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 오세훈·‘중도확장’ 안철수·'재등판’ 한동훈[범보수 잠룡 ‘비윤’편②]

입력 2025-01-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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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으로 조기 대선이 가시화되자 보수 진영 대선주자들이 몸풀기에 나서고 있다. 야권은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이란 말이 나올 만큼 선두주자가 있지만, 보수 진영의 구도는 안갯속이다. 12·3 계엄부터 윤 대통령 탄핵 등의 정국을 바라보는 눈도 다른 범보수 대권주자들. 설 연휴 이후 본격화될 각축전에 앞서 이들을 들여다봤다.

◇개헌·약자 동행, 준비된 지도자 오세훈

▲오세훈 서울시장이 20일 서울 강북구 미아3동 130번지 일대 재개발 후보지를 방문해 재개발 대상지를 살펴보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최초의 4선 서울특별시장’이라는 타이틀답게 오세훈 서울시장은 국민의힘 내에서 ‘준비된 정책 지도자’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서울시에서 ‘오세훈표 규제 철폐’로 재건축·재개발을 촉진한 데 이어 최근에는 40세 이상~65세 미만으로 제한된 서울시매력일자리 참여 연력 상한을 폐지했다. 소득이 적을수록 더 많이 지원하는 ‘디딤돌 소득’, 교육격차 해소를 위한 ‘서울런’ 등 약자 동행 정책은 오 시장의 핵심 정책이다.

이런 오 시장답게 윤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꺼내 든 것은 ‘개헌’이었다. 그는 22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신년 간담회에서 “내각은 의회를 해산할 권한을 갖고 의회는 내각 불신임권을 가져서 상호 견제할 권한이 헌법에 있었다면 다수 의석을 바탕으로 한 야당의 폭거도 없고 그에 대항할 계엄이라는 무리한 조치도 자제되지 않았을까”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과 야권 선두주자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동시에 비판하며, 근본 해결책을 제시한 것이다.

오 시장은 당시 간담회에서 대선 출마 여부와 관련해 “4선 서울시장으로서 꾸준히 여러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쌓은 경험은 제 개인 것이 아닌 일종의 공공재”라며 “이런 공공재는 여러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출마 가능성을 시사했다.

다만 현직 전국광역단체장 신분인 만큼 윤 대통령의 탄핵 심리가 끝난 뒤부터 본격적인 행보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오 시장은 지난달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시장직을) 중도 사퇴한 전력이 있는 제가 다시 또 사퇴하고 대선에 출마하는 건 상당히 부담”이라고 말한 바 있다.

◇빛났던 소신파...‘중도확장’ 안철수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22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열린 전국의사대표자대회에 참석해 인사말하고 있다. 2024.12.22 (연합뉴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12·3 계엄 이후 국민의힘에서 ‘소신 행보’를 해 눈길을 끌었다. 윤 대통령 탄핵 1, 2차 국회 표결 때 찬성했고, 내란 특검법에 대해서도 찬성표를 던졌다. 더불어민주당이 탄핵소추 사유에서 내란죄를 빼려고 하자, 안 의원은 6일 기자회견을 열어 “만약 (탄핵 소추안을) 바꾼다면 (국회) 재의결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정치권 일각에선 “안철수의 재발견”이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국민의힘이 ‘극우정당’이라는 비판을 받는 가운데, 중도 외연 확장에 목소리를 높이는 인물이기도 하다. 안 의원은 20일 공개된 ‘신동아’ 인터뷰에서 “집권하려면 중도층까지 포괄해야 한다”며 “지금 강경한 분이 많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재명 집권을 막고자 하는 열망이 훨씬 더 크다는 점”이라고 했다. 그는 현재 민심 흐름에 대해 “진보도 결집하고, 보수도 결집해서 현재 40대 40 구도로 볼 수 있다”며 “나머지 20% 중도가 최종 결정하게 될 텐데, 이 중도를 우리 편으로 끌어들여야만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대통령이 되는, 정말 끔찍한 일이 생기지 않는다”고 했다.

최근 “절대 탈당은 없다”고 밝힌 안 의원이 대선 후보로 나선다면 당내 경선이 난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민심’만큼이나 ‘당심’에 의해 당락이 결정되는 만큼 경선은 당내 기반이 필수적인데, 당적을 옮겼던 이력이 있는 안 의원이 불리할 수 있다는 평가가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유승민 전 의원 등 중도확장을 외치는 주자들과 차별화를 만드는 것도 중요 요소다.

◇“잘 지내시죠?”...한동훈의 귀환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대표직 사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서 63%로 압승을 거두며 당선됐던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윤 대통령 탄핵 찬성 등의 여파로 5개월 만에 당대표직에서 물러났던 그는 설 연휴 이후 재등판할 것으로 보인다.

한 전 대표가 비상대책위원장이던 시절 비대위원으로 활동했던 김경율 회계사는 23일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한 전 대표가 ‘잘 지내시죠?’라는 문자를 보내왔다고 밝히며, “(재등판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계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다음날인 24일 진종오 의원이 한 전 대표와 찍은 사진을 공개하며 “나도 나라만 생각하고 함께 가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 탄핵 정국이 펼쳐지기 전, 한 전 대표는 이 대표와 1, 2위를 다투던 유력 대권주자였다. 법무부 장관이던 비대위원장을 거쳐 단숨에 집권 여당의 얼굴이 됐다. 이에 국민의힘 내부에선 ‘불안한 시선’이 존재하기도 한다. 여권 관계자는 “비례, 초선 의원 등으로 구성됐던 친한(친한동훈)계가 사실상 무너지다시피 했는데, 돌아온다 해도 오래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여의도 소식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한 전 대표의 최대 적은 윤 대통령과 같은 ‘검사 출신 꼬리표’”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 전 대표가 돌아온다면 어떤 방식일지에 대해선 관심이 쏠린다. 보수 정당 내 유일하게 ‘팬덤’을 소유하고 있다는 점, 현재 진행 중인 명태균 리스크에서 자유롭다는 점은 장점으로 꼽힌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해 11월 26일 SBS 유튜브 방송에서 “국민의힘에 그래도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사람은 지금 한동훈 당대표밖에 없다”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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