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 특수가 끝나고 이어지는 저성장에 경기불황까지 겹쳐 유료 소비도 감소하고 있다. 여기에 웹툰 불법유통이 활개를 치며 사업자들은 매년 수천억 원의 피해를 보고 있다.
모바일 전환, 코로나 시기를 겪으며 성장과 발전을 거듭해온 웹툰산업이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플랫폼과 시스템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창완 세종대학교 만화애니메이션학과 교수는 본지와 만나 “웹툰의 최대 적은 OTT”라고 강조했다. 한 교수는 “웹툰 IP를 사주니까 OTT가 친구인 줄 알았지만 정반대의 상황이 오니 빌런이 된 것”이라며 “OTT에 기대지 않고 웹툰 플랫폼 자체가 OTT 역할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 교수는 “불황을 깰 방법은 아이폰처럼 완전히 혁신된 디바이스나 혁신된 플랫폼 형태가 나와서 전체가 통으로 움직이는 방법밖에 없다”며 “트랜스퍼(전환) 수준이 아니라 완전히 집토끼가 통째로 바뀌는 상황이 와야 시장이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창완 교수는 전국 만화학과에서 유일한 신문방송학과 출신 교수다. 그는 작화나 작법을 가르치는 회화과, 디자인과 출신 교수들과는 다르게 학생들에게 시장 분석, 트렌드 분석, 기획, 시나리오를 가르치고 있다. 특히 세종대에서 만화애니메이션산업연구소를 창설한 한 교수는 대학과 기업이 함께 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산학협력 기회를 넓히며 후학 양성에 힘쓴 인물이다.
한 교수는 이미 임계점에 도달한 사업자들이 새로운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성공 방정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도입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업들이 비즈니스 모델을 바꿔야 하는데 기존 환경에 익숙해진 집토끼들에게 학습비용을 유발하기 때문에, 즉 새로운 산토끼를 잡으려다가 집토끼를 놓치는 꼴이 될 가능성이 있어서 주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 세계 콘텐츠 문화 소비가 다 구독경제인데 웹툰만 작가들이 동의를 안 해서 구독 시스템을 도입하지 못하고 있다”며 “사용자인터페이스(UI) 혁신과 비스니스모델 등을 바꿔 구독경제를 확장하는 게 웹툰 사업자들의 과제”라고 설명했다.
한 교수는 구독모델이 웹툰산업의 골칫거리로 자리 잡은 불법유통 문제의 해결책으로 작용할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그는 “네트워크 외부성 때문에 한 번 불법 사이트에 풀리면 잡기가 어렵고 불법 유통업자들은 법을 무서워하지 않는다”며 “본질적으로 불법유통을 잡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구독경제”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 영화나 드라마, 음원 시장도 다 불법 유통이 판쳤는데 구독 경제를 도입하면서 다 사라진 것”이라며 “구독 시스템이 자리 잡으면 불법 경로로 갈 이유가 없어진다”고 덧붙였다.
웹툰 산업 불모지이던 미국에 깃발을 K-웹툰 글로벌화에 앞장서고 있는 네이버의 자회사 웹툰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상장 이후 주가가 40% 이상 하락하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한 교수는 웹툰엔터테인먼트가 디즈니와 같은 사업자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M&A와(인수합병) 같은 가시적 성과를 창출해야 한다고 했다.
한 교수는 “월트 디즈니가 애니메이션 그리는 회사에서 종합 엔터테인먼트 회사로 바뀔 수 있던 동력은 M&A”라며 “방송국, 픽사, 마블, 스타우즈까지 사면서 세계에서 가장 큰 엔터테인먼트 기업이 됐다”며 “미국 내에서 수직 계열화를 어떻게 할지 고민하고 있는 웹툰엔터테인먼트가 투자 받은 돈으로 올해부터 M&A와 같이 눈에 보이는 성과를 보여줄 것”이라고 관측했다.
결국 아마존과 애플이 일본에서 웹툰 시장에 뛰어든 이유도 종합 콘텐츠 사업자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라는 게 한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OTT를 보유한 애플이나 아마존도 드라마를 제작하고 싶은데 괜찮은 IP는 다 네이버에 있다. 네이버와 협상하는 데는 시간도 오래 걸리고 넷플릭스가 먼저 가져가버리면 IP를 확보할 방법이 없다”며 “경쟁력있는 콘텐츠를 만들려면 결국 원천 IP를 발굴할 수 있는 웹툰 사업에 뛰어들 수밖에 없던 것”이라고 했다.
일본 웹툰시장에 진출한 애플과 아마존이 아직까지는 K웹툰을 대체할 만큼 위협적인 존재는 아니지만 작정하면 회사를 인수해버리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한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애플과 아마존이 웹툰 IP에 대해 지분을 늘리는 방안도 있겠지만 웹툰 사업을 시작한 지 2~3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간을 보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며 “이들이 웹툰 사업을 키우고 싶다면 플랫폼사를 인수하는 것이 빠를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웹툰엔터테인먼트가 2~3조 원이다. 아마존이나 애플은 10조, 20조도 투자할 수 있는 자본력을 갖추고 있다.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라면서 “지금 인수하기에는 웹툰엔터테인먼트의 경쟁력이 크지 않지만, IP가 연이어 흥행하고 주식 가치가 복구 될 경우는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웹툰시장에도 인공지능(AI) 열풍이 불고있는 가운데 한 교수는 향후 AI와 인간의 역할이 공존하며 협력하는 형태로 변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여전히 경쟁력은 작가의 크리에이티브에 있다. AI는 만들어진 이야기를 활용해 IP를 확장하는 작업은 할 수 있겠지만 스토리를 창작하는 건 작가의 영역”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AI를 활용하면 IP 확장 작업의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며 “웹툰 원천 IP를 영화, 예능, 게임 어떤 콘텐츠로 활용하는 게 나을지, 숏폼이나 시리즈 등 투자의 우선순위를 만드는 역할을 AI가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웹툰 종주국인 우리나라가 주도권과 시장지배력을 더욱 키우기 위해서는 세대를 막론하고 사랑받을 수 있는 슈퍼 IP 발굴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 교수는 출시한 지 수십년이 지난 드래곤볼, 원피스, 나루토 등이 여전히 전 세대에 걸쳐 인기를 끌며 IP의 잠재력이 여전히 크다는 점을 언급하며 “웹툰에서는 잔잔한 IP가 최근에 등장하고 있지만, 이를 잘 키워서 20년 또는 30년 후에 한국의 슈퍼 IP가 일본의 슈퍼 IP와 동등한 업계로 성장하는 것이 진정한 K-컬쳐의 성공이라고 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