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닛산, 합병 협상 MOU 체결...향후 과제는 산적

입력 2024-12-23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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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닛산 경영통합 MOU 체결
지주회사를 설립 후 양사 합류하는 방식...초대 사장은 혼다 지목
닛산, 미국서 평판·판매량 급감...합병이 구원책 될 지 주목

▲혼다와 닛산자동차 로고가 보인다. 로이터연합뉴스

일본 혼다와 닛산자동차가 23일 경영통합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본격적인 합병 협상에 착수한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혼다의 미토시마 쓰토시 사장과 닛산자동차의 우치다 마코토 사장은 경영통합 협상을 보고하기 위헤 이날 오전 일본 경제산업성을 찾았다. 두 사람은 경제산업성에 이어 국토교통성도 잇달아 찾았다.

경제산업성 면담 후 우치다 사장은 닛케이에 “오늘은 여러 가지 사업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면서 “때가 되면 이야기하겠다”고 짧막한 입장을 밝혔다.

NHK에 따르면 내년 6월 합병 최종 합의를 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 지주회사를 설립해 산하에 양사가 들어가는 형식이다. 닛산이 최대주주로 있는 미쓰비시자동차공업의 합류 가능성도 검토된다.

지주회사의 경영은 혼다가 지명한 이사 중에서 선택된 인물이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지주회사 사내·외 이사 역시 혼다 측이 과반수를 지명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혼다와 닛산이 최종적으로 합병하게 되면 단숨에 세계 판매 대수가 800만 대(미쓰비시 포함)가 넘는 세계 3위 자동차 기업으로 발돋움하게 된다.

▲일본 도쿄에서 우치다 마코토 닛산 자동차 최고경영자(CEO)와 미베 토시히로 혼다 자동차 CEO가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도쿄/교도로이터연합뉴스

두 회사의 합병 모색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20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일본 정부가 두 회사에 합병을 제안했지만, 양측 모두가 반대해 무산됐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혼다와 닛산의 합병 가능성이 꾸준히 거론돼왔다. 이 과정에서 아이폰 생산업체 대만 폭스콘이 닛산 지분 인수 의향을 나타냈지만, 혼다와의 합병 가능성이 급부상하면서 후순위로 밀려났다.

블룸버그는 양사가 합병을 추진하게 된 결정적 배경에는 중국이 있다고 분석했다. 자동차 시장이 전기차와 자율주행 등 새로운 기술로 급변하는 가운데 비야디(BYD)와 같은 중국 본토 기업들이 가성비를 내세워 급부상하면서 고품질 이미지를 가지고 있던 일본 차에 대한 수요가 크게 꺾였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3월에 마감한 회계연도에서 닛산은 중국에서 77만9756대를 생산했다. 이는 고점 대비 절반 수준이다. 혼다 역시 지난 7월 중국 현지 일부 공장을 폐쇄하고 생산능력을 20% 감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사가 최종 합병에 이른다 해도 해결 과제는 많다. 일단 두 회사가 일본 회사라는 공통점은 있지만, 사내 문화가 아예 다르다. 이와 관련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혼다는 창업자인 혼다 소이치로를 비롯해 대게 엔지니어 출신 CEO를 선호했지만, 닛산은 도쿄대와 같은 명문대 졸업생을 선호했으며, 그중에서도 영업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낸 인물이 수장이 됐다고 전했다.

▲카를로스 곤 전 닛산 회장이 2020년 9월 29일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베이루트/AP연합뉴스

합병 이후 닛산의 내부 혼란이 정리될지도 미지수다. 닛산은 카를로스 곤 전 최고경영자(CEO)가 2018년 축출된 이후 여러 차례의 구조조정이 이어지며 혼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 결과 닛산의 글로벌 판매량은 2018년 560만 대가 넘었지만, 지난해 340만 대로 쪼그라들었다.

닛산은 프랑스 르노와 25년간 제휴관계를 맺어왔다. 지난해 르노는 닛산의 독립성을 회복하기로 합의하면서 한때 약 43%였던 지분을 15%로 계속 줄여나가고 있다.

최근 미국 시장에서 닛산의 이미지가 크게 추락한 점도 부담으로 지적된다. 라인업 교체를 제때에 하지 못한 데다, 재고 처리를 위해 할인 판매를 하면서 이윤도, 평판도 크게 떨어졌다. WSJ은 “이제 닛산 자동차를 구입하는 사람은 신용이 안 좋거나 싼값에 차를 사려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정도”라고 지적했다.

그간 자동차 산업에서 합병 성공사례는 드물다. S&P글로벌 모빌리티의 스테파니 브린리 애널리스트는 "(혼다-닛산) 합병 기업이 제조와 제품 개발을 결합해 비용을 절감하고 생산성을 높이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면서 "닛산은 현재 미국 사업 부문 부진으로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합병이 닛산의 판매를 방해하는 경쟁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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