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주도 연금개혁 논의 본격화…소득대체율 43~44% 타협 시 최악 결과물
연금개혁 논의에 속도가 붙고 있다. 문제는 방향이다. 지금과 같은 형태로 논의가 진행되면 연금개혁의 결론은 ‘연금개악’이 될 가능성이 있다.
최근 연금개혁 논의는 민주당이 이끌고 있다. 30일 국회와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복지위원장인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21일 “최대한 신속하게 국민연금 모수개혁을 마무리 짓겠다”고 선언했다. 이후 복지위는 23일 연금개혁 관련 전문가 의견을 청취하는 입법 공청회를 열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26일 진성준 정책위의장에게 2월 중 모수개혁을 지시했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모수개혁은 국민연금에 한정한 연금개혁이다. 기초·퇴직·개인연금을 아우르는 구조개혁은 오랜 기간이 걸리는 만큼 국민연금 기여율(보험료율)과 지급률(소득대체율)을 먼저 조정한 뒤 다른 제도를 연계·조정하잔 것이다. 특히 모수개혁은 ‘국민연금법’ 단일 법률안을 개정하는 작업인 만큼, 민주당 다수인 복지위에서 민주당 주도로 처리가 가능하다.
민주당 의원들의 발의안은 대체로 소득대체율을 50%로 상향 조정하는 내용이다. 다만, 지난해 43~44%까지 여·야 의견차가 좁혀졌던 점을 고려할 때 50%는 민주당의 목표로 보기 어렵다. 처음에는 50%를 요구하되 국민의힘이 동결 또는 소폭 조정을 요구하면 저항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결국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연금개혁이 이뤄지면 민주당은 조기 대통령 선거 후 정권교체라는 ‘희망 회로’ 현실화를 전제로 ‘노후소득 사수 노력’이라는 명분과 ‘집권 전 연금개혁’이라는 실리를 모두 챙길 수 있다. 결국, 현재 행태는 모든 부담을 국민의힘에 떠넘기고 전리품만 챙기겠단 의도로 풀이된다.
국민의힘의 선택지는 좁다. 기조의 일관성 측면에선 정부 안대로 소득대체율 42% 또는 자동조정장치 도입을 전제로 한 보험료율 인상을 주장해야 하나, 조기 대선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정치적 부담이 크다. 연금개혁 특별위원회 구성을 요구하거나, 민주당이 연금개혁을 강행하도록 한 뒤 정부에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요구하는 것은 ‘시간 끌기’ 등 비판의 빌미만 제공한다. 이 때문에,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27일 “필요하면 민주당과 연금개혁에 관해 얼마든지 논의할 생각”이라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방향성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국민의힘이 부담을 덜겠다고 지난해 공감대를 이뤘던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43~44%로 타협하면 ‘최악의 결과물’이 나온다. 적립금 소진 시점이 기존보다 7~8년 미뤄져 차기 정부의 정치적 부담이 줄지만,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장기적으로 보험료 수입 증가 효과보다 연금급여 지출 증가 효과가 커져 미래세대의 부담(부과방식 비용률)이 급증한다. 연금 수급을 앞둔 세대의 관점에선 연금개혁이지만, 미래에 비용을 댈 세대의 관점에선 연금개악이다.
국민의힘의 입장이 불분명한 상황에서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도 선(先) 모수개혁으로 기울고 있다. 복지부는 정치와 무관하게 ‘두 자릿수 보험료율’ 달성을 가장 시급한 과제로 본다. 정부 안과 달리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43~44%로 합의가 이뤄져도 수용할 수 있단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