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관 임명, 상설·일반특검 수용”…전방위 압박
여·야·정 국정협의체 ‘좌초’ 우려도
더불어민주당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 데드라인’을 사실상 이번 주로 설정했다. 동시에 여당에서 협조하지 않더라도 헌법재판관 임명 표결을 강행하겠다고 밝히면서 정치권에 전운이 감돈다.
민주당이 한 권한대행에 제시한 ‘특검법(내란 특검·김건희 특검) 수용 시한’은 24일이다. 해당 시한을 넘길 경우 “즉시 책임을 묻겠다”고 압박했는데, 사실상 한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을 추진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2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 권한대행이 늦어도 24일까지 특검법을 수용하고 공포할 것을 재차 촉구한다”며 “그때까지 상설특검 후보의 추천의뢰, 그리고 특검 공포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그 즉시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민주당은 현재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일반특검과 상설특검, 그리고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먼저 ‘내란 상설특검’의 경우, 민주당이 앞서 이달 10일 열린 본회의에서 통과시킨 바 있다. 상설특검을 도입해 윤석열 대통령 등의 내란 혐의를 규명하는 게 핵심이다. 한 권한대행과 추경호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수사대상에 포함됐다. 상설특검은 이미 제정된 법이기 때문에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가 불가능하다. 그런 만큼 민주당은 한 권한대행이 ‘지체없이’ 특검 후보 추천을 의뢰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내란 일반특검’과 ‘김건희 특검법’의 경우 거부권 행사가 가능하다. 하지만 민주당은 한 권한대행이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함에 있어 ‘가장 소극적인 권한 행사’만 가능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는 ‘선출되지 않은’ 한 권한대행이 권한을 과도하게 행사하는 것이고, 이른바 “내란 대행”으로 볼 수 있다는 게 민주당의 시각이다.
이날도 박 원내대표는 “한 총리는 대통령이 아니라 총리”라며 “임명직인 총리가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한다고 해서 선출직인 대통령이 될 수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국회 추천 몫 3명의 헌법재판관 임명 동의절차도 이번 주 안으로 매듭 짓겠다고 했다.
그는 “국회는 23일과 24일 국회 추천 몫 3인의 헌법재판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거쳐 주중에 임명동의 절차를 마무리할 것”이라며 “국회 추천 몫인 만큼, 총리가 형식적인 임명 절차를 거부하거나 늦출 아무런 명분이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그동안 여론의 역풍을 고려해 ‘한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안 발의’에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다. 하지만 이날 탄핵소추 진행을 강하게 시사하면서 앞으로 대여(對與) 압박 수위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즉각 반발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같은 날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이 ‘응분의 대가’, ‘크리스마스 중 탄핵 결정’ 등 협박성 발언을 쏟아낸다”며 “사실상 국정 초토화도 불사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내란·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위헌적 요소가 명백한데도 거부권을 쓰지 않는 것이 오히려 헌법 위반”이라며 민주당과 정면 배치되는 주장을 해 당분간 여야 간 충돌은 격화될 전망이다.
일각에선 대치 심화로 국정 안정을 위한 ‘여·야·정 국정협의체’ 운영이 좌초되는 게 아니냔 우려도 나온다. 앞서 우원식 국회의장이 15일 탄핵정국에서 민생을 챙기기 위해 국정협의체 구성을 제안한 바 있고, 여야가 모두 동의하면서 출범의 발판을 마련한 상황이다.
관련해 김용민 민주당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한 권한대행을) 탄핵하면 여·야·정 국정협의체가 무너지는 것 아니냔 우려가 나오는 것 같다”며 “내란의 큰불은 진압했지만 잔불이 남아있다. ‘국정 안정’와 ‘내란 진압’이 겹치면 내란진압을 우선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