는 데이터도 참고지표 중 하나로 활용한다. KB금융과 이퀄은 금융지주 계열사별 전산 연동 등 세부 협의를 진행 중이다.

다만 대안신용평가 시스템 도입이 단시간에 확대될 가능성은 작다. 대출 총량 규제가 여전한 상황에서 대안신용평가 결과를 참고지표로 활용하는 금융사들이 대출을 확대할 이유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애초 씬파일러를 대상으로 한 대출 시장 규모 자체가 작아 수익성 등 유인도 크지 않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가계대출 총량 규제와 건전성 관리 탓에 은행들은 보수적으로 신용대출을 내줘야 하는데, 상환 가능성이 큰 안정적인 고객이 아니라면 굳이 나서서 (대안신용평가를) 확대할 필요성이 없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고 말했다. 이어 “은행보다 중·저신용자 대상 대출 상품을 주로 취급하는 카드, 캐피탈 업계의 수요가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용평가업계 관계자도 “대출 총량규제가 가장 큰 걸림돌”이라며 “대안신용평가의 수요자인 금융사 입장에서는 중·저신용자 등 서민 대상 대출에 한해 규제 예외가 확실히 적용돼야 혁신적인 시장을 넓히려는 니즈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대안신용평가 활성화를 위해서는 정책적인 지원이 우선돼야 한다는 시각이 있다. 금융사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은행권이 나서서 대안신용평가를 자체 시스템에 반영해야 씬파일러들의 대출문턱도 실질적으로 낮출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시장수요가 먼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신용평가사 등의 의견을 수시로 들으며 비금융신용평가(CB)업 활성화, 제도권 금융과 연계 강화 등을 고민 중”이라며 “비금융정보를 더했을 때 금융 이력 부족자의 신용도가 오르는 등 효과가 검증되고 상용화 가능성이 큰 모형이 나오며 금융사도 니즈가 있다고 판단되면 금융당국은 적극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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