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너머] 에너지는 색깔이 없다

입력 2025-01-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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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승길 정치경제부 기자

"탈(脫)원전에서 탈탈원전까지 겪었는데 이제 다시 탈탈탈원전이란 말이 나올까 걱정입니다"

흔히 에너지 정책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고 말한다. 100년을 내다보고 정책을 수립해야 할 만큼 중요하다는 의미다.

바람직한 에너지 정책 수립을 위해서는 국가안보를 고려하고, 경제성에 미래세대를 위한 환경성까지 염두에 둬야 한다.

하지만 한국은 정치가 에너지 정책을 집어삼켰다.

원전을 두고 벌어진 보수 진영과 진보 진영의 힘싸움이 위에 언급한 에너지 정책 수립의 기본 틀보다 우위에 섰다. 어느 진영이 정권을 잡느냐에 따라 에너지정책의 핵심축인 원전의 운명이 갈렸다.

특히 최근같이 원전의 필요성이 커진 상황에서도 여전히 힘겨루기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 한숨을 부른다.

탄소중립을 위해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이 쉽지 않은 국가에서는 현실적으로 원전을 선택할 수밖에 없고, 러-우 전쟁에 따른 에너지 대란과 인공지능(AI) 데이터 센터의 전력 수요 폭증 등으로 그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탈원전에 가장 앞장서며 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리던 유럽 국가들도 원전이 안정적이고 친환경 에너지라며 원전 확대에 나서고 있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경우 탄핵 정국 속 국가의 최상위 계획이자 장기 에너지 수급 방안인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확정이 미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전기본이 확정되지 않으면 원전은 물론, 송전망 구축과 재생에너지 확대 등 모든 것이 멈출 수밖에 없다.

주도권은 진보 진영으로 갔다. 이에 정부는 원전 계획을 축소하고,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수정안을 준비했으나, 이 역시 논의가 지지부진하다.

야당 내에서도 '다음 정부에서 만들 전기본에 신규 원전을 담기엔 부담이 있으니 원전 업계를 고려해 절충안을 수용하자'는 의견과 '탄핵 결정을 앞둔 정부가 장기적인 에너지 계획을 수립해선 안 된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에너지는 파란색도 빨간색도 아니다. 색깔이 있을 수 없다. 오로지 국가와 국민의 미래만 생각하면 된다. 최근 야당도 '에너지 믹스 대책 간담회'를 열고, 에너지 정책의 탈정치화를 강조하기도 했다.

전기본이 확정되지 않으면 에너지 업계는 사업계획 수립을 주저할 수밖에 없다. 원론적인 탈 화석 연료를 넘어 원전을 포함한 균형 잡힌 에너지믹스를 위한 정치권의 미래발전적인 논의와 협치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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