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장에 작년 초보다 2.5배 많은 뭉칫돈 몰려
기술주 가로막는 고금리…물가·기업실적 주목
미국 증시 하락 추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개인투자자들은 ‘미국장 불패’에 베팅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미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에서 자금을 빼서 미국 증시 투자를 늘리는 투자 이민은 새해에 더욱 가속화하는 분위기다.
15일 한국예탁결제원과 ETF체크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는 2일부터 전날까지 미국 증시에서 18억1545만 달러어치 주식을 샀다. 올해 첫 달의 절반가량이 지난 시점에서 이미 지난해 1월(7억2978만 달러) 순매수 규모보다 2.48배가량 많다.
같은 기간 동학개미(국내 증시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가 가장 많이 장바구니에 담은 상장지수펀드(ETF)는 ‘TIGER 미국S&P500로, 1757억 원어치 자금이 유입됐다. TIGER 미국나스닥100(842억 원), KODEX 미국S&P500TR(808억 원) 등 미국 지수형 상품에도 뭉칫돈이 몰렸다.
반면 개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3526억 원어치를 팔며 미국 증시를 향한 투자 열기와는 다른 온도 차를 드러냈다. 새해를 맞아 S&P500(-0.43%) 나스닥(-1.22%)와 같은 대표지수가 부진한 흐름을 나타내는 등 미국 시장은 혼조세를 보이는 중이다. 코스피(4.08%)는 상대적으로 좋은 성과를 올리고 있지만,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미국 증시로의 머니무브 흐름은 바뀌지 않고 있다.
국내 증시를 향한 기대감은 여전히 꺾여 있다. 연초 이후 국내 투자자가 전체 상장 ETF 중 두 번째로 많이 산 종목은 코스피200 지수를 역으로 2배 추종하는 ‘KODEX 200선물인버스2X(1194억 원)’다. 이와 대조적으로 1605억 원어치를 던진 KODEX 레버리지는 순매도 상위 2위에 올랐다.
증권가는 지난해 12월 미국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예상치를 밑돌았지만,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에 대한 경계심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고금리 우려가 고개를 들 수 있기 때문이다. 통상 고금리 환경은 미국 증시의 상승세를 주도한 매그니피센트(M7)를 비롯한 기술주와 같은 성장주에 불리하다.
CPI가 시장 컨센서스를 큰 폭으로 웃돌수록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인플레이션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기준금리 인하 여부를 두고 가장 주목하는 지점이다. 고금리 환경을 좌우할 핵심 요소로 꼽힌다. 미국 12월 PPI는 전월 대비 0.2% 상승하며 시장 예상치(0.3%)를 밑돌았다. 앞서 발표된 비농업 고용지표는 예상치를 뛰어넘은 바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경제팀이 수입품 관세를 단계적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미국 외의 글로벌 증시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 불확실성 자체가 희석된 것은 아니라는 지적은 계속되고 있다.
거시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업 실적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주원 대신증권 연구원은 “금리 레벨이 높게 형성돼 있어 기업 실적이 받쳐주는지에 따라 투자심리가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