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우 대한통증학회장 “모든 의료는 필수, 기피 문제 해소해야” [인터뷰]

입력 2025-01-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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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 실습교육 강화·통증의학 중요성 피력할 것”

▲올해 1월 제24대 대한통증학회 회장에 취임한 신진우 서울아산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최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연구실에서 본지와 만나 향후 학회 운영 목표와 포부를 제시했다. 조현호 기자 hyunho@

“환자에게 필요한 모든 의료가 ‘필수의료’이며 통증의학도 예외가 아닙니다.”

신진우 대한통증학회 회장(서울아산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은 모든 의료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의료개혁이 조준해야 하는 문제는 ‘기피의료’이며, 이를 해소하는 과정에서 비필수라는 오명을 쓰는 분야는 없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본지는 최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서 올해 1월 대한통증학회 제24대 회장으로 취임한 신 회장을 만나 학회장으로서의 목표와 포부를 들었다.

대한통증학회는 대한의학회 인증을 받은 유일한 통증 곤련 학회다. 통증학회는 2023년 저널인용보고서(JCR) 기준 피인용지수(IF) 3.4의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확장판(SCIE)급 학술지를 발간하고 있다.

신 회장은 통증의학분야에 23년째 헌신하며 다양한 난치성 통증환자를 진료해 왔다. 또 신 회장은 척추질환 환자의 비수술적 치료와 연구에 집중하고 있으며, ‘척추경막외 풍선확장술’과 ‘무릎신경 고주파응고술’ 등의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국내외 의료계에 보급했다.

교육·시술 질적 향상…신경차단술 인적기준 정립

신 회장은 전례 없는 난세에 국내 학계를 이끌게 됐다. 의대 교육과 전공의 수련이 멈춰선 상황에서 후학 양성, 회원 교육, 학회 확대까지 다차방정식을 마주하고 있다. 그는 무엇보다 환자 보호에 방점을 찍었다. 환자들의 치료 환경이 위축되지 않도록 정책 대응과 회원 교육에 힘쓸 계획이다.

▲신진우 대한통증학회장(서울아산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이 최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연구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신 회장은 “현 의료사태와 필수의료, 의료 개혁 등으로 급격한 변화가 예상되는 한해”라며 “필수의료 정책에서 통증분야가 소외되지 않도록 학회차원에서 홍보와 대응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회원들에 대한 교육도 그동안 잘 해왔다고 생각하지만, 실기 위주의 교육이 약간 부족했다”라며 “고난도 시술이 많이 개발되고 있는데, 회원들이 학회를 통해 이를 배우고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도록 고급코스 집중 실습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술의 질을 높이기 위한 기준도 제정할 계획이다. 환자들이 더욱 안전한 환경에서 만족스러운 치료 결과를 얻도록 하기 위해서다.

신 회장은 “신경차단술은 척추질환 환자에서 시행되는 기본적인 시술이지만 부작용이나 합병증 발생 가능성이 크다”라며 “최근 이 시술이 제대로 교육받지 않은 의사들에 의해 남발되는 경향이 있어, 제대로 교육받은 의사가 필요한 환자에게만 적절히 시행하도록 신경차단술 인적기준 정립을 추진해 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의료정책은 ‘제로섬’ 아냐…중증통증 환자 소외 없어야

의·정 갈등 장기화 국면에서 통증의학의 중요성을 환기하는 것 역시 신 회장과 학회의 과제다. 신 회장은 ‘내외산소(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와 나머지 분야를 필수와 비필수로 구분하고, 제도와 예산을 분배하는 제로섬(zero-sum) 식 정책구상에 큰 우려를 표했다.

신 회장은 “필수의료라는 말은 잘못 사용되고 있으며, 의사들이 선호하지 않는 기피의료라고 말하는 게 맞다”라며 “기피의료는 의료사고나 법률적 문제에 휘말릴 위험이 매우 크며, 그에 비해 주어지는 보상이 적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일 뿐 의사 수와는 관련이 없다”라고 부연했다.

또한 그는 “지금처럼 몇몇 과만 필수의료라며 강조하다 보면 다른 과는 소외되고 지원이 줄게 될 것 같아 우려된다”라며 “특히 통증의학과를 찾는 환자들은 만성통증, 암성통증 등 의사의 도움 없이는 감당하기 어려운 통증을 가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신 교수는 “통증의학이 소외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학회 차원에서 세심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진우 대한통증학회장(서울아산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이 최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연구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의료용 마약류 교육 강화…‘마약류 관리료’ 현실화해야

최근 몇 년간 사회적 문제로 불거진 마약류 의약품 오·남용 문제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대응에 나설 계획이다. 불법적인 사용은 철저히 규제하되, 약이 필요한 환자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섬세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 신 회장의 의견이다.

신 회장은 “암성통증, 신경병증 통증 환자들은 통증의 강도가 너무 높아서 마약성 진통제를 투약해야만 삶을 유지할 수 있는데, 정부의 과다한 관리와 억제로 환자들에게 적절하게 투약이 안 될 우려가 있다”라며 “통증학회는 암성통증 관리 세미나, 약물치료 연수강좌 등을 통해 의료진을 교육해 왔으며, 올해부터는 매년 암성통증 관리에 관한 시민강좌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특히, 의료기관에서 마약류 의약품을 철저히 관리할 수 있도록 ‘마약류 관리료’를 현실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행법상 의사가 4명 이상인 의료기관부터 ‘마약류 관리 약사’ 고용 의무가 있다. 의사가 1~3명인 의료기관은 마약류 의약품을 처방하고 있어도 약사를 별도로 둘 필요가 없다. 국회에는 마약류 취급 의료기관은 규모와 무관하게 약사를 두도록 하는 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신 회장은 “의료용 마약류의 안전한 사용을 위해 자격 있는 관리자를 두도록 한다는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현재 마약류 관리료는 입원환자 1인당 240원, 외래환자 1회 방문당 160원에 불과해 약사 인건비조차 충당할 수 없다”라며 “법안이 통과되면 약사를 고용할 여력이 없는 동네 병·의원들은 의료용 마약류 처방을 포기해, 중증통증 환자들이 매번 대학병원으로 몰리게 되는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라며 정부의 정책 대안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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