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 찢는다" vs "연기가 개판"…탄핵 정국에 대중문화계도 '두 쪽' [이슈크래커]

입력 2025-01-13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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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최준용(왼쪽부터), 가수 JK 김동욱, 김흥국. (출처=뉴시스, JK 김동욱 인스타그램)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두 번째 체포영장이 발부된 지 일주일이 다 돼갑니다.

앞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지난달 31일 윤 대통령의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이달 3일 집행에 나섰지만, 경호처와 대치 끝에 집행에 실패, 7일 2차 체포영장을 법원으로부터 다시 발부받았죠.

공수처는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해 실패하지 않는 데 방점을 찍고 신중하게 집행 계획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지난 주말 영장 집행을 위한 구체적 계획을 논의하고, 경찰이 경호처 주요 인사들에 대한 소환 조사를 진행하면서 이번 주 중으로 2차 영장을 집행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대통령 관저 앞 시위 현장 분위기도 격해졌습니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일대에서는 윤 대통령 탄핵 찬성과 반대 집회가 뒤섞여 열리고 있는데요. 양측이 경찰 버스 3대를 사이에 놓고 시위를 벌이면서 일부 참가자들이 언쟁을 벌이는 모습도 포착됐습니다. 12일 정오께엔 집회 현장에 있던 한 50대 남성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난하는 보수 집회 참가자와 다투다가 허공에 흉기를 휘두르는 아찔한 장면도 연출됐죠. 용산경찰서는 그를 특수협박 혐의로 현행범 체포해 연행했습니다.

두 쪽으로 갈라져 대립하는 모습은 온라인에서도 다를 바 없습니다. 아니, 서로를 향해 오가는 비난과 욕설을 봤을 땐 더 격렬한데요. 그간 정치 이슈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던 대중문화계에서도 연일 목소리가 높아지고만 있죠.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재표결이 열린 지난달 14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서 윤석열 즉각 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주최로 열린 집회에서 시민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이투데이DB)

연예계로 번진 탄핵 정국…간접 심경 글부터 팬들 지원까지

12·3 비상계엄부터 지난달 13일 탄핵소추안 가결, 이달 3일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 실패 등에 이르면서, 한국의 정치 상황은 대중문화계에도 거대한 파문을 일으켰습니다.

우선 비상계엄 선포 및 해제 사태로 주요 방송사들은 예능 프로그램 송출을 중단, 뉴스 특보를 편성했고요. 당시 예정됐던 배우 서현진, 양우석 감독 등 인터뷰 일정도 잇따라 취소됐습니다.

대규모 성명도 이어졌습니다. 정지영, 박찬욱, 봉준호, 변영주, 장준환 감독, 배우 문소리, 김혜수, 조현철, 고민시 등 영화인들은 지난달 5일 윤 대통령 퇴진 및 구속을 촉구하는 긴급 성명을 냈는데요. 81개 단체와 3007명의 영화인이 이 성명에 이름을 올렸죠.

13일 나온 2차 성명에 이름을 올린 참여자는 두 배가량 늘었습니다.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PGK), 한국영화감독조합(DGK), 여성영화인모임 등 81개 단체와 영화인 6388명이 포함된 '윤석열 퇴진 요구 영화인 일동'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뒤늦게나마 국민의 명령과 의지를 받들어 표결에 참여하기를 기대했으나, 그러한 영화 같은 일은 끝내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망상적인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로 시작된 이 혼란에서 우리는 탄핵 혹은 즉각 퇴진 이외의 결말을 상상할 수 없다"며 '질서 있는 조기 퇴진'에 대해 "시점조차 밝히지 않으면서 국민과 국회, 야당에 국정안정을 위한 협조를 구한다는 일방적 담화문은 제2차 내란이라는 인식에 우리 영화인들 역시 공감한다"고 지적했죠.

이어 "헌법을 위배한 대통령은 헌법이 명시한 방법으로 단죄돼야 한다. 비상계엄이 위헌이라면서도 또 다른 위헌적 방법을 모색하는 모든 시도를 우리 영화인들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직접 소신을 밝힌 스타들도 있었습니다. 배우 한예리, 이주영, 고아성, 가수 안예은, 김C 등은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탄핵 촉구 집회 사진을 게재했고요. 배우 강나언은 모교 한국예술종합학교의 시국선언문을 공유하며 "예술인으로서 불의에 침묵하지 않겠다"는 선언에 동참했습니다. 특히 가수 이승환은 지난달 13일 윤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에서 라이브 무대를 선보이면서 강력한 목소리를 냈죠. 이 밖에도 배우 조진웅, 이동욱, 정찬, 이엘 등이 비상계엄 사태를 비판하거나 탄핵소추안 가결에 기쁨을 표했습니다.

추운 겨울 길거리로 나선 팬들을 지원한 스타들도 곳곳에서 포착됐습니다. 소녀시대 유리, 아이유, 그룹 뉴진스, 배우 김규리 등은 집회 참가자들을 위해 근처 식당이나 카페에 선결제하면서 힘을 보탰죠.

한편으론 尹 지지 목소리…"계엄 쉽게 끝나 아쉬워" → "너희 찢는다" 과격 발언까지

그런가 하면 비상계엄과 윤 대통령에 대한 지지 의견을 표명한 스타들도 나타났습니다.

가수 김흥국은 그간 자신을 '보수우파 연예인'으로 자칭하며 공개적으로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 왔는데요. 비상계엄 선포 이후 탄핵 정국에 대해선 대응을 자제하려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영상에 네티즌들이 '계엄령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 '나라 사태에 대해 한 말씀 해달라' 등 댓글을 달아도 "용산만이 알고 있겠지요", "묵언"이라고 답하는 등 별다른 발언을 하지 않았죠.

답댓글을 달다가 폭발(?)한 걸까요. 김흥국은 2일 관저 인근에서 열린 '윤 대통령 불법 체포 저지' 집회에 참석해 "한남동 관저에 있는 윤 대통령께서 얼마나 힘들겠나. 어제도 (윤 대통령의) 편지를 봤다. 여러분 때문에 끝까지 싸우겠다 하시는 저런 분이 어딨나"라며 "저도 윤석열 대통령 만드는 데 연예인 유세단 단장을 맡고 전국을 다니면서 열심히 했는데, 이게 뭔가"라고 호소해 눈길을 끌었는데요.

이 자리에서 "이분만큼 잘한 대통령이 어딨나"라고 반문한 그는 특히 "이승만 대통령도 잘하셨고, 박정희 대통령도 잘하셨고, 전두환 대통령도 잘하셨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지금 제일 잘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계엄 합법, 탄핵 무효'를 외치는 분들을 존경한다. 여러분이 대한민국 주인"이라며 "전국 해병대 출신 선후배 여러분 전부 한남동으로 들이대"라고도 덧붙였죠.

김흥국은 해병대 401기 출신입니다. 다만 지난달 3일 국회 소통관에서 시국 선언문을 발표한 해병대 예비역 444인들과는 달리 윤 대통령을 일방적으로 두둔했죠. 김흥국의 유튜브 채널엔 "우리 해병대의 수치", "해병대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면 다음부턴 해병대 출신이라고 말하지 마라. 창피하다" 등의 댓글이 쏟아졌습니다. 여기에 그는 "네가 뭔데", "너희만 해병이냐" 등의 답댓글을 달면서 설전을 이어가는 중입니다.

배우 최준용은 3일 서울 중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윤 대통령 탄핵 반대 국민대회'에서 연단에 올라 "느닷없는 계엄령 선포에 여기 계신 분들 전부 깜짝 놀라셨겠지만, 저도 집에서 TV 보고 있다가 깜짝 놀랐다, 사실 더 놀란 건 몇 시간 만에 계엄이 끝났다는 것"이라며 "좀 제대로 하시지, 이렇게 쉽게 끝낼 거 뭐하러 하셨나 솔직히 아쉬웠다. 시간이 지나고 보니까 윤 대통령님의 큰 뜻을 몰랐던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대통령님이 저렇게 망가지시는데 어떻게 안 나올 수가 있나"라며 "이왕 이렇게 된 거 더는 숨지 않겠다, 계속 나서서 목소리 내고 힘 실어드리도록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죠.

가수 JK 김동욱은 5일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지지율 40% 돌파!, 이건 하늘의 뜻이 아닌 자유민주주의를 갈망하는 사람들의 염원"이라는 글을 남긴 데 이어 12일엔 "45.2%, 다음 주에 50% 찍는다, 그리고 너희들 찢는다"는 과격한 발언을 내놨습니다.

이 밖에도 유명 스타일리스트 김우리는 3일 윤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 현장에서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드는 시민들을 촬영한 영상을 올리면서 "지금 먼저 때려잡아야 할 인간들은 빨갱이들"이라는 표현을 썼고, 뮤지컬 배우 차강석은 "간첩이 너무 많아 계엄 환영한다. 간첩들 다 잡아서 사형해달라"는 글을 게재한 데 이어 윤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해 발언하는 등 정치적 행보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다만 이들은 동료들로부터 비판받기도 했는데요. 뮤지컬 배우 이석준은 차강석을 겨냥해 "얘 아는 사람?"이라고 저격했고, 영화 '비스티보이즈', '소원', '터널' 등의 원작자인 소재원 작가는 최준용을 향해 "연기를 못해서 작품에 출연도 못 하는 사람이 무슨 배우라고 기사까지 써주나"라며 "배우라는 이름 팔아서 진짜 배우들 욕보이지 마라. 국민 대다수가 내란범을 욕하고 있는 마당에 당신 같은 가짜 배우로 인해 연기만을 위해 하루하루 버티는 고귀한 이들이 싸잡아 욕먹을까 두렵다. 배우는 대중을 섬기는 직업이다. 권력을 찬양하는 직업이 아니고. 그러니 연기가 개판" 이라고 맹비난했죠.

▲10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KSPO돔(체조경기장)에 '2024 나훈아 고마웠습니다 - 라스트 콘서트'를 찾은 관객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뉴시스)

양극화 이어질 듯…가짜뉴스·선동 영상 특히 주의해야

색다르게 양비론(?)을 거론한 스타도 있습니다.

가수 나훈아는 10일 서울 송파구 KSPO돔에서 개최한 '라스트 콘서트 - 고마웠습니다'에서 "지금 우리 머리 위에 폭탄이 떨어져도 이상할 게 하나도 없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라며 "TV에서 군인들이 전부 잡혀 들어가고 있고, 어떤 군인은 찔찔 울고 앉았다. 여기에 우리 생명을 맡긴다니 웃기지 않나"라고 한국의 혼란한 상황을 지적했는데요.

특히 자신의 왼팔을 손으로 가리키면서 "너는 잘했냐"며 "왼쪽이 오른쪽을 보고 잘못했다고 생난리를 치고 있다. 우리 어머니는 형제가 어떤 이유가 있어도 싸우면 안 된다고 했다. 하는 꼬락서니가 정말 국가를 위해서 하는 짓거리인지 묻고 싶다"고 일갈했죠.

이에 김영록 전남지사는 "단순히 좌와 우가 싸우는 진영논리로 작금의 현실을 이해해서는 안 된다"며 비상시국에 신중한 발언을 부탁드린다고 했고, 박정훈 해병대 대령을 변호하는 김규현 변호사도 "일제가 쳐들어오는데 '조선, 너는 잘했나!'"라는 글을 통해 나훈아의 발언이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나훈아는 이 같은 반응을 의식한 듯 12일 공연에서 "여러분(관객)이 저한테 뭐라고 하시면 '그렇습니다'라고 인정하겠다"면서도 "그런데 저것들(정치권)이 뭐라고 하는 것은 내가 절대 용서 못 하겠다"고 날을 세웠죠.

그는 "'그래, (오른쪽도) 별로 잘한 게 없어. 그렇지만 너(왼쪽)는 잘했나' 이 얘기"라며 "그런데 이걸로 또 딴지를 걸고 앉아있다. 나보고 뭐라고 하는 저것들, 자기 일이나 똑바로 하라. 어디 어른이 이야기하는데 XX들을 하고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러나 모두의 공감을 받는 데엔 실패한 모양샙니다. 나훈아의 발언에 고개를 끄덕이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옳고 그름의 문제를 물타기로 호도하는 셈'이라는 지적도 쏟아지면서 온라인상 설전도 이어지고 있죠.

문제는 자극적인 언사를 일삼는 유튜버들까지 가세하면서, 정치적 양극화의 불씨를 극단적으로 키우고 있다는 겁니다.

특히 공수처가 이번 주 중 윤 대통령에 대한 2차 체포영장 집행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일부 집회 참가자들 사이 분위기도 점차 격앙되고 있는데요. 일부 유튜버들은 높은 조회 수를 위해 집회 현장에서 자극적인 발언이나 상대를 도발, 혹은 조롱하는 표현을 일삼고 있고, 이 같은 장면이 유튜브 라이브 등을 통해 그대로 전해지는 중입니다.

여기에 '연예인' 키워드까지 알차게(?) 활용하면서, 혐오 감정까지 형성하고 있죠. 유튜브 등 온라인상에선 '좌파 연예인 목록' 등 제목의 게시글이 확산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요. 특정 연예인 등에 대한 악성 댓글을 유도, 방치한다는 점에서 '좌표 찍기'나 다름없다는 점을 유의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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