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임시주총 앞두고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 찬반 '팽팽'

23일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를 앞두고 '큰손'들의 의결권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국내외 자문사들이 엇갈린 의견을 내놨다.

글로벌 양대 의결권 자문사 ISS는 집중투표제 도입 안건에는 반대하면서도 이사 수 제한, MBK파트너스·영풍 측이 제안한 사외이사 후보 중 4명 선임에만 찬성을 권고했다. 반면 국내 의결권 자문사인 한국ESG연구원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을 비롯한 현 경영진의 손을 들어줘 경영권 향방을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ISS는 이 같은 내용의 의결권 행사를 권고한다는 의안 분석 보고서를 기관투자자들에게 발송했다.

ISS는 집중투표제 도입을 반대하는 이유에 대해 "일반적으로 집중투표제는 소수주주에게 유리한 제도지만 이번 경우에는 의도치 않은 결과들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집중투표제는 주식 1주당 선임할 이사 수만큼의 의결권을 부여하는 것이다. 소수주주가 의결권을 집중해 특정 후보에 표를 몰아 대주주를 견제할 수 있다. 다만 ISS는 최 회장 측이 지지하는 후보를 선임시킬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해 이사회 개편 동력이 약화할 것으로 봤다.

최 회장 측이 내놓은 이사 수 19명 상한 안건에 대해선 찬성 의견을 냈다. ISS는 "이 안건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 이사회 규모가 과도하게 확대돼 의사결정이 마비되고 기능 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고 했다.

또 ISS는 MBK·영풍 측이 추천한 이사 후보 14명 중 기타비상무이사 후보인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과 사외이사 후보인 권광석 전 우리은행장, 손호상 포스코 석좌교수, 정창화 전 포스코홀딩스 미래기술연구원 원장을 선임하는 안건에만 찬성했다.

나머지 MBK·영풍 측 후보들과 고려아연 이사회가 추천한 사외이사 7명 전원에는 반대 의견을 권고했다. ISS는 "집중투표제가 채택되지 않는다는 가정 하에 과반수 특표제로 영풍·MBK 후보 4명만 지지하는 것은 이사회 규모를 16명으로 제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ESG평가원은 "경영실적 및 주주환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 등에서 고려아연이 영풍 대비 우월하다"며 현 경영진 측의 손을 들어줬다.

한국ESG평가원은 "MBK라는 사모펀드 경영은 한계기업 턴어라운드(실적 개선)에서 효과가 크지만 실적과 재무구조가 우수한 고려아연 경영에 도움이 될지 의문이고, 기업가치 제고에 우위를 갖고 있다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의결권 자문사들의 권고는 기관투자자의 표심에 영향을 미친다. 최 회장 측과 MBK·영풍 연합 모두 고려아연 의결권 과반을 확보하지 못한 만큼 국민연금을 비롯한 국내외 기관투자자들의 의결권 향방은 경영권 분쟁의 결정타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