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연쇄탄핵에 참사 현장 달려간 '권한대행' 경제수장

입력 2024-12-29 15:46수정 2024-12-29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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崔, 무안참사 수습 지휘…기재부는 지원TF 구성
정치리스크에 환율 고공행진…트럼프 대응도 차질
헌법재판관 임명 고심…여야 무한정쟁에 부담 가중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9일 전남 무안군청 재난안전상황실에서 무안 항공기 사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화상회의를 주재,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잇따른 탄핵에 헌정사 최초로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은 경제부총리가 대형참사 현장에서 수습을 진두지휘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졌다. 저성장·고환율 파고 속 온전히 경제 대응에 집중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탄핵 뇌관'인 헌법재판관 임명 등을 둘러싼 여야 대립도 악화일로다. 전례 없는 비상시국에 '국정 안정'이라는 중책을 짊어진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의 고민도 깊어질 전망이다.

최 권한대행은 29일 오전 대규모 사상자를 낸 전남 무안공항 항공기 추락 참사와 관련해 정부서울청사에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 주재 후 무안 사고 현장으로 이동했다. 연쇄적인 탄핵소추로 대통령과 국무총리 모두 직무정지돼 부총리가 외교와 내치까지 떠맡게 된 탓이다.

이날 오후 무안 사고 현장에 도착한 최 권한대행은 "한 단 명의 생명이라도 더 살릴 수 있도록 인명구조를 최우선으로 응급 의료체계, 모든 장비·인력·인프라를 총동원하라"고 지시하는 한편 "유가족 지원에도 부족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최 권한대행은 무안군청에서 2차 중대본을 열고 무안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겠다고 밝혔다. 기재부도 이날 예산실장을 중심으로 무안 사고 대응·지원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이러한 정부의 경제 대응 여력 분산은 27일 한덕수 권한대행 국무총리 탄핵소추 당시 예견된 일이다.

문제는 12·3 비상계엄을 시작으로 정치 리스크가 극대화하면서 외환·금융시장이 이미 요동치고 있다는 점이다. 원·달러 환율은 27일 장중 달러당 1486원대를 찍으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이후 15년 9개월 만에 1480원을 넘어섰고 코스피도 같은 날 장중 2400선을 밑돌았다. 최 권한대행은 계엄 당일부터 경제·금융당국 수장이 참여하는 거시경제·금융현안간담회(F4)를 매일 주재하는 등 시장 충격 완화 및 대외신인도 관리에 주력했지만 권한대행 위치에서는 운신의 폭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최근 연이은 국정 리더십 교체와 불안정한 '대대행' 체제는 경제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내달 20일 미국 트럼프 정부 출범을 앞두고 외교 대응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산업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트럼프 정부 공약인 보편관세(10~20%)가 현실화하면 우리나라 대미수출이 8.4~14.0% 감소하고 성장률도 0.1~0.2%포인트 내려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미 내년 '성장률 1%대' 전망은 가시화한 상황이다. 앞서 최 권한대행은 23일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내년 성장 전망은 잠재성장률(2%)을 소폭 밑돌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조만간 발표 예정인 '2025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정부의 성장률 전망치가 1%대 후반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은 최 권한대행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과 연계된 헌법재판관 3명 임명을 거부하면 한 총리처럼 탄핵 수순을 밟겠다는 태세다. 반면 국민의힘은 여전히 최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임명을 보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 권한대행의 쌍특검법(내란 특검·김건희 여사 특검) 거부권 행사 여부를 둘러싼 여야 줄다리기도 여전하다. 정부 관계자는 "여당이라도 최 권한대행이 부담을 덜 수 있도록 최소한 헌법재판관 문제는 문을 열어줘야 하는데 같이 죽자고 하니 답이 없는 상황"이라며 "한 총리도 부총리에게 권한대행이 넘어가도록 만든 건 중대한 판단 미스"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날 무안 참사와 연쇄 탄핵에 따른 역풍을 의식한 듯 속도조절을 시사했지만 경우에 따라 최 권한대행의 거취 문제는 언제든 급부상할 수 있다. 김윤덕 민주당 사무총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최 권한대행이 쌍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하면 즉각 탄핵을 추진할 것이냐'는 물음에 "신중하게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최 권한대행까지 탄핵되면 다음 서열인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권한대행을 이어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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