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 승인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
전문가들 사이 중증화 우려 확대 추세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H5N1형으로 첫 사망자가 발생한 미국에서는 백신 접종을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국 당국은 AI H5N1 바이러스 인체 감염 사례에도 백신에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중증화 우려가 커지면서 정책 전환이 불가피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9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백신 접종에 보수적이던 미 당국이 인체용 AI 백신 후보 원액을 비축하고 있다.
지난해 5월에는 수백만 회분의 비축량을 확보했다고 밝혔고, 10월에는 글락소스스미스클라인 등 제약회사 3사에 7200만 달러(약 1048억 원)을 들여 올해 3월까지 비축량을 1000만 회분으로 확대한다는 방침도 내놨다.
AI로 인한 사망자 발생에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중증화 문제가 제기되면서 백신 준비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고 닛케이는 설명했다.
지난해 가을부터 미국 농장 전역에 퍼진 AI H5N1 바이러스가 사람에게까지 전염된 사례는 60건 이상이다. 감염자 대부분 경증이었으나, 최근 첫 사망자가 발생한 데 더해 인체 감염이 쉬운 형태로 변이가 이뤄지는 것으로 조사되는 등 중증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백신의 주된 기능이 바이러스 감염의 중증화를 막는 데 있다는 점에서 그간 미 당국은 경증인 감염자가 많아 백신 접종의 이점이 크지 않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백신 부작용 등의 위험이 더 클 수 있다는 지적이었으나, 사망자 발생에 기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다만 현재로서도 미 당국이 백신 후보 물질 비축 단계일 뿐 백신 사용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입장이라고 닛케이는 설명했다. 백신의 실제 사용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정하는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지난해 말 “현재로서는 (백신) 승인 계획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대응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조지워싱턴대 임상 부교수인 리아나 웬 박사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AI 대책이 뒤처지고 있다”고 지적했고, 3일 스콜 고틀리브 전 미 식품의약국(FDA)국장도 도널드 트럼프 차기 행정부에 백신 개발 지원 강화와 항바이러스제 개발 가속, 검사 키트 배포 등을 제언했다.
한편 트럼프 당선인이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지명한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가 백신에 회의적인 인물로, AI 백신 접종 전망은 불투명하다고 닛케이는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