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가성비 델리 코너·냉동 간편식 상품존 적용
전체 면적 중 80%, 식품으로 채워
‘17만 세대 거주’ 배후 상권 풍부
16일 오전 9시50분, 서울 강동구 천호동 강동밀레니얼중흥S클래스 아파트 단지 지하 1층에 있는 롯데마트 천호점 매장 앞은 인산인해였다. 10시가 되자 매장 앞에서 긴 장사진을 치고 있던 소비자들이 우르르 입구로 쏟아져 들어갔다. 입구 옆에 있던 롯데마트 한 직원은 놀란 표정으로 “이 정도로 반응이 뜨거울 줄 몰랐다”면서 “오랜만에 느껴본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롯데마트의 신규 점포 오픈은 2019년 8월 30일 롯데마트 롯데몰 수지점에 이어 6년 만이다. 그간 신규 출점 대신 비효율 점포 폐점·기존점 리뉴얼에 힘을 쏟았기 때문이다.
6년 만의 신규 점포 타이틀을 단 롯데마트 천호점은 기존 대형마트와 매장 형태가 달랐다.
4538㎡(1374평) 규모로 일반 대형마트 영업 면적의 약 절반 수준으로 작다. 하지만 대형마트에서 볼 수 있는 임대매장(테넌트) 공간을 아예 없앴고 매장 전체 면적의 80%를 신선·즉석 조리 식품 등 그로서리(식료품)와 특화 매장으로 꾸몄다. ‘대형마트’라는 이름을 썼지만 ‘슈퍼마켓’의 특징을 가지고 있는 매장처럼 느껴졌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차를 가지고 멀리 나가는 매장이 아닌 집에서 걸어서 대형마트를 갈 수 있는 접근성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천호점 매장 입구로 들어서자 즉석조리식품을 판매하는 ‘긴 매장’이 눈에 들어왔다. 롱 델리 로드다. 27m 길이로 설계된 롱 델리 로드는 일반 롯데마트 매장과 비교해 약 50% 많은 델리 상품을 판매한다. 양식, 중식, 아시안 음식 등을 3000원~4000원에 판매하는 ‘요리하다 월드뷔페’ 코너도 있다.
먹을거리 구경이 한창인 장은이 씨(62)는 “밖에서 먹는 음식이 보통 8000원에서 1만 원인데, 여기는 그 가격에 절반 정도이고, 음식 종류도 많아서 구매를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델리 매장을 지나자 ‘와인&리큐르존’이 보였다. 이곳에서는 와인을 비롯해 위스키, 맥주, 소주, 논알코올 상품까지 판매한다. 특히 강동구 지역 주민을 위해 5호선 보라색을 적용한 ‘강동맥주’를 한정 판매한다.
김웅 롯데마트·슈퍼 주류팀장은 “와인과 위스키 구색을 일반 매장보다 10% 이상 확대했고 논알코올 와인존을 신규 구성했다”면서 “강동맥주는 천호점에서만 구매할 수 있는 상품으로 2000개 한정 판매한다”고 설명했다.
천호점의 또 다른 차별화 포인트는 ‘데일리 밀 솔루션(Daily Meal Solution)’을 구축했다는 것이다. 이는 냉동 간편식 특화 매장이다. 밀키트부터 냉동 간편식 등의 상품을 일반 매장과 비교해 70% 이상 확대했다. 근접 상권인 천호동과 성내동은 30대와 1인 가구의 비율이 높은 지역인 만큼, 다양한 간편식 상품 구색으로 이들의 소비 수요를 노렸다.
반면 비식품 매장은 대폭 줄였다. 일부 공간에만 주방용품을 배치했고, 나머지 비식품 공간은 롯데마트의 자체 브랜드(PB)인 ‘오늘 좋은’ 숍인숍(Shop in Shop) 매장으로 구성했다. 오늘좋은 숍인숍은 PB 상품 구성이 전체의 60%를 차지한다.
임규한 롯데마트 키친팀장은 “PB 상품을 중심으로 4900원, 7900원, 9900원, 1만2900원 등 900원 단위 균일가 특화존을 구성했다”면서 “인지도 높은 브랜드의 상품이라도 효율이 낮은 상품은 과감히 줄였다”고 밝혔다.
롯데마트는 천호점 같은 매장을 ‘차세대 도심형 매장’이라고 지칭했다. 주거지역 인근에서 차별화된 먹거리 콘텐츠로 고객들의 발길을 잡겠다는 전략이다. 이마트, 홈플러스, 킴스클럽 등 대형마트 3곳이 이미 강동구 천호동 상권에서 영업하고 있음에도 롯데마트가 출점한 것 역시 자신감의 표출로 평가된다.
나근태 롯데마트 천호점장은 “이마트, 홈플러스 등 인근에 노후화된 경쟁 업체 점포가 많아서 신규 점포에 대한 수요가 높았다”면서 “천호점 반경 2km 이내 약 17만 세대가 거주해 배후 상권이 풍부하고 작년부터 재개발·재건축 지역의 입주가 시작돼 시장의 성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