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기 기술력에 집중하는 중국
소프트웨어‧경험‧플랫폼에 힘주는 한국
AI 기술 격차, 언제까지 유지될지 알 수 없어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박람회 ‘CES 2025’에서 한국 기업과 중국 기업이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맞붙었다. 같은 가전 기업이지만, 서로 추구하는 전략과 비전, 목표가 달랐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인공지능(AI) 기술을 기반으로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는 데 집중한 반면, 중국 기업들은 아직까지 기술력을 강조하는 데 치우친 모습이다.
7일(현지시간) CES 2025 개막과 함께 많은 인파가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 센트럴홀에 몰렸다. 이곳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 중국의 하이센스, TCL가 한 데 모여 보이지 않는 경쟁을 벌였다.
삼성·LG전자의 전시관은 특정 제품 전시보다 관람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고 전체적인 콘셉트와 개념을 전달하는 데에 집중했다. 삼성전자는 자체 플랫폼인 ‘스마트싱스’를 통해 ‘홈 AI’의 역할을 넓혀가고 있다. 가정에 도입하던 AI 기술을 모빌리티, 산업, 사회, 가상공간까지 확대하며 초개인화 모습으로 전환 중이다.
LG전자 역시 집과 차량, 상업 공간 등 다양한 곳에 AI 기술을 적용하는 목표가 있다. 이를 위해 최근에는 마이크로소프트와 협력 계획도 발표했다.
중국 디스플레이·가전 기업 TCL 전시관의 분위기는 달랐다. 대형 디스플레이를 곳곳에 걸어두고 높은 화질과 크기를 뽐냈다. 전시관 입구부터 163인치의 마이크로LED TV나 QD-미니LED 제품을 비교하는 등 차세대 기술력 확보에 의지를 드러냈다. 중국 기업들이 글로벌 LCD 시장을 점령한 가운데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에 이어 다음 기술에도 드라이브를 거는 모습이다.
‘TV에 AI 기능이나 소프트웨어는 없는지’를 묻자 TCL 전시관 관계자는 “구글 OS(운영체제)를 탑재했다”며 “구글의 최신 AI 모델인 ‘제미나이’가 탑재된 TV도 올해 내에 선보일 예정이다. 이미 계약도 했다”고 말했다. 구글 OS는 TV용 운영체제다. 삼성전자에는 타이젠OS, LG전자에는 웹OS가 있다.
하이센스도 TV와 게이밍모니터 등을 벽에 걸어 전시하고, 냉장고 등 가전을 세워두는 방식으로 전시관을 구성했다. 명화 그림을 띄운 TV도 전시됐는데, 이는 삼성·LG전자와 비슷한 형태였다.
이처럼 중국 기업 전시관은 전자제품 판매점처럼 기기를 강조하는 형태로 꾸며졌다. 가전의 형태도 대체로 한국 수년 전 출시된 전자 제품의 형태와 모습을 띠는 듯 했다. 소프트웨어 부분은 국내보다 1~2년 뒤처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두 나라의 기술 격차가 얼마 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중국 가전은 한때 가격 경쟁력을 내세웠지만, 최근 기기의 성능이 크게 좋아지며 한국 제품을 많이 따라왔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가전 기기 성능보다 콘텐츠에 집중하는 것도 이러한 까닭이다. 다만 이 격차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IT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은 이미 AI 기술 측면에서 우리나라보다 빠르게 앞서있기 때문에, 제품의 하드웨어 성능을 어느 정도까지 올렸다면 그다음으로로 소프트웨어 부분을 공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TCL과 하이센스의 역시 AI 기술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TCL은 ‘광대역 통신기술’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이는 4G·5G 통신과 모바일 와이파이, 기기 간 연결 등 연결성을 갖춰 나가겠다는 그림이다. 모바일부터 TV, 가전, 스마트홈 제품을 아우르는 포트폴리오를 가진 만큼 국내 기업과 비슷한 형태로 사업을 확대할 수 있다. 전력 분야 사업을 진행 중인 하이센스도 ‘AI를 활용한 도시 관리 혁신’, ‘빌딩을 위한 AI 솔루션’ 관련 내용 등이 전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