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보단 사람이 좀 오긴 하지만 여전히 적은데, 다들 어려우니까 지갑도 안 열리고 설 분위기는 전혀 나지 않습니다.”
북적이는 인파를 자랑하던 서울 마포구에 있는 망원시장은 설 대목을 앞두고도 비교적 한산했다. 과일과 채소 등을 사기 위해 오가는 손님들이 다소 보였지만, 시장 상인들은 유동 인구가 전보다 크게 줄었다고 한탄한다.
인근 과일가게에서 일하는 A 씨는 “설이지만 사람이 오지 않는다”며 “예년보다 팍 줄었다”고 말했다.
시장 내부는 진열된 상품을 천천히 구경하며 돌아다녀도 방해되지 않았다. 그러나 여유로운 모습과 달리 상인들의 마음은 타 들어간다. 이따금 발길을 멈춰 과일, 채소, 고기 등을 살펴보는 손님들의 지갑은 쉬이 열리지 않았다.
관광 명소로도 유명한 망원시장이지만, 드문드문 보이는 외국인 관광객들은 두 손 가볍게 시장을 둘러보기 바빴다. 망원동 월드컵시장 방면 출구로 향할수록 유동 인구는 크게 줄었다. 길을 건너야 하는 월드컵시장 내부엔 얼마 없는 손님의 눈길을 끌려는 상인들의 목소리만 메아리쳤다.
망원시장 관계자는 “금요일도 그렇고 주말이면 사람을 비집고 다녀야 했고, 병목 현상이 생겼던 수준인데 지금 보면 텅 비었다”며 “상인들이 매출이 20% 이상 떨어졌다고 한다”고 말했다.
또 “지난해 11월부터 방문객이 줄었고 이제 좀 회복되는 수준인데 아직 멀었다”며 “외국인 관광객은 좀 있지만, 내국인이 많이 없다”고 밝혔다.
가파르게 오른 장바구니 물가도 시장 방문객들이 지갑을 쉽게 열지 못하게 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수산물 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1월 셋째 주 돼지고기 평균 소매 가격(1kg)은 2만5732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평균(2만3073원)보다 2700원 가량 올랐다. 사과 소매 가격(10개)은 2만7280원으로 전년 동기(2만6962원)보다 300원가량 올랐고, 배는 4만3378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만1949원)보다 1만 원 넘게 올랐다. 그나마 소고기 소매 가격은 9만4975원으로 전년(9만5592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조사에서는 올해 설 차례상을 차리는 데 드는 비용(4인 기준)은 전통시장이 평균 28만7606원, 대형마트가 평균 36만986원으로 조사됐다. 전통시장에서 장을 보는 것이 대형마트보다 20.3%(7만3380원)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소비자들이 느끼는 부담은 컸다.
장을 보러 나온 60대 B 씨는 “돈 나갈 데가 많은데 설이라고 장 보는데 특별히 돈을 더 쓰기가 어렵다”며 “꼭 필요한 것만 사가려 한다”고 말했다.
올해 고물가와 경제적 부담을 이유로 설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는 소비자도 많다. 농촌진흥청이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차례를 지낼 예정인 가구는 48.5%로 절반에 못 미쳤다. 차례를 지내더라도 3가구 중 1가구(35.1%)는 품목 가짓수를 줄일 예정이다. 간소화된 차례 준비(49.4%), 경제적 부담(37.3%) 등이 이유다.
추귀성 서울특별시상인연합회장은 “불경기에다 날씨도 갑자기 추워져 명절 체감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이면 선물 보따리가 왔다 갔다 하고 난리가 나야 하는데 그런 감이 없다”며 “시장에 몇 시간 있어 봐도 선물을 주문하는 일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추 회장은 “경기 전망은 어둡고 나라 상황도 어지러워 전년도보다 시장이 활기차지 않는다”며 “(방문객 등이) 작년의 70%는 되려나 싶다”고 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