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 엔비디아 칩 수출 규제 강화 검토
AI 패권 경쟁 한층 치열해질 듯
소프트뱅크, 오픈AI 250억 달러 투자 협상 중
29일(현지시간) 미국 AI 칩 대장주인 엔비디아 주가는 전일 대비 4% 넘게 급락 마감했다. 27일 17% 가까이 폭락한 후 전날 8.93% 반등에 성공했지만, 다시 급락세로 전환한 것이다.
이날 엔비디아의 주가 하락 원인은 이른바 ‘딥시크’ 여진에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설명했다.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가 미국 업체들보다 훨씬 적은 비용인 600만 달러(약 86억 원)도 안 되는 자금과 저성능 반도체만으로 미국의 최상위 생성형 AI 수준인 ‘딥시크 R1’을 자체 개발했다고 최근 밝히면서 그 충격이 지속되고 있다. 딥시크는 AI 모델 하나를 개발하는 데 적게는 1억 달러에서 10억 달러의 비용이 필요하다는 기존의 관념을 무너뜨렸다.
그간 국가안보를 이유로 고성능 반도체에 대한 중국 수출을 통제하며 AI 개발에 있어서 우월적 지위를 공고히 하려던 미국 정부는 물론 AI 개발에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부었던 빅테크는 충격에 휩싸였다.
실리콘밸리 유명 벤처 투자자인 마크 앤드리슨은 딥시크 R1을 두고 구소련이 미국보다 먼저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쏘아올려 미국에 충격을 안겼던 ‘스푸트니크 모멘트’라고 평가했다. 오픈AI 출신 AI 컨설턴트인 잭 카스는 딥시크의 등장에 대해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단언했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27일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딥시크의 R1 모델에 대해 “인상적”이라고 언급하면서 “이에 대응해 새로운 모델의 일부 출시를 앞당길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중국 딥시크와의 ‘경쟁 모드’에 돌입한 것이다.
급기야 업계 안팎에서 딥시크가 AI 모델 훈련을 위해 오픈AI 데이터를 무단으로 수집했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오픈AI와 최대 투자사인 마이크로소프트(MS)는 조사에 착수한다고 이날 밝혔다.
또 블룸버그는 트럼프 행정부가 저사양으로 출시된 엔비디아의 ‘H20’ 칩에 대해서도 대중국 수출 통제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월가에서는 딥시크가 더 적은 비용으로 오픈AI의 챗GPT와 맞먹는 성과를 내자 미국 AI 업계가 지금껏 과잉투자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는 1990년대 닷컴 버블 붕괴 재현 우려를 고조시켰다.
여전히 AI 패권을 쥐기 위한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소프트뱅크는 오픈AI에 최대 250억 달러를 직접 투자해 최대 주주로 올라서는 방안을 놓고 협상 중이다.
알리바바는 이날 딥시크와 오픈AI, 메타의 AI 모델을 뛰어넘는 성능을 지닌 새 AI 모델 ‘큐원 2.5-맥스’를 출시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