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움직이나?” 전국 법인 부동산 매수, 2달 연속 늘어…서울만 ‘역행’

지난해 연말 법인의 부동산 매수세가 전국에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은 대통령 탄핵에 따른 정치·사회 불안과 계절적 비수기로 개인의 부동산 매수량이 급감하고 매수 심리마저 얼어붙었지만, 법인은 오히려 더 많은 부동산을 사들인 것으로 집계됐다. 다만 서울은 다른 지역과 달리 연말 매수량 감소가 뚜렷해 대조를 이뤘다. 법인 매수세는 대표적인 부동산 시장 선도지표로 분류되는 만큼 상반기 지방을 중심으로 시장 회복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12일 법원 등기정보광장 집합건물(아파트·빌라·오피스텔) 소유권이전등기 신청 매수인 현황 통계 분석 결과 지난해 12월 전국 기준 법인 매수 건수는 6001건으로 조사됐다. 이는 지난해 5월 기록한 6600건 이후 7개월 만에 가장 많은 수준이다. 법인의 집합건물 매수 규모는 지난해 5월 정점을 기록한 뒤, 지난해 10월 4303건까지 우하향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5279건을 기록해 지난해 10월 대비 976건 증가한 이후 12월 역시 11월보다 722건 늘어났다.

지역별로는 수도권에선 서울을 제외한 인천과 경기 모두 법인 매수량이 증가했다. 지난해 12월 서울의 법인 집합건물 매수 규모는 1174건으로 전월 대비 23.7%(364건) 줄었다. 반면 인천은 지난해 12월 704건으로 전월보다 130.8%(399건) 급증했다. 경기지역 역시 지난해 11월 1531건에서 지난해 12월 2013건으로 31.5%(482건) 늘었다.

아울러 부산은 지난해 11월 197건에서 지난해 12월 621건으로 215.2%(424건) 폭증했고, 주택 미분양 물량이 많은 대구도 이 기간 210건에서 255건으로 21.4%(45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눈길을 끌었다. 이 밖에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전월 대비 법인 매수량이 늘어난 곳은 세종(12월 매수량 14건), 충북(132건), 충남(176건), 전남(88건), 강원(266건) 등으로 집계됐다.

이런 법인의 매수세 증가는 주택(집합건물)을 넘어 토지와 건물 시장에서도 포착됐다. 지난해 12월 전국 법인의 부동산(집합건물·토지·건물) 매수량은 1만5035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6월 1만5998건 이후 최대 규모다.

법인의 지난해 말 전국적인 매수세 증가는 지방 부동산가격이 내릴 만큼 내렸다고 판단한 법인 투자자들이 투자 수익을 목적으로 지방 부동산을 사들인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말부터 지속 중인 금리 인하 기조도 올해 시장 상승 전망을 밝히고 있다. 반면 서울에서만 법인 매수세가 둔화한 것은 지난해 상반기 큰 폭으로 서울 부동산가격이 오른 만큼 지방보다 투자수익률이 크지 않다고 판단해 서울 지역 매수를 줄인 결과로 보인다.

아울러 올해 정부는 지방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목적으로 한 정책을 줄줄이 실행한다. 지방 세제 확대로 부동산 가격 상승을 기대할 수 있는 대목이다.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올해부터는 1주택자가 지방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을 사들이면 양도·종부세를 산정할 때 ‘1가구1주택’ 세제 특례를 적용한다. 또 지방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를 2년 이상 임대로 활용하면 주택건설 사업자의 원시 취득세를 최대 50% 감면한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지방을 중심으로 법인 매수세가 몰린 것은 지방 부동산 시세가 내릴 만큼 내렸다는 판단을 내린 법인의 투자 전략으로 보인다”며 “올해 상반기 이후 정부 정책과 금리 인하 전망 등으로 지방 부동산 시장 전망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위원은 “실제로 올해 지방 부동산 시장은 그동안 미분양 적체가 심했던 대구 등을 포함해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개인 간 거래 시장 분위기와는 달리 법인은 한발 빠르게 움직이는 모양새”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