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이후 첫 영화…내달 28일 한국서 전 세계 최초 개봉
휴먼 프린팅과 생존 딜레마…삶과 죽음에 관한 철학적 질문
20일 영화 '미키 17' 푸티지 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봉준호 감독이 늘 계급 충돌과 사회적 약자에 관한 이야기를 극화한다는 질문에 대해 "항상 약하고 문제가 많은, 불쌍한 캐릭터에 끌린다"라며 이같이 답했다.
봉 감독은 "미키는 늘 죽을 가능성이 큰 현장에 투입된다. 극한 처지에 있는 노동자 계층이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거창한 계급 투쟁이나 정치적인 깃발을 들고 있진 않다"라며 "그냥 미키가 얼마나 불쌍한 청년인지, 그런 와중에 힘든 상황을 어떻게 헤쳐나가는지에 집중하면 성장영화의 느낌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미키 17'은 에드워드 애슈턴의 SF 소설 '미키 7'을 원작으로 한 영화다. 마카롱 장사를 하다가 망한 한 남성이 반복적으로 죽어야 하는 직업인 익스펜더블, 즉 인간 소모품으로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영화는 미키(로버트 패틴슨)라는 이름의 익스펜더블이 17번째 죽음을 맞으며 겪게 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원작에서는 미키가 7번 죽었지만, 영화에서는 17번 죽었다는 설정으로 바뀌었다.
쉽게 말해 미키는 위험한 일을 하다가 죽는 게 직업이다. 우주로 삶의 터전을 확장해가는 상황에서 마주칠 수 있는 위험한 작업 순간에 늘 미키가 투입된다. 가령 우주선을 점검하러 간 미키가 방사선에 의해 살이 얼마나 빨리 타는지, 실명은 언제쯤 하는지 등 비인간적인 생체 실험의 도구로 사용되는 식이다.
노동 현장에서 사망한 미키는 죽기 직전까지의 기억이 탑재된 상태에서 서류가 인쇄되듯이 간단하게 새로운 육체로 태어난다. 쉽게 죽고, 쉽게 다시 태어난다는 설정이 이 영화의 포인트다.
어느 날 현장에서 큰 상처를 입은 미키는 구조되지 않는다. 다시 복제하면 되기 때문에 동료는 굳이 죽음을 무릅쓰고 미키를 구조하지 않는 것이다.
기지를 발휘해 가까스로 생환했지만, 이미 미키가 죽었다고 판단한 상부는 그의 18번째 복제품을 만들어 놓은 상태. 미키는 또 다른 자신과 마주하며 혼란스러워한다. 이날 푸티지 시사회에서 공개된 내용은 여기까지다.
봉 감독과의 호흡에 대해 패틴슨은 "배우로서는 한계에 도전하고, 새로운 걸 제시하는 분과 일하고 싶은데, 봉 감독이 그렇다"라며 "봉 감독은 현장에서 굉장히 자신감 있고, 바로 실행한다. 재촬영도 많지 않았다. 또 봉 감독은 유머를 잃지 않는 게 굉장히 매력적"이라고 설명했다.
봉 감독은 "영화의 핵심 콘셉트는 '휴먼 프린팅'이다. 인간이 쉽게 인쇄되는 것"이라며 "원작보다 더 불쌍한, 우리가 측은지심을 느낄 수 있는 미키를 만들고 싶었다. 그런 인물이 고군분투해서 어려운 상황을 헤쳐나갈 때, 거기서 드라마가 나온다"라고 부연했다.
끝으로 봉 감독은 인공지능(AI)이 쓸 수 없는 시나리오를 쓰기 위해 매일 밤 고민한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세돌님이 알파고를 굴복시켰던 수를 세 페이지에 걸러 한 번씩 등장시키는 시나리오를 쓰고 싶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미국 아카데미 작품상과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석권하며 세계적 거장 반열에 오른 봉 감독이 '기생충' 이후 처음 선보이는 영화 '미키 17'은 내달 28일 한국에서 전 세계 최초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