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째 임시적 ‘비대면진료’…“지속성·고도화 위해 입법 필요”

입력 2025-01-23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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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의료산업협의회 좌담회서 전문가들 ‘안전성·효과성’ 제고 방안 논의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대면진료의 효과적·안정적 도입을 위한 전문가 좌담회에서 원격의료산업협의회 관계자들과 야마다 카주타카 일본 시나노 약국장(모니터)이 비대면진료 서비스에 대한 의견을 공유하고 있다. (한성주 기자 hsj@)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이 정식 제도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비대면진료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도입돼 현재까지 시범사업 형태로 유지되고 있다. 플랫폼 업계는 서비스 고도화와 환자 편의를 위해 안정적인 입법을 촉구하고 있다.

원격의료산업협의회와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비대면진료의 효과적·안정적 도입을 위한 전문가 좌담회를 열고 의료계와 산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었다.

현재 비대면진료는 한시적인 시범사업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의약품은 대면 수령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종전까지는 의원급에서 재진부터 허용했지만, 지난해 2월부터 전공의 이탈과 의사 집단행동으로 의료계에 혼란이 일어나면서 정부는 비상진료체계의 일환으로 초진·재진 여부와 의료기관 종별 제한을 풀었다.

비대면진료 서비스에 대한 환자들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지난해 11월 완료된 비대면 의료 이용자 편의성 제고를 위한 기술적 방안 마련 연구 최종보고서에 따르면, 일반인 2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8.7%가 비대면 의료를 이용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용 방법은 전화가 91.8%로 가장 흔했고, 온라인 화상 대면이 37.7%로 조사됐다. 서비스에 만족했다는 응답이 86.2%로 불만족 13.8%와 비교해 높았다.

다만 약 배송이 불가능하다는 점은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파악됐다. 응답자들의 서비스 불만족 이유로는 ‘약 처방 발급 및 수령의 불편함(26.6%)이 가장 많은 응답률을 기록했다. 플랫폼의 인터페이스, 이용자들의 디지털 리터러시 등도 서비스 이용에 불편함을 일으킬 수 있는 요소로 지적됐다.

권용진 서울대학교 공공진료센터 교수는 비대면진료 서비스가 코로나19 팬데믹 국면에서 진일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을 제시했다. 권 교수는 “현행 약사법은 서면 복약지도를 허용하는데, 이는 약사가 환자를 만나지 않고 서면으로 복약지도를 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의미다”라며 원격 복약지도와 의약품 배송을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권 교수는 시스템 확충과 규제 완화도 요청했다. 그는 “전자처방을 활성화해야 비대면 플랫폼 이용 시 처방전 위변조 위험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비대면진료에서 마약류나 향정신성의약품 처방을 제한하는 것은 지나친 조처이고, 안전에 입각해 꼭 필요한 환자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제한적으로나마 허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국내 상황과 대조적으로 일본에서는 비대면진료와 의약품 배송이 전국 의료기관과 약국에 보급된 상태다. 이날 좌담회에 온라인 화상 통신을 통해 참석한 야마다 카주타카 일본 시나노 약국장은 비대면진료를 통해 경험한 긍정적 변화를 공유했다.

야마다 약국장은 “일본은 2018년부터 정부가 비대면진료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서비스를 시작했고, 코로나19 상황에 규제가 대폭 완화됐다”라며 “현재 일본 정부는 비대면진료에 따른 복약지도와 의약품 배송에 대해 가산수가를 인정하면서 약국에서 이 서비스를 도입하도록 적극적으로 장려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정책적 지원으로 개인약국과 대형 체인 약국 모두 원격 조제와 약배송 도입을 고려하게 됐다”라고 부연했다.

야마다 약국장에 따르면 일본의 약사회와 의사협회는 비대면진료와 의약품 배송을 전적으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이전까지는 병원이나 약국 인근의 지역환자가 대부분이었지만, 비대면진료 서비스 도입 이후로는 일본 전역의 환자를 접하게 됐기 때문이다.

야마다 약국장은 “각 기관의 사업 무대가 넓어졌는데, 우리 약국은 온라인을 통해 훗카이도부터 후쿠오카까지 일본 전역의 환자를 만나게 됐다”라며 “약국이 적고, 의료 환경이 갖춰지지 않은 지역의 환자들도 도울 수 있게 되어 약사로서 더욱 직업적 효능감을 느끼고 있다”라고 말했다.

산업계는 비대면진료의 정착을 위해 선제적으로 자율규제를 도입하겠다는 입장이다. 원격의료산업협의회는 안전성과 효과성을 확보하기 위한 자율규제 방안으로 △화상진료 고도화 △의료마이데이터 적극 활용 △처방금지 및 제한 의약품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 △의약품 배송 안전성 강화 △환자 정보 보호 강화 △사용자 친화적 애플리케이션 환경 조성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평한 서비스 제공 등을 제시했다.

선재원 원격의료산업협의회 공동회장(나만의닥터 대표)은 “효과성과 안전성을 동시에 잡을 수 있는 제도와 산업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지금까지는 서비스를 도입한 이후 문제가 생기면 정부가 새로운 규제를 만드는 식이었는데, 원격의료산업협의회는 자율규제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지속 가능한 서비스를 구축하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이슬 원격의료산업협의회 공동회장(닥터나우 대외정책이사)은 “한시적 시범사업으로는 기업의 지속성을 담보할 수 없어 장기적 관점의 기술 개발과 서비스 고도화에 제약이 생기고, 이는 선발주자인 해외 국가보다 서비스 품질 및 경쟁력 저하로 이어진다”라며 “환자와 질환을 법으로 상세히 규정할수록 사회적 합의가 지연될 수 있어 금지사항 외에는 포괄적으로 허용하고 시행령을 마련하는 네거티브 입법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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