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국내 첫 순익 5조 돌파 가능성 주목
은행 대출ㆍ예대금리차 확대 호실적 견인
국내 주요 금융그룹이 다음 주 줄줄이 연간 영업 실적을 발표한다. 역대 최고 수준의 순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금융당국과 정치권의 '상생금융' 압박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다음 달 4일 하나금융을 시작으로 KB금융(5일), 신한금융(6일), 우리금융(7일) 등 4대 금융그룹이 잇달아 지난해 실적을 발표한다.
4대 금융그룹의 지난해 순이익 전망치는 17조 원에 근접한다. 전년(14조9279억 원)보다 11.34% 증가한 16조6213억 원이다. 2022년 고금리 상황에서 거둔 사상 최대 실적(15조5309억 원)을 웃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금융지주별 컨센서스(전망치 평균)는 △KB금융 5조896억 원(9.88%↑) △신한금융 4조6837억 원(7.23%↑) △하나금융 3조7962억 원(10.94%↑) △우리금융 3조518억 원(21.77%↑) 등이다. 특히 KB금융의 경우 금융그룹 최초로 연간 순이익 5조 원을 돌파할지 주목된다.
4대 금융지주의 호실적은 주요 계열사인 은행의 대출 확대와 예대금리차(예금·대출금리의 차이)에 따른 '이자이익' 증가가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금융지주의 실적 개선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로 인한 충당금 적립과 금리 인하 가능성이 악재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 우세했다.
그러나 은행의 순이자마진(NIM) 증가가 실적을 끌어올렸다. 지난해 7~8월 가계대출 수요가 급증하자 은행들은 대출금리를 올려 수요를 조절했다. 반면 기준금리 인하 영향으로 예금금리가 하락하면서 예대금리차가 확대됐다.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예대금리차는 지난해 8월부터 5개월 연속 확대됐다.
전배승 LS증권 연구원은 "10월과 11월 두 차례 금리 인하에도 4분기 NIM 하락 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금리 인하 기대감이 대출금리 하락에 먼저 반영된 데다 가계대출 규제 기조로 가산금리가 크게 상승한 점도 일부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기저효과로 인해 지난해 4분기 실적도 큰 폭으로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4대 금융의 지난해 4분기 순이익 전망치는 2조3033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6% 증가했다. 금융그룹별로 △KB금융은 6975억 원(173.10%↑) △신한금융은 6707억 원(22.01%↑) △하나금융은 5456억 원(22.94%↑) △우리금융은 3895억 원(471.95%↑)으로 추정된다.
2023년 4분기에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충당금 적립과 상생금융 비용 증가로 실적이 악화됐지만, 지난해 4분기에는 이런 일회성 비용이 줄어 기저효과가 발생한 것으로 분석된다.
사상 최대 실적에도 금융권은 표정 관리 중이다. 실적 발표 후 이자 장사 논란이 불거지면 상생금융 압박이 거세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권은 지난해에만 2조 원 규모의 상생금융을 집행했다. 올해부터는 3년간 매년 7000억 원씩 약 2조 원을 추가 지원한다.
정치권도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20일 시중은행장들을 소집해 '상생' 역할을 당부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은행의 가산금리 산정 체계 개선 등을 위한 은행법 개정안을 다수 발의한 상태다.
은행권 관계자는 "상생금융이 정례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최대 실적을 발표하는 상황이라 조용히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