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본부장 맡아 참사수습…추경·특검 난제
12·3 계엄 사태와 연쇄 탄핵을 계기로 출범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체제가 27일로 한 달을 맞이했다.
국무총리를 넘어 경제수장이 대통령 권한을 대행한 것은 헌정사상 초유의 일로, 취임 이틀 만에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발생하면서 중앙재난대책안전본부장을 맡아 수습을 지휘하는 이례적 풍경도 연출됐다. 내수 침체, 정치 불안에 미국 트럼프 정부 출범에 따른 국제질서 급변 대응까지 감당하게 됐다. 추가경정예산(추경) 논의와 내란 특검법 재의요구권(거부권) 여부 등 과제도 산적한 상황이다.
최 권한대행은 지난달 27일 한덕수 국무총리가 윤석열 대통령에 이어 국회 탄핵소추로 직무가 정지되면서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았다.
대내 불확실성이 극도로 높아진 상황에서 최 권한대행은 국정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최 권한대행은 취임 당일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국정 혼란 최소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굳건한 안보, 흔들림 없는 경제, 안정된 치안 질서 등 국가 안위와 국민 일상이 흔들리지 않도록 전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틀 만에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발생하면서 국무총리와 행정안전부 장관 공백 상태에서 중대본부장까지 맡게 됐다. 이달 19일 중대본이 해제되기까지 회의를 3주간 19번 주재하며 특별재난지역 선포부터 피해자 지원 등 후속 조처까지 큰 잡음 없이 재난사고를 관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재부 관계자는 "권한대행이 관계부처 고위급부터 중·하위급까지 만날 때마다 하나하나 집요하고 세밀하게 물어보며 대처 방안을 만들었다"며 "덕분에 역대 재난사고 중 비교적 불만이 적게 수습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최 권한대행이 국정 안정과 함께 주력한 것은 대외신인도 관리를 위한 불확실성 완화다. 계엄 이후 원·달러 환율이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인 달러당 1480원을 기록하고 코스피가 2400선을 밑도는 등 시장이 급격히 출렁이면서다. 여당 반대에도 지난달 31일 국무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을 심리할 헌법재판관 후보자 2명을 임명한 배경이다. 최 권한대행은 "하루라도 빨리 정치적 불확실성과 사회 갈등을 종식시켜 경제와 민생 위기 가능성 차단이 필요하다는 절박함에 임명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동시에 경제·금융당국 수장 4명이 참석하는 거시경제금융현안간담회(F4·Finance4)를 여객기 참사 이튿날(12월 30일·기재부 1차관 대참)을 제외하고 모두 주재하면서 정부 외환·금융정책을 주도하고 있다. 이달 6일부터는 외교부·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이 참여하는 대외경제현안간담회를 매주 열면서 관계부처별 트럼프 2기 관련 대책을 점검하고 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무디스·피치 등 글로벌 신용평가사 3사와 화상 면담을 두 차례 진행하면서 한국 경제시스템 안정성도 강조했다. 정부는 23일 최지영 기재부 국제경제관리관(차관보) 주재로 범정부국가신용대책위원회를 가동해 국가신용등급 대응을 개별부처 단위에서 범부처로 확대하기로 했다.
외교부는 20일(현지시간)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최 권한대행의 통화 일정 및 한미 외교장관 회동 등을 조율하고 있다.
정부는 시한부 체제인 만큼 대미외교에 한계가 있을 수 있지만 기존에 준비한 시나리오를 토대로 대응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부 관계자는 "외교 분야에서 대통령의 공백은 장기에서 차·포를 뗀 것 이상으로 불리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모든 움직임을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미 대선 전후로 짜놓은 시나리오별 대응 계획이 있고 계획을 계속 보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교전 외에도 최 권한대행은 여야정 국정협의회 가동을 전제로 논의 가능성을 시사한 추경을 비롯해 2차 내란 특검법 거부권 행사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소비 한파 등 올해 1%대 경제성장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내수 부양을 위한 확장재정 필요성에 대해서는 정부여당도 인정하는 모습이다. 다만 상반기에 몰아둔 본예산 집행이 추경 논의보다 앞서야 한다는 정부와 당장 지역화폐 예산 등을 포함한 30조 원 이상의 추경을 해야 한다는 야당의 입장이 다르다.
최 권한대행이 2차 내란 특검법에 대해 지난달 31일에 이어 국회 재의를 요구할지도 주목된다. 이 법안은 18일 정부로 이송돼 내달 2일까지 공포 혹은 거부권을 결정해야 하는 만큼 설 연휴 직후인 31일 국무회의에서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 내에서는 거부권에 무게를 싣는 모습이다. 야당은 이 법안에 대해 1차와 달리 11개 수사 대상에서 내란 선전·선동 등을 제외한 5개로 줄였지만 여당은 수사 범위를 무차별적으로 확대할 수 있는 인지수사 조항이 위헌이라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