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공급 등 순기능 확대…안정성 저해 등 역기능은 최소화 해야
‘알고리즘 매매’가 확산하며 주식시장에 끼칠 영향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알고리즘 매매는 컴퓨터가 가격, 지표, 수량 등 금융 데이터를 입력받아 일정한 규칙(알고리즘)에 따라 주식, 채권, 파생상품 등을 금융시장에서 사거나 파는 거래를 의미한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한국 주식시장에서 알고리즘 매매는 파생상품시장의 75%, 주식시장의 23%를 차지한다. 파생상품시장의 경우 유동성이 높고 거래비용이 낮아 주식시장보다 더 높은 비중을 보이는 것으로 추정된다.
골드만삭스는 2017년 기준 금융시장에서 알고리즘 매매 비중은 주식 65%, 선물 50%, 옵션 40%, 외환 30%, 채권 10%라고 분석했다. 지역별로 보면, 미국과 유럽이 각각 65%와 45%로 가장 높고, 뒤이어 아시아가 35%였다.
알고리즘 매매는 유동성 공급, 가격 발견 등 순기능 덕분에 점차 확대되고 있다. 알고리즘 매매에서 컴퓨터는 주가, 환율, 금리 등 시장 상황 변화를 고려해 주문을 신속하게 연속적으로 제출함으로써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이는 투자자들이 언제든 거래할 수 있도록 매수·매도 미체결 주문(잔량)을 충분히 쌓아놓는다는 뜻이다.
파생상품의 적정 가치에 관한 시장의 판단을 모두가 알 수 있게 하는 ‘가격 발견’의 기능을 수행하기도 한다. 거래가 체결되면 거래소가 체결 가격을 실시간으로 시장에 공표하기 때문이다. 또한, 주가가 급등락할 때 감정을 배제한 채 설계된 대로 거래한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역기능도 존재한다. 로이터 통신 등은 지난해 8월 5일 발생한 ‘블랙 먼데이’ 주범으로 알고리즘 매매를 지목했다. 당해 7월 말 일본은행(BOJ)의 금리 인상 결정으로 ‘엔캐리 트레이드’ 전략이 위태해지자, 알고리즘이 일제히 청산을 진행하며 매물을 쏟아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게 이유다.
한국거래소는 ‘파생상품시장에 대한 오해와 진실’ 보고서를 통해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시대를 맞아 알고리즘 매매는 앞으로 더 확산할 것이 분명하다”라며 “알고리즘 매매의 순기능은 강화하면서 시장 안정성 저해 등 부정적 영향은 최소화하는 것이 우리 시장을 위한 현명한 길일 것이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