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與 “소송 남발, 투기자본 공격” vs 野 “장기투자자 올 것”
與, 당론으로 부결…최상목 대행에 거부권 행사 요청 방침
이복현 “주주가치 제고 해외에 밝혀와…거부권 행사 반대”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 등을 담은 상법 개정안이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상법 개정안을 두고 ‘강대강' 대치를 이어온 여야는 이날 본회의에서도 “주주들의 소송 남발 가능성이 커진다”, “장기투자자들이 들어온다”며 맞붙었다. 재계는 소송 남발과 투기 자본 공격 등을 이유로 반발해왔다.
국회는 13일 오후 본회의를 열고 상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을 야당 주도로 통과시켰다. 재적인원 279인 중 찬성 184인, 반대 91인, 기권 4인으로 가결됐다.
상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소액 주주들의 권익 보호를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와 ‘전자 주주총회’ 등이 담겼다.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 의무를 명문화하고, 이사회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총 주주의 이익을 보호하고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하도록 규정했다. 또 상장회사가 전자주주총회를 소집 시 총회와 병행 개최할 수 있도록 소액주주의 의사결정 참여 확대를 꾀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상법 개정안은 지난달 26일 야당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으나 우원식 국회의장이 교섭단체 간 이견이 커 추가 협의가 필요하다며 본회의에 상정하지 않은 바 있다.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긴 했으나 국민의힘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겸 부총리에 거부권(재의요구권)을 요청할 방침 인만큼 도입 여부는 최 대행의 공으로 넘어가게 됐다. 권 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만약 민주당이 오늘 상법 개정안을 또다시 일방 통과시키면 즉각 재의요구권을 건의해 우리 기업을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여야는 상법 개정안의 명분과 실효성을 두고 ‘강대강’ 대치를 이어왔다. 이재명 대표는 “상법 개정은 대한민국 주식시장이 선진 자본시장으로 향하는 첫 걸음”이라고 한 반면 권성동 원내대표는 “자유시장 근간을 어지럽히는 악질 법안”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경제계도 이사의 충실 의무가 과도하게 확장될 경우 이사에 대한 소송이 남발될 거라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이날 상법 개정안 통과 전 반대 토론에 나선 최은석 국민의힘 의원은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하면서 모든 주주를 만족시키는 기업의 혁신은 애당초 불가능하다. 왜 기업에게 그것을 강요하는 것인가”라며 “경영의사결정에 따른 불이익을 주장하는 주주들이 소송을 남발할 가능성이 커지고 해외투기자본의 공격 우려가 커져 기업들이 온전히 경영에 전념하기가 어렵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찬성 토론에 나선 이소영 민주당 의원은 “(그동안) 알짜 사업부를 떼어내서 중복 상장하고 핵심 계열사의 총수의 회사와 헐값에 합병하고 의도적으로 주가를 떨어뜨리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한국 증시는 국제지수에서의 비중이 대만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며 “증권 집단소송이 도입될 때도 소송 남발을 우려했지만 20년간 실제 제기된 소송은 12건에 불과했다. (도입되면) 장기투자자들이 들어온다”고 주장했다.
윤석열 정부의 금융감독원 수장인 이복현 원장은 상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에 반대를 주장하고 있다. 이복현 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한국경제인협회에서 열린 '기업·주주 상생의 거버넌스 구축을 위한 열린 토론'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주주가치 제고와 관련한 논의를 원점으로 돌리는 형태의 의사결정은 저로서는 도저히 수용할 수 없다"며 "직을 걸고서라도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작년 12월 이후 현 경제팀은 공매도 재개와 주주가치 제고에 대해 일관된 의지를 해외 투자자 등에게 밝혀왔다”며 "재의요구권 행사는 그간 명확히 헌법적 가치에 반하는 것들에 대해 이뤄져 왔는데, 이번 건(상법 개정안)이 과연 거기에 해당하는지 의문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국무위원도 아닌 금감원장이 소관 법률도 아닌 것에 대해 그런 발언을 한 건 적절하지 않다”며 “검사 때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하던 습관이 금감원장이란 막중한 자리에서도 나오는 것 같아 안타깝다”는 반응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