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기관 ‘증거조작' 공소시효 배제 추진에…법조계 ‘신중론’

입력 2024-12-25 13:07

  • 작게보기

  • 기본크기

  • 크게보기

반인권적 국가범죄 시효폐지법, 야당 주도 국회 법사위 통과
수사기관의 사건 조작 등 포함…법무부‧법원행정처 반대 의견
“일반 범죄와 달리 공소시효 배제할 명분 없어…수사 압박 우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뉴시스)

수사기관의 증거 왜곡 등을 반인권적 범죄로 규정해 공소시효를 배제하는 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다. 법무부와 대법원이 사실상 반대의견을 낸 가운데, 법조계에서도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반인권적 국가범죄의 시효 등에 관한 특례법안’이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주도로 전날 법사위를 통과했다.

이 법안에는 국가로부터 반인권적 범죄가 발생하면 가해자의 공소시효를 배제해 처벌받게 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와 관련한 손해배상 청구권의 소멸시효 적용도 제한하도록 했다.

‘반인권적 국가범죄’는 △공무원의 직무수행 과정에서의 정당한 이유 없는 살인 △인신구속 직무 공무원의 폭행이나 가혹행위에 따른 중상해·사망 △군 지휘관의 가혹행위 따른 중상해·사망 △수사기관이 사건을 조작할 목적 등으로 증거를 위조‧은폐하거나 증언을 강요 하는 행위 등으로 규정됐다.

여기서 논란이 된 건 수사기관의 증거 조작이다. 법무부와 법원행정처는 전날 수사기관의 증거 왜곡에 관한 부분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사실상 반대 의견을 냈다.

‘사건을 조작할 목적’이라는 개념이 불명확하고 예측 가능하지 않게 범죄의 범위가 확장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그보다 법정형이 중한 다른 범죄와의 형평성 측면에서 논란을 일으킬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김석우 법무부 장관 직무대행은 전날 법사위에서 “공소시효가 폐지될 경우 죽을 때까지 관련 고소·고발 증거가 확보되지 않는 이상 무한정하게 시달릴 수밖에 없다”며 “살인죄나 직권남용죄 등의 부분에 있어 차등을 둬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 국기게양대에 검찰 깃발이 펄럭이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측은 이 법안에 정치적 목적이 있다고 보고 있다. 앞서 쌍방울 불법 대북송금 사건 2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는 검찰이 ‘연어 술파티’ 등으로 진술을 회유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이 전 부지사 사건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이재명 대표 사건의 수사팀 등에 압박을 가하기 위해 민주당이 정치 보복성 법안을 밀어붙인다는 취지다.

반면 서영교 민주당 의원은 “(반인권적 국가범죄를 당했을 때) 증명하지 못하고 아파서 죽어간 사람들의 유가족이 배상을 받을 수 있게 하는 법”이라며 오히려 법안을 왜곡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법조계에선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창현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는 “수사기관이 정확하게 수사하고 기소해야 하지만, 공소시효가 완성되지 않는다면 사건에 따라 검사와 경찰이 평생 처벌받을 수 있다는 압박을 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반인권적 국가범죄를 규정해 일반 범죄와 달리 특별히 공소시효가 완성되지 않게 할 만한 명분이 없어 보인다”며 “그런 식이면 재판을 잘못한 판사도 법안에 넣어야 하는데, 검찰을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비친다”고 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