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악명 높은 ‘관타나모 수용소’에 불법 이민자 3만 명 수용한다

입력 2025-01-30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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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 이후 테러용의자 심문하던 장소
건설비용 등 현실적 어려움
공포심리 조장 전략이라는 분석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불법 체류자 단속 및 추방 관련 법안 서명 후 들어보이고 있다. 워싱턴D.C.(미국)/UPI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쿠바 관타나모 소재 미군 기지에 미국 본토에서 추방된 불법 체류자를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관타나모 수용시설은 9·11 테러 당시 테러 용의자를 구금하며 ‘인권침해’ 등으로 악명 높은 곳이다. 해당 정책이 본격 추진될 경우 미국 체류 자격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테러 용의자들과 같은 취급을 하는 것이라는 인권 침해 비판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2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불법 체류자 단속 및 추방 관련 법안 서명 행사에서 “나는 오늘 국방부와 국토안보부에 (쿠바) 관타나모 베이에 3만 명 규모의 이민자 시설을 준비하는 것을 시작하라고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불법 이민자 중에는 매우 악질인 사람들이 있으며, 그들이 돌아오지 않기 원하며, 그들의 국가가 이들을 붙잡아둘 수 있다고 믿지 않기 때문에 이들을 관타나모로 내보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쿠바 관타나모 미 해군 기지의 ‘캠프 6’ 구금 시설 모습. 관타나모(쿠바)/AFP연합뉴스
쿠바 남동쪽 해안에 있는 관타나모 기지는 1903년에 설립됐다. 이곳 수용소는 2001년 9·11 테러 이후 개설돼 ‘테러와의 전쟁’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테러용의자들을 수용했다. 자국 인권 관련 법률이 적용되지 않는 시설에 테러 용의자들을 수용해 심문하면서 물고문 등 인권침해를 자행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미국 안팎에서 거센 비판을 받았다. 이에 버락 오마바 전 행정부가 해당 시설 폐쇄를 추진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1기 정권 당시 해당 방침을 철회했었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정책을 총괄할 ‘국경 차르(border Czar)’로 지명된 톰 호먼은 “안전에 중대한 위협이 되는 이민자들을 수용할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시설 구축 비용이나 운영 개시 시점 등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일각에선 트럼프의 계획대로 관타나모 수용소에서 실질적으로 3만 명 규모의 불법 이민자를 수용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NYT에 따르면 9·11 테러 이후 관타나모 수용소에 남아있는 수감자는 현재 15명에 그치는데, 800명의 군인과 민간인이 거주하는 해당 기지 운영비로 약 70억 달러를 지출했다.

이민세관단속국(ICE)출신인 데보라 플라이샤커는 “관타나모는 매우 작고 외딴 지역이라 물품과 사람들이 오가는 것은 악몽이 될 것”이라면서 “그곳에 수용될 사람들을 남자들로만 할지, 여자와 아이들로만 구성할지 정하기 어렵고 주거 문제는 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불법 이민자들 사이에 공포심을 조장하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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