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입법기구 설치‧국회의원 체포 등 관계자 진술 확보
尹 측 “공수처 위법수사‧불법행위 끝까지 책임 물을 것”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이 국헌 문란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키고, 비상입법기구 설치를 준비하는 등 비상계엄 사태의 최종 지시자라고 판단했다.
공수처는 23일 “현직 대통령인 피의자 윤석열의 내란 우두머리 등 피의 사건에 대해 서울중앙지검에 공소제기 요구 처분 결정을 했다“고 밝혔다. 현직인 윤 대통령이 헌정사 최초로 수사기관에 체포된 지 8일 만이다.
공수처는 범죄 사실 요지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및 군사령관과 공모해 국헌 문란을 목적으로 계엄을 선포해 폭동을 일으킨 점 △국회의원의 계엄 해제 요구권을 방해한 점△ 군경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점 등을 명시했다.
이재승 공수처 차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피의자가 비상계엄에 얼마의 병력 투입을 원했는지, 국회의원 체포, 또 다른 비상계엄에 관한 언급을 포함한 여러 진술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전 장관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비상계엄 전 만나 모의한 증거도 확보했다”며 “관련 자료는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로 온라인을 통해 검찰에 우선 송부했다”고 말했다.
공수처는 실물 기록도 이날 오전 검찰에 보냈다고 한다. 수사기록 분량은 69권으로, 총 3만쪽이 넘는 수준이다. 이 중 공수처가 자체적으로 만든 기록은 26권가량이다. 나머지는 경찰, 검찰에서 받은 내용이 포함됐다.
애초 공수처가 계산한 윤 대통령의 1차 구속기한은 28일까지였다. 앞서 공수처와 검찰은 최장 20일의 구속 기간을 각각 10일씩 나눠 사용하기로 협의한 바 있다.
이 차장은 “윤 대통령이 국가적으로 중대한 혐의를 받는데도 비협조적인 태도로 일관하며 형사 사법절차에 불응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공수처가 계속 조사를 시도하기보다 검찰에 사건 넘겨서 추가 수사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판단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체포 당일인 15일 공수처 조사를 받았지만 입을 열지 않았다. 이후 공수처의 출석요구뿐 아니라 강제구인, 현장조사 모두 불응했다. 공수처는 구속 시한이 촉박한 상황을 고려해 조기에 사건을 넘기기로 판단한 것이다.
이 차장은 “체포 기간을 계산했을 때 법적으로는 28일까지 가능하다고 하지만 논란의 여지는 있다”며 “안전하고 보수적으로 판단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 검찰과 구체적인 날짜를 협의했다”고 덧붙였다.
검찰이 윤 대통령을 기소한 뒤 공수처도 공판에 참여하는지에 대해 이 차장은 “논의된 바는 없지만 검찰에서 협조 요청을 한다면 법적으로 가능한지, 실질적 도움이 어떻게 하면 가능할지 긍정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공수처는 이날 윤 대통령 사건을 검찰에 넘겼지만, 비상계엄과 관련한 피의자와 관련자들에 대한 조사를 계속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이 차장은 “아직도 공수처에는 비상계엄과 관련된 피의자, 관련자들 사건이 남아있다”며 “대상자의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단 한 명의 예외가 없도록 엄정한 수사를 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반면 윤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공수처가 사건을 이첩했다고 하더라도 공수처의 위법 수사와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끝까지 그 법적 책임을 물을 것임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밝혔다.
이어 “대통령은 향후 수사와 재판, 탄핵심판에서 비상계엄 선포의 필요성을 국민에게 알릴 것”이라며 “서울중앙지검은 공수처와 같은 불법 수사가 아니라 법적 정당성을 갖춘 수사로 적법절차를 준수할 것을 요청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