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 자동차보험 적자 시그널에도 보험료 인상 카드만 만지작
지난달 내린 폭설로 자동차 사고가 급증하면서, 대형 손해보험사들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90% 이상으로 폭등했다. 업계에서는 손해율 인상에 따른 내년 보험료 인상을 고민하고 있으나, 정부 눈치 탓에 녹록하지 않은 상황이다.
23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 DB손해보험, 현대해상, KB손해보험 등 대형 4개사의 지난달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평균(4개사 단순 평균) 92.4%로, 지난해 같은 달(81.5%) 대비 6.1%포인트(p) 상승했다.
올해 들어 월별 손해율은 1월부터 작년 대비 1∼3%p 상승한 수준을 유지하다가 9월에 폭염에 폭우까지 겹치면서 4.6%p 올랐고 10월에도 4%p대에 가까운 오름세를 유지했다.
회사별로 보면 △삼성화재(92.8%) △현대해상(97.8%) △KB손해보험(91.6%) △DB손해보험(87.5%) 모두 90% 내외를 기록했다. 통상 자동차보험은 손해율 80%가 손익분기점으로 여겨지는 만큼 적자 수렁에 빠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4개사의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누계 손해율 역시 82.5%로 전년 대비 3.2%p 상승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례적으로 11월 많은 눈의 양이 내리면서 관련 사고 건수가 늘어났다”며 “앞으로도 폭설·결빙 등 계절적 요인과 성탄절과 방학 등으로 인해 교통량이 늘어 연말까지 손해율은 지속 악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보험사들은 보험료 인상을 고려하고 있다. 손보사의 자동차보험 부문이 올해 적자로 전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4대 손보사의 올해 10월 말 누적 손해율은 단순 평균 81.5%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78.2%) 대비 2.9%포인트(p) 상승한 수치다. 마케팅 비용과 같은 사업비 등을 감안하면 이미 적자구간에 진입했다는 설명이다.
중소형 손보사도 누적 80%대를 넘겼다. 롯데손해보험은 84.2%, 한화손해보험은 83.0%, 메리츠화재는 80.8%로 나타났다.
문제는 손해율 상승에도 보험료 인상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보험업계는 이미 두 차례 연속 자동차 보험료를 인하했고, 자동차 부품비와 정비수가 인상으로 더 이상의 여력이 없지만, 정부의 눈치를 보고 있다. 금융당국이 최근 경제적 불확실성, 고금리·고물가·고환율 장기화 및 경기 악화 우려 속에서 서민들의 경제적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상생금융 시즌 2'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어서다.
은행권은 이미 연 7000억 원을 소상공인 25만 명에게 지원하기로 했다. 특히 의무보험인 자동차보험은 물가에도 반영되기 때문에, 올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한 보험사들도 당국의 상생금융 의지를 무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로 주요 손해보험사 5곳(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메리츠화재)의 3분기 누적 순이익은 7조 원을 넘어서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