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0일부터 3월 11일까지 한 달 간 진행…신세계그룹 분리경영 속도낼 듯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모친인 이명희 신세계그룹 총괄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이마트 지분 10%를 주당 7만6000원대에 사들인다. 최근 대내외 행보를 통해 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정 회장이 이마트 지분을 추가로 확보해 기업에 대한 책임의식과 쇄신경영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지난해부터 수면 위로 떠오른 이마트-백화점 분리경영 역시 한층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10일 이마트는 이날 오후 공시를 통해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이명희 총괄회장이 보유한 이마트 지분 10%를 매수하는 거래계획보고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공시에 따르면 거래목적은 '특수관계자 간 주식양수도'로, 거래 시점은 내달 10일부터 3월 11일까지다.
이번 거래를 통해 정 회장은 이 총괄회장이 보유한 이마트 주식 278만7582주를 장외거래를 통해 매수할 예정이다. 주당 거래가격은 7만6800원으로 잠정 책정돼 총 2141억원 수준으로 추산됐다. 이마트는 단가 산출 배경에 대해 "전일 종가를 기준으로 20% 할증된 가격"이라고 설명했다.
정용진 회장이 이 회장의 주식을 모두 취득하면 보유 주식 수는 796만493주(28.56%)로 늘게 된다. 그동안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은 이마트 지분 18.56%, 정유경 (주)신세계 회장은 신세계백화점 지분 18.65%를 보유하고 있었다. 두 남매의 모친인 이 총괄회장은 이마트와 백화점 지분을 각각 10%씩 보유하고 있었다. 이번 매매에 따라 정 회장의 이마트 최대주주 지위는 더욱 공고해질 전망이다.
신세계와 이마트는 이번 주식 매매에 대해 정 회장이 이마트 최대주주로서 성과주의에 입각한 책임경영을 강화하려는 차원이라고 보고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불확실한 대내외 환경 속에서 정 회장이 개인 자산을 투입해 부담을 지고서라도 이마트 지분을 매수하는 것은 이마트 기업가치 제고에 대한 책임 의식과 자신감을 시장에 보여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이 총괄회장의 이마트 지분 매각으로 신세계그룹의 계열분리는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앞서 신세계그룹은 지난해 10월 말 정기인사를 통해 신세계백화점을 운영 중인 정 회장의 동생인 정유경 회장을 승진시키면서 계열 분리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신세계그룹은 2011년 정용진 회장이 이마트를, 정유경 회장이 백화점 사업을 각각 맡는 남매 경영 체제를 시작하면서 정용진 회장과 정유경 회장은 서로 갖고 있던 신세계와 이마트 주식을 맞교환했다. 이명희 총괄회장은 2020년 정용진 회장에게 이마트 지분을, 정유경 회장에게 신세계 지분을 증여하면서 계열 분리 기반을 다져왔다. 다만 이번 공시에서는 정유경 회장이 이끌고 있는 신세계 지분 매각에 대한 이 총괄회장의 계획은 공개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