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으로 조기 대선이 가시화되자 보수 진영 대선주자들이 몸풀기에 나서고 있다. 야권은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이란 말이 나올 만큼 선두주자가 있지만, 보수 진영의 구도는 안갯속이다. 12·3 계엄부터 윤 대통령 탄핵 등의 정국을 바라보는 눈도 다른 범보수 대권주자들. 설 연휴 이후 본격화될 각축전에 앞서 이들을 들여다봤다.
“내가 후보가 돼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이길 수 있다”
유승민 전 의원은 22일 공개된 MBN 유튜브 채널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심지어 자신을 “나는 늘 대선에 도전할 꿈을 갖고 있던 사람이고 버리지 않았던 사람”이라고 지칭했다. 윤 대통령 탄핵 심리가 시작된 뒤 열린 조기 대선 가능성에 유 전 의원의 대권 출마 여부에 대해선 반신반의한 분위기가 있었다. 1, 2년 전 국민의힘 전당대회 출마를 저울질하던 유 전 의원은 끝내 출마하지 않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누구보다 빨리 대선 출마를 시사했다. 그는 같은 인터뷰에서 “저는 25년째 정치를 해오면서 단 한 번도 부패나 이러한 문제에 걸려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며 “제가 후보가 돼야 이재명을 이기고, 정권을 교체할 수 있다”고 했다.
당내 분위기가 아리송했던 건 유 전 의원의 ‘배신자’ 프레임도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 출신의 ‘경제통’으로 한라나당에 입당해 승승장구했던 그는 새누리당 원내대표 시절 박근혜 정부를 향해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고 했다가 보수 지지자들에게 ‘배신자’라는 주홍글씨를 받았다. 이에 유 전 의원의 최대 난관은 당내 경선이 될 것이란 전망이 강하다. 유 전 의원 역시 “당원과 국민의힘 지지층에 약하다는 게 경선 통과의 최대 어려움”이라고 인정했다.
반대로 유 전 의원은 ‘중도층’으로 대변되는 민심에 앞서는 선두주자로 통한다. 2023년 3·8 전당대회를 앞두고 유 전 의원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를 하자 ‘반(反)유승민’ 전선이 형성됐고, 결국 전당대회 룰은 ‘당원 100%’로 결정됐다. 지난해 4·10 총선에서도 최재형(서울 종로), 함운경(서울 마포을), 유경준(경기 화성정) 등 수도권 후보들은 유 전 의원에 지원 유세를 요청했다. 당내 비주류로서 윤석열 정부와 여당에 쓴소리를 해와 지역 유권자들에게 호소력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됐다.
대선 레이스가 본격화하면 ‘경제 성장’에 방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유 전 의원은 TV조선 유튜브 방송에서 “국민들께서 제일 바라는 것은 ‘무너지고 있는 경제를 살려 달라’(일 것)”이라며 “수많은 자영업자, 실업자, 저소득 빈곤층,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아우성은 ‘제발 경제를 좀 살려 달라’ 저는 그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 전 의원보다 먼저 대선 출마를 공식화한 사람,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다. 이 의원은 야권의 개혁신당 의원이지만, 국민의힘 출신으로 사실상 범보수 인사로 평가된다. 이 의원은 자신을 “보수적 성향의 자유주의자”라며 “윤석열 대통령이 해온 보수와는 다르다”고 말한 바 있다.
이 의원은 지난달 14일 BBC 코리아와 인터뷰에서 “예전에 한국에서 1970년대에 ‘40대 기수론’이라는 게 있었다”며 “지금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른 AI(인공지능)와 인간 사이의 문제 등을 다룰 수 있는 젊은 세대가 정치에 전면에 등장해야 한다. 제가 40대 기수론을 내세워, 정말 힘들지만, 꼭 한번 여기서 변화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한때 ‘마삼중’(마이너스 3선 중진)이라는 오명을 썼지만, 지난 총선에서 경기 화성을에 당선되며 저력을 보여줬다. 국민의힘을 떠나 제3지대 정당에서의 당선이었기에 의미가 크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이 의원이 주목받기 시작했던 건 윤 대통령에 맞서 정면으로 맞서던 때부터다. 국민의힘 대표였던 그는 윤 대통령과 마찰을 빚으며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이라 불리는 의원들의 공격을 받았다. 결정적으로 2022년 성접대 의혹 등으로 당 윤리위원회 징계를 받으며 대표직에서 물러나며 ‘반(反)윤’의 대표주자가 됐다. 이 의원은 윤 대통령을 ‘벌거숭이 임금님’, ‘엄석대’, ‘돈키호테’ 등에 빗대며 독점적 권력 행태를 비판해왔다. 12·3 계엄 이후에도 윤 대통령의 탄핵과 하야, 구속 등을 촉구했다.
하지만 최근 개혁신당 내홍으로 이 의원의 대권 가도에 ‘빨간불’이 켜졌다. ‘천아용인’의 한 사람이자 측근이었던 허은아 개혁신당 대표와 공개적인 다툼이 지속되자, 일각에선 이 의원이 과거 국민의힘 대표에서 사퇴 압박을 받았던 상황에 빗대 허 대표를 “여자 이준석”이라는 지칭하기도 했다. 당 내분이 지속되면 대권과 관련한 어젠다 선점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는 말이 많다. 여권 관계자는 “허 대표와 갈등이 종료되더라도 이번 사건으로 이 의원의 리더십은 많이 실추됐다”며 “대권 가도에 부정적 영향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