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고차방정식…수도권 쏠림부터 풀어야[저출산 극복, 마지막 기회]

입력 2025-01-1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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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경제·인구 등 수도권 집중도, 日 2배·美 10배
누적된 청년 수도권行…20년간 출생아 6000명↓
"맞춤형 산학연계·양질 지역기업 유치 정책 필요"

▲2024년 11월 20일 서울 종로구 종각역 태양의광장에서 열린 ‘2024 서울시 일자리박람회 잡(JOB)다(多)(잡다 박람회)’ 행사장이 구직자들로 붐비고 있다. 서울시가 취업난을 겪는 예비취업자들에게 일자리 정보제공과 우수 인력 채용을 원하는 기업과 만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올해 처음 마련한 잡다 박람회에선 중견‧강소기업 총 40개(기업부스 15개, 채용연계기업 25개)가 참여해 200명을 채용한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우리나라의 경제·인구 등 수도권 집중도는 미국·일본 등 선진국보다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누적된 '수도권 쏠림'은 저출산 요인이 된다. 수도권에 인적·물적 자원이 몰리면서 지방 출생아 수는 감소하는데 인구과밀에 따른 경쟁·비용 확대로 수도권 출생아 수도 늘지 않아서다. 출산율 제고를 위해서는 양질 일자리 공급부터 지방대학 기능 전환까지 전향적 지역소멸 대책이 절실한 까닭이다.

국회입법조사처가 권영진 국민의힘 의원실 의뢰로 조사한 '30-50클럽(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인구 5000만 명 이상) 국가 간 수도권 집중도 비교'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의 52.5%, 일자리 58.5%가 수도권에 집중됐다. 국내 인구도 과반(50.7%·2023년)이 수도권에 몰려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고 수준이다. GDP 수도권 집중도는 일본(24.3%)의 2배, 미국(5.1%)의 10배 수준이며, 인구(일 29.5%·미 4.7%)·일자리(일 30.8%·미 4.9%)도 비슷한 양상이다.

이는 결국 저출산으로 연결된다. 한국은행의 '지역 간 인구이동과 지역경제'(2023)' 보고서를 보면 2001년부터 2021년까지 20년간 지속된 지방 청년 유출 탓에 비수도권에서 감소한 출생아 수는 3만1000명, 청년의 수도권 유입으로 증가한 출생아 수는 2만5000명이다. 줄어든 지방 출생아 수를 수도권이 받아내지 못하면서 결과적으로 6000명 감소했다. 특히 2015~2021년 순증한 수도권 인구 중 78.5%는 청년층(15~34세)으로 나타났다. 세계 최저 수준인 우리나라 합계출산율(가임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2023년 기준 0.72명)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 셈이다.

양질 일자리와 인프라를 찾아 수도권으로 떠난 지방 청년과 기존 청년 간 치열한 경쟁과 출산·육아시설 비용 확대 등으로 만혼화, 출산 기피 경향이 짙어지고 지방은 청년층 감소, 남녀 성비 불균형이 깊어지는 등 악순환 고리를 좀처럼 끊어내지 못하는 모습이다.

출산율을 높이려면 지방에 정착하는 청년을 늘리는 것이 첫걸음이다. 그러려면 우선 청년이 진학하는 각 지방대의 '선택과 집중'을 바탕으로 권역 내 기업 간 산학연계를 강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전문가는 지적한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본지 통화에서 "미국 피츠버그, 스웨덴 말뫼 등 지역소멸 위기에 놓였다가 살아난 도시들을 보면 지역대학이 교량 역할을 하는 산학연계가 잘 된 사례"라며 "우리나라는 대다수 지방대가 수도권 대학과 똑같은 걸 하려고 하니 아직 절실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한국개발연구원(KDI)는 '지역대학의 구조적 전환과 발전 방안(2023)'을 통해 "지방대는 현재의 '크지만 약한 대학'에서 '작지만 강한 대학'으로 거듭날 필요가 있고 이를 위해서는 수요자 중심 교육으로의 전환이 요구된다"며 "노동수요에 부합하는 경쟁력을 갖춘 학과 위주로 통폐합하고 커리큘럼을 전환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지역에서 맞춤형 인재를 육성하더라도 일자리가 없다면 결국 수도권으로 향하게 된다. 때문에 정부 정책 방향도 이러한 '인력 미스매치'를 줄이기 위한 지역기업 유치와 보다 근본적인 지역 인프라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KDI는 "지역인재가 원하는 경쟁력 있는 지역기업을 유치하려는 노력과 정책이 중요하고 지역기업이 원하는 인재상이 무엇인지 발굴해 지역대학이 이들을 양성할 수 있도록 교육환경을 마련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결혼적령기 청년에게 인구소멸지역 등 기피 지역 거주를 전제로 일정 수준의 현금성 지원을 해주자는 의견도 있다.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현재 기혼자를 염두에 둔 복지 정책이 많다"며 "그보다 형편이 어려워 결혼을 고민하는 20대 후반~30대 초반 청년들에게 인구소멸지역 등 일정 기간 거주를 조건으로 월 50만 원 안팎의 금액을 보조하면서 일자리 인프라까지 갖추면 어느 정도 청년을 잡을 유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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