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W “두테르테, 혐의에 맞서 싸운다는 입장”
수일 내 예비 심문 열릴 듯...본격 재판까지는 수개월
‘마약과의 전쟁’을 이유로 반인도적 살상 범죄를 일으킨 혐의를 받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필리핀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수감됐다.
도이체벨레(DW) 등에 따르면 ICC는 “반인도적 범죄 살인 혐의로 필리핀 당국에 체포된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필리핀 대통령이 ICC에 수감됐다”고 밝혔다. 전날 필리핀 마닐라에서 이륙한 두테르테 전 대통령 압송 항공편은 이날 ICC가 있는 네덜란드 헤이그에 도착했다.
향후 심문 기일은 앞으로 수일 내로 예비 심문이 열리면 ICC가 두테르테 전 대통령의 신원과 그가 기소 내용을 이해했는지 등을 확인한 뒤 정하게 된다. 본격적인 재판이 시작되기까지는 수개월이 걸릴 전망이다. 유죄로 판결되면 최대 종신형 선고가 예상된다.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압송 항공기 내에서 착륙 무렵 소셜미디어(SNS)에 공유한 영상에서 “나는 법 집행기관과 군대를 이끈 사람”이라며 “여러분을 보호하고 이 모든 것에 대해 책임을 지겠다고”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적 절차는 길겠지만, 나는 계속해서 나라를 위해 봉사할 것”이라며 “이것이 내 운명이라면 알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혐의에 맞서 싸우겠다는 입장이라고 DW는 전했다.
ICC에 따르면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필리핀 남부 다바오시 시장이던 2011년 11월 1일부터 대통령 재임 당시인 2019년 3월 16일까지 마약 범죄 소탕을 명목으로 대규모 살상을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필리핀 경찰은 마약과의 전쟁 중 6000여 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했지만, 인권단체는 피해 규모가 3만 명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마약 복용자나 판매자가 곧바로 투항하지 않으면 총격을 가할 수 있도록 했고, 피해자는 주로 빈곤 지역에서 발생했다. 인권단체는 무고한 사람들과 행인들까지도 총격전에 휘말리면서 피해가 커졌다고 보고 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2016~2022년 재임했다.
ICC는 2021년부터 두테르테 전 대통령에 대한 정식 조사를 시작, 체포영장 발부에 따라 필리핀 당국 협조로 11일 마닐라 국제공항에서 그를 체포했다.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재판 기간 ICC 구금 센터 내 침대·책상·찬장·세면대·변기를 갖춘 약 10㎡ 넓이의 방에서 수감 생활을 하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방에는 PC가 설치돼 이를 통해 변호사가 제공한 재판 관련 파일을 살펴보거나 도서관·휴게실·조리 시설 이용이나 산책·달리기·배구·테니스·농구 등의 활동도 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