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 전 국가대표팀 감독이 정몽규 현 대한축구협회장의 4선 도전을 승인한 스포츠공정위원회에 정 회장의 후보 승인 요청 건에 대한 재심의를 요구했다. 무기한 연기 상태인 축구협회장 선거에 정 회장의 출마 자체를 막기 위해서다.
22일 허정무 후보는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스포츠공정위는 정 후보의 4선 연임 관련 승인 요청 건에 대해 다시 한번 재심의해 줄 것을 공식적으로 요청한다”고 말했다.
이어 허 후보는 “지난해 말 정 회장의 4선 연임을 위한 도전 신청이 승인된 이후 저를 비롯한 많은 축구인은 스포츠공정위에 평가표 공개를 요구했지만, 답변을 듣지 못했다”면서 “스포츠공정위 규정은 회의록 공개를 원칙으로 함에도 끝까지 답변을 거부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허 후보는 “21일 한 언론사를 통해 정 회장의 4선 도전 승인 관련 회의록이 공개됐는데, 100점 만점에 64점을 얻어 통과했다”며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정 회장이 이러한 점수를 획득했다는 사실을 납득할 수 없어 이 자리에 다시 섰다”고 말했다.
또한, 재심사에 앞서 스포츠공정위가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정 회장에 내린 감사조치를 지적하며 “정 회장의 자격정지 이상의 중징계 요청이 여전히 유효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는 정량평가항목 중 하나인 징계항목에 해당하는 내용이다. 이에 대한 엄격한 평가도 요청한다”고 당부했다.
마지막으로 축구협회에도 정 회장의 중징계를 요구하는 말을 남겼다. 그는 “문체부가 정 회장에 대해 자격정지 이상의 중징계 요구에도 불구하고 협회는 3개월이 다 되어가도록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는다”며, 이행 마지막 기한인 다음 달 2일까지 아무런 조치가 없다면 김정배 대한축구협회장 직무대행 역시 중징계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허 후보가 가처분 신청이 인용된 후에도 이처럼 강경한 태도를 지속하는 것은 정 회장의 선거 참여 자체를 막기 위해서로 풀이된다.
한편 이달 8일 치러질 예정이었던 대한축구협회장 선거는 허 후보가 절차적 정당성이 부당함을 주장하며 제출한 가처분 신청을 서울중앙지법이 인용하며 연기됐다.
이후 축구협회 선거운영위원회가 일정을 새로 발표했지만 허 후보와 신문선 후보가 가처분 결정이 내려진 원인인 운영위원 명단 비공개와 선거인단 추첨 과정의 불투명성이 해결되지 않을 채 다시 선거 일정을 정하는 것은 안된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결국, 선거운영위원회는 정상적인 업무 수행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전원 사퇴를 결정하며 축구협회장 선거 역시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현재 대한축구협회는 선거업무 전문성 제고를 위해 전직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을 다수 포함하기로 하는 등 투명성 개선에 나선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