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경영진단 시 심도있게 논의할 듯
대만 TSMC가 인텔 파운드리 사업부 인수를 위해 엔비디아, AMD 등 미국의 주요 팹리스 기업들에게 손을 내밀었다. 인수 작업이 본격화하면 향후 TSMC와 인텔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물량 대부분을 수주할 것으로 보인다. 파운드리 시장 2위인 삼성전자에게는 큰 악재로 작용하는 만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TSMC는 최근 엔비디아, AMD, 브로드컴, 퀄컴에 인텔 파운드리에 대한 공동 투자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TSMC가 인텔 파운드리 사업부를 운영하되, 지분을 50% 미만만 갖는 조건이다.
그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경영난을 겪고 있는 인텔을 회생시키기 위해 TSMC에 인수를 요청하는 등 압박해왔는데, 구체적인 방안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해당 기업들이 TSMC의 공동 투자 요청을 받아들일 경우, 향후 글로벌 반도체 시장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대규모 연합군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
여전히 파운드리 사업에서 고전하고 있는 삼성전자로서는 새로운 악재가 등장했다는 평가다. TSMC와 인텔의 연합이 현실화할 경우, 미국의 주요 팹리스 고객들이 향후 삼성전자를 배제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엔비디아, AMD, 브로드컴은 최근 인텔의 1.8나노미터(㎚·1㎚=10억분의 1m) 첨단 공정을 테스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미국 정부가 국가 안보 차원에서 자국 내 반도체 제조시설 확대를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만큼 보조금 등 지원이 TSMC-인텔 연합에 집중될 수도 있다. TSMC는 미국 내 5개 공장을 건설하기 위해 향후 4년간 1000억 달러를 추가 투자하겠다고 밝히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환심을 사는 데 총력을 다하고 있다.
반면 상대적으로 삼성전자는 미온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삼성전자는 당초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 파운드리 공장에 440억 달러를 투자하고자 했지만, 최종적으로 370억 달러로 낮췄다. 수율 안정 및 고객사 확보 등에 난항을 겪으면서 가동 시점도 2024년 하반기에서 내년으로 연기된 상황이다.
시장 점유율 역시 내림세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8.1%로, 전 분기 대비 1%포인트(p) 하락했다. 반면 TSMC는 같은 기간 64.7%에서 67.1%로 늘리면서 삼성전자와의 격차를 넓혔다.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은 최근 사업부별로 삼성글로벌리서치 산하 경영진단실의 경영진단을 받고 있는 만큼 파운드리사업부 진단에서 해결 방안 및 대책 등을 심도 있게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수율 확보 등 기술력 회복이 급선무다. 2나노 선단 공정의 경우 TSMC 수율이 60% 수준에 육박하는 반면, 삼성전자는 20~30%대에 머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결국 삼성전자가 이 위기를 극복하려면 첨단 공정 기술의 수율 개선과 함께 고객사 신뢰 회복이 필수적”이라며 “AI 칩 등 고부가가치 제품군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메모리 분야와의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전략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