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투자자들이 삼성전자 줍줍에 니선 가운데, 외국인들의 ‘셀 삼성’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20일까지 외국인 투자자가 순매도한 삼성전자 주식은 10조3602억 원으로 집계됐다. 최근 5년(2020~2024년)간 팔아치운 삼성전자 주식도 24조 원으로 불었다.
삼성전자의 외국인 한도소진율은 이달 초 51.35%에서 현재 50.8%로 줄었다. 한도소진율은 외국인이 가질 수 있는 주식 한도 대비 실제 보유한 주식수를 비교한 지표다.
최근 외국인들이 삼성전자 주식을 팔고 있는 것은 메모리 반도체 업황 부진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증권가는 메모리 반도체 공급 과잉에 따라 판매 가격이 하락세에 접어들었다고 분석하고 있다. AI반도체의 핵심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도 엔비디아 납품 지연이 길어지면서 경쟁력을 잃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적 기대치도 뚝 떨어졌다. 삼성전자의 4분기 실적은 시장 전망치(영업이익 9조3870억 원)를 밑돌 것으로 전망된다. IBK투자증권은 4분기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으로 7조4300억 원을 예상했고, 다올투자증권은 8조2000억 원, 한화투자증권은 8조4000억 원을 전망했다. 4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인 9조3870억 원도 1개월 전보다 3.8% 낮아진 규모다. 4분기 시작 전인 3개월 전에 비해선 무려 30.8%나 하향조정됐다. 업황과 실적에 부정적인 전망이 짙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김광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모바일, PC 등 전통 수요처 수요 부진이 기존 예상 대비 심화했다”며 “혼합평균판매단가(Blended ASP)도 삼성전자의 제품 믹스와 최근 가격 추이를 고려할 때 시장 기대치에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김운호·강민구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4분기 영업 환경은 전반적으로 우호적이지 않았던 것으로 판단한다”며 “반도체(DS) 사업부는 메모리와 비메모리 모두 부진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했다.
외국인이 내던진 주식은 대부분 개인 투자자들이 받았다. 올해 개인 투자자의 순매수 1위 종목은 삼성전자로, 12조2516억 원에 달한다. 개인 순매수 2위 종목(삼성SDI, 2조3417억 원)과 비교하면 압도적이다.
개인의 삼성전자 매수에도 주가는 내리막이다.
2020년 5만5500원에 시작했던 삼성전자 주가는 2021년 1월 9만6000원대까지 오르기도 했지만, 2022년 9월 5만1000원대로 떨어졌다. 이후 외국인 순매수와 함께 올해 7월까지 9만 원대 주가를 향해 상승곡선을 그리다 다시 5만3000원대로 돌아왔다.
외국인 셀코리아와 주가 내림세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외국계 증권사는 삼성전자에 대한 눈높이를 낮추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반도체 업황 악화를 이유로 삼성전자 목표가를 10만5000원에서 7만6000원으로 낮췄다.
국내 증권사들도 목표가를 낮추고 있다. 12월 들어 유진투자증권(7만7000원), 키움증권(7만3000원), NH투자증권(7만5000원), BNK투자증권(7만2000원), 다올투자증권(7만7000원), 한화투자증권(7만3000원) 등이 적정주가를 낮췄다.
내년 상황도 쉽지 않다. 달러당 1400원대에 굳어진 원·달러 환율과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 2기 출범과 함께 공격적인 관세정책도 예상된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트럼프가 ‘대만이 미국 반도체를 도둑질하고 있다’고 비난하며 대만 정부를 압박하며 TSMC 미국 공장 로드맵의 변경을 강요하고 있다”며 “트럼프-대만 이슈 점화시 AI 산업에 대한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