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문학, 불교, 외국어 아우르는 다양한 필사책 인기
"느린 독서를 통한 어휘력 및 표현력 향상과 감정 정리"
작년에 이어 올해도 필사 유행이 이어지고 있다. 밴드 데이식스의 전곡 가사 97곡을 한 데 모은 'DAY6 가사 필사집'을 포함해 셰익스피어 작품, 불교, 외국어 필사책 등이 독자들의 관심을 꾸준히 받고 있다.
17일 예스24에 따르면, 데이식스 전곡 가사 97곡을 한 데 모은 'DAY6 가사 필사집'이 예약판매 시작 1주 만에 예술 분야 1위, 종합 18위에 올랐다. 데이식스는 20·30세대에게 인기가 높은 밴드로 '예뻤어',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 '반드시 웃는다' 등의 히트곡을 보유한 인기 그룹이다.
데이식스 필사책을 구매한 소비자들 역시 20·30세대가 주를 이뤘다. 구체적인 구매 연령비를 살펴보면, 20대와 30대가 각각 38.1%, 33.9%를 차지했다. 2030 세대가 전체 구매의 72%를 차지한 것. 노랫말의 의미를 직접 필사하며 손끝으로 느낄 수 있어 팬들 사이에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아시아 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 작품의 필사노트가 수록된 '한강 스페셜 에디션'도 독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 에디션은 '작별하지 않는다', '흰', '검은 사슴'으로 구성됐다. 세 작품의 문장을 따라 쓰면서 작품을 찬찬히 음미할 수 있는 필사노트도 함께 들어 있어 인기가 높다.
한강 스페셜 에디션 제작에 관여한 김이정 디자이너는 "영롱하게 빛나던 자수 실이 한 땀 한 땀 엮여 글자가 되어가는 과정을 통해 작가님의 작품이 또다른 아름다움으로 다가갈 수 있길 바란다"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연말 출간된 셰익스피어 필사 노트 '고요한 지혜의 문장들', '영원과 사랑의 문장들' 역시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영원과 사랑의 문장들'에는 사랑과 우정에 대한 50개의 문장을, '고요한 지혜의 문장들'에는 인생과 지혜에 대한 50개의 문장을 담았다.
부처의 명문장을 읽고 필사할 수 있는 '하루 한 장 내 삶에 새기는 부처'도 인기다. 이 책은 부처의 말씀들을 엮은 법구(法救)의 '법구경'(法句經)에서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문장들을 필사하도록 구성했다.
'하루 한 장 나의 어휘력을 위한 필사 노트'는 지난해 역대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이 책은 그냥 베껴 쓰기만 하면 될 것 같았던 필사의 다양한 방법과 효과를 전하는 책으로 지난해 3월 출간돼 단기간에 20만 부 판매를 돌파했다.
지난 3일에는 필사부터 감정노트, 탐구일지까지 나라는 세계를 확장할 수 있는 기록 습관에 관한 책 '기록이라는 세계'가 출간돼 필사 열풍을 이어가고 있다. 이 책은 좋은 문장을 수집하는 필사 등 삶을 다채롭게 만들어줄 25가지 기록법을 전한다.
한 출판 관계자는 "보통 필사책은 문학 작품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이제는 유명 가수의 노랫말, 헌법, 불교, 외국 등 다양한 분야의 글을 필사할 수 있는 책들이 출간되고 있다"라며 "책 내용을 오래 기억하고 어휘력을 기르려는 목적으로 사는 사람들이 있고, 근심이나 걱정을 잊기 위해 집중하는 용도로 사는 사람들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필사는 극단적으로 느린 독서다. 필사를 통해서 알고 있었지만 미처 잊고 있었던 여러 단어를 재발견하고, 표현력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된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