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덕 고려아연 대표이사 사장은 24일 "MBK파트너스와 현 경영진이 고려아연의 발전을 토대로 협력하고 신뢰할 수 있다면 이사회 구성의 다양성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MBK파트너스를 더 이상 적이 아닌 새로운 협력자로 받아들이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기자회견에는 박 대표와 이제중 고려아연 최고기술책임자(CTO) 부회장과 신봉철 노동조합 부위원장이 참석했다.
구체적으로는 이사회 일부를 MBK 측 추천 인사로 구성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박 대표는 "원한다면 경영 참여의 길도 열어놓겠다"며 "동북아 최대 사모펀드로서 쌓은 MBK의 노하우와 지혜가 고려아연에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서 그는 "MBK가 가진 금융자본에 대한 깊은 이해와 고려아연의 산업자본에 대한 이해가 합쳐지면 시너지 효과가 날 것"이라며 "충분히 대화의 길을 열어놓은 자세로 임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트로이카 드라이브' 사업을 위해 자금을 조달하는 다양한 방법을 고려하고 있는데, 프라이빗에쿼티(PE) 펀드 자금을 이용하는 것도 충분한 옵션 중 하나"라며 "MBK의 자본이 도움이 된다면 이를 충분히 고려할 수 있어 협력 관계의 한 방향성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할 가능성에 대해선 "회사 모든 구성원, 지역 사회 협력사들, 국민들과 주주님들 모두 장기화를 원하지 않을 것 같다"며 "고용 불안, 회사의 경쟁력 하락을 걱정하는 건 MBK·영풍 측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양측이 협력하고 공동의 번영을 추진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맞겠다고 판단했다"고 답했다.
전날 열린 고려아연의 임시 주주총회에선 이사 수를 19명으로 제한하는 안건이 통과되며 신규 이사 14명을 선임해 이사회를 장악하려던 MBK·영풍 측 계획이 실패로 돌아갔다.
임시 주총 하루 전날인 22일 전날 고려아연이 손자회사를 통해 순환출자구조를 만들어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시킨 결과다. MBK·영풍 측은 이러한 조치가 위법이라고 보고 형사 고발과 가처분 소송 등 법적 대응을 예고한 상황이다.
다만 이날 고려아연 경영진이 MBK와의 협력 가능성을 열어둔 데 반해 영풍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박 사장은 "영풍에 관한 말은 오늘은 조금 삼가하려고 한다"며 "영풍의 의결권 회복과 관련해서도 뚜렷한 안이 없기 때문에 현재 말씀드릴 사항이 없다"며 양해를 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