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부동산 펀드, 올해도 ‘보릿고개’…손실 위기에 긴장감↑

입력 2025-01-14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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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가치 하락에…투자자 손실 불가피
대출 만기 연장·환리스크 ‘줄이기’도 한창
다수 펀드 만기 연장 나서

해외부동산 펀드에 다시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14일 금융투자협회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0일 이지스자산운용은 ‘이지스글로벌부동산투자신탁 229호’(이하 229호)의 기준가격이 0.01원으로 하락했다고 공시했다. 전산 시스템의 기술적 문제로 0.01원으로 표기했을 뿐, 기준가가 0원이 된 셈이다. 투자자는 사실상 투자금 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이기도 하다.

기준가가 하락한 이유는 229호가 독일 트리아논 빌딩에 투자하기 위해 설립한 현지 특수목적법인(SPC)의 지분증권 평가액이 기존 3239만 유로에서 44만 유로로 조정된 것을 반영한 영향이다.

통상 해외부동산 펀드는 세금 등의 문제로 자산이 위치한 나라에 SPC를 설립해 간접적으로 투자한다. SPC가 빌딩을 직접 인수하고, 펀드는 SPC의 지분을 매입하는 식이다. 이때 229호는 SPC가 과거 트리아논 빌딩 매입을 위해 은행에서 받았던 대출(약 5000억 원) 규모보다 현재 트리아논 빌딩 가격(약 4013억 원)이 낮아져, 이를 반영한 펀드 기준가가 사실상 제로(0)가 됐다.

문제는 229호가 자산을 처분해도 선순위에 있는 은행 대출금을 다 갚기도 어려운 상태라는 점이다. 후순위인 펀드 투자자들은 자금 전액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 다만 도산 절차가 개시된 229호는 도산 관재인의 결정에 따라 자산이 처분될 예정으로, 이지스자산운용의 손은 떠난 상황이다.

‘키움히어로즈유럽오피스부동산 1~4호’는 다음 달 6일 도래하는 7100만 유로 규모의 대출 만기 추가 연장을 위해 노력 중이다. 앞서 이 펀드는 지난해 8월이었던 대출 만기일을 지난달 6일로, 이후 다음 달 6일로 연장해왔다. 이번에는 21개월을 추가 연장하기 위해 논의 중이다. 특히 선순위 대주 측에서 추가 연장을 위해 요구한 선행 조건인 SPC 변경을 실행하기도 했다.

키움자산운용 측은 선행조건을 충족했으니 만기일(2월 6일) 전까지 대출 연장을 진행할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다. 다만 대출 연장을 진행하면 캐시트랩(Cash Trap)이 발생해 투자자가 분배금 등을 받지 못하는 데다가, 현재 자산 가격도 크게 하락해 수익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외에도 ‘한국투자벨기에코어오피스 2호’는 지난달 자산 강제 매각 완료 통보를 받아 전액 손실이 불가피해졌고, ‘한국투자룩셈부르크코어오피스부동산’은 환헤지 계약 만기로 발생한 미정산금 약 85억 원을 내년 7월 1일까지 내해야 하는 데다가 이자만 7%대라 우려가 크다.

해외부동산 펀드는 2017~2020년 유럽 오피스 자산을 중심으로 인기를 얻었지만, 팬데믹 이후 공실률과 고금리 여파로 어려움이 지속되는 중이다. 한때는 유럽중앙은행(ECB)의 고금리 기조로 더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한때 유럽에서 해외부동산 투자 성공 사례가 계속 나오면서 업계에서 유럽 관련 오피스 투자 펀드가 많이 나왔다”며 “그때는 상황이 이렇게 나빠질 줄 예상하지 못했던 경향이 크다”고 했다.

물론 예외 상황도 있다. 미국 물류시설에 투자한 ‘미래에셋맵스부동산 16호’는 모든 구간에서 수익률이 플러스를 기록 중이어서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유럽의 경우 환헤지를 통한 프리미엄을 가산해야 투자자들 기대수익률에 접근할 수 있었다”면서도 “환헤지를 수행할 때 환율 상승을 통한 추가수익 기회가 제한되며, 환헤지 만기 시 추가 캐피탈콜 의무에 응해야 되는 리스크가 존재해 미국 자산에 집중했었다”고 했다.

한편 대다수 종목이 해외부동산 펀드 우려에 만기를 연장한 상태다. 다만 ‘이지스글로벌부동산 204호’는 올해 9월 만기를 앞두고 있고, 현대유퍼스트부동산 30호와 미래에셋맵스미국부동산 11호는 내년 만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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